「두 당의 분열상에 좌충우돌하는 민심」
「나누면 적어지고 합치면 많아지는 소 나누기의 교훈」
「야권 나누기의 손실은 줄어드는 의석수보다 커」
「큰 틀의 정치철학으로 분열을 통합해낼 선생은?」

4・13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제1야당의 분열상이 인재 영입 경쟁으로 과열되고 있다. 쪼개진 상태로 총선을 치를 경우 공멸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연대건 통합이건 어떤 식으로든 총선 전에 분열을 봉합하는 작업이 야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야권 분열은 공멸 ⓒtoonpool.com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뿐 아니라, 두 당의 분열로 호남 민심까지 좌충우돌 지경에 처한 상황. 정치는 저마다의 욕심으로 가득하고 생물에 비유될 만큼 변화무쌍하기에, 단순히 산술적인 계산으로는 제어도 예측도 하기 어렵다.

오늘은 야권의 분열상을 다스릴 수 있는 매우 이상한 셈법 하나를 비유와 각색을 동원해 제시하고자 한다.

희한하지만 정확한 셈법

어느 집안의 가장이 소 17마리를 욕심 많은 세 아들에게 배분하면서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소 17마리를 너희들에게 남긴다. 첫째는 1/2, 둘째는 1/3, 막내는 1/9씩 나누어 가지되, 한 마리도 죽여서는 안 된다. 명심하거라.”

장례를 치른 후, 세 형제는 난감한 상황에 고개만 내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첫째에게 돌아가는 몫은 17마리의 1/2인 8.5마리, 둘째에게 돌아가는 몫은 5.6666...마리, 셋째에게 돌아가는 몫은 1.8888...마리라, 소를 죽이지 않고는 도저히 나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나누기 난제

답을 찾지 못한 형제는 산중에 칩거 중인 선생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 세 형제의 얘기를 듣던 선생은 도와주겠으니 내려가 있으라고 말했다.

이튿날, 소 한 마리를 끌고 마을로 내려온 선생은 유산으로 남긴 17마리에 한 마리를 보태 총 18마리를 만든 다음, 첫째에게 1/2인 9마리, 둘째에게 1/3인 6마리, 막내에게 1/9인 2마리, 이렇게 총 17마리를 각각 나누어준 후, 사례도 거부한 채 남은 소를 끌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소 나누기의 교훈

17마리를 산술적으로 나누었을 때 총합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8.5마리 + 5.6666....마리 + 1.8888....마리 = 16.05555....마리

모두 합해도 17마리가 되지 않는다. 이상하다. 그런데 한 마리를 몰고 와서 나누면 정확히 17마리를 나누고도 한 마리가 그대로 남는다. 정말 이상하다.

▲ 소 한 마리의 비밀 ⓒjslee.seogwipo.go.kr

우리는 덧셈과 뺄셈, 곱셈, 나눗셈을 맹신하지만, 산수에는 이처럼 기묘한 상황도 내포되어 있다. 물론 미적분까지 동원하면 이 문제를 깔끔하게 풀 수 있지만, 미적분 따위 아무 필요도 없는 우리네 생활에서야 어디 그런가.

소 나누기가 주는 교훈은 두 가지다. 먼저, 나누면 적어지고 합치면 많아진다는 점이다. 나눌 때 각각 8.5마리, 5.66마리, 1.88마리였던 몫이 철학을 장착한 선생의 덧셈에 의해 9마리, 6마리, 2마리가 되었으니 말이다.

두 번째로, 합치려면 누군가, 특히 ‘욕심 없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소 나누기에 도움을 준 사람은 산중에 칩거하는 선생이다. 현대적인 셈법으로는 선생에게 사례금을 지불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선생은 소 한 마리, 즉 철학을 끌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을 뿐이다.

야권의 나누기

나누면 적어지는 현상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더불어민주당이 쪼개지는 지금의 상황을 소 나누기에 대입해 보면, 산술적으로야 의석수가 줄어드는 일밖에 일어나지 않는다며 애써 축소할 순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줄어든 의석수보다 더 큰 손실을 입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야권 나누기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국민이다. 국민의 몸, 즉 국론이라는 것이 조각조각 분열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분열된 국민의 몸으로 전부를 얻는다고 해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은 16.055마리뿐이다. 여권의 품에 안기려는 조경태 의원만 보더라도 정치 나누기가 의석수 이상의 손실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실패를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까?

야권이 모셔야 할 선생

당연히 선생을 모셔야 한다. 그 선생은 욕심에 따라 움직이는 정가에 보다 큰 틀의 정치철학을 불어넣음으로써 분열을 통합해낼 수 있어야 하며, 그럼에도 개인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선생이 있을까? 있다면 누굴까?

폭을 좀 더 좁히고 비유를 동원해 가늠해보자.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는 동교동계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이 각자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 국민의 몸을 자르니 마니 하고 있는 지금, 소 한 마리, 즉 정치철학을 몰고 산에서 내려와 총합이 17마리가 될 수 있도록 나눌 수 있는 선생은 과연 누굴까?

▲ 소 끌고 내려올 선생의 길

그 사람은 독자 제위의 마음에 들어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문제는 그 선생이 내려올 시기다. 오늘일까, 내일일까? 다시 말해서 세 형제가 치열하게 싸운 다음 소를 죽이기 위해 마침내 칼을 빼든 직후가 될까, 아니면 소를 죽이고 난 이후가 될까?

목이 말라 우물을 파 봐도(渴而穿井), 선생은 빛이 나되 움직이지를 않으니(華而不動), 노심초사(勞心焦思)는 세 형제의 몫이라...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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