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 조선일보 다음 2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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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5일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시작한 170일간의 파업으로 많은 PD와 기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2년전인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재철씨가 MBC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MBC는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 공영방송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급기야 취재 현장에서 MBC 기자들이 국민들로부터 쫓겨나는 일들이 벌어졌다.

결국, 기자들은 1월 25일부터 불공정 보도의 근원지인 보도국의 인사 교체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해 8월 방문진 새 이사진이 구성되면 김재찬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할 것을 압박하면서 총파업을 시작한지 170일 만에 파업을 중단했다. 그렇지만 김재찬 사장은 퇴진하지 않았고, 그때부터 보복 징계가 시작되었다. 김재찬 사장은 노동자들과 직능단체장, 보직부장 등 약 129명을 해고, 정직 등의 징계와 교육, 전보발령 등의 조치를 취했다.

2014년 1월 17일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박인식)는 2012년 MBC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해고 등 징계를 받은 정영하 전(前) MBC 노조위원장 등 44명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처분은 모두 무효"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보장 그리고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를 위한 요구가 언론인의 근로조건에 해당하므로 "사용자가 인사권이나 경영권을 남용하고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할 경우에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법원은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한 MBC노조의 파업이 정당하고, 사용자가 이를 빌미로 부당한 징계를 한 것은 불법행위임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그런데 2014년 징계무효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후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한 극우매체의 인사와 대화를 나누었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한겨레>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녹취록에는 백 본부장이 해고무효확인소송에 대해 적나라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백 본부장은 ‘박성제하고 최승호는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한다’ ‘그럴 것을 예측하고 해고시켰다’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해고를 시킨거다’ ‘해고시켜 놓고, 나중에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 라며, 소송에서 질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해고시켰다고 시인한 것이다.

MBC 경영진은 파업 당시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와 정직이 ‘정당한 인사권’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2심 법원 또한 회사가 노조집행부 16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노조집행부 5명에 대한 업무방해소송에 대해서도 경영진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지속적으로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을 뉴스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인사이동 시키고, 대법원에서 징계 무효 판결을 받은 이상호 기자를 또 다시 징계를 내리고, 회사를 풍자한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권성민 예능국 PD를 해고시키는 등 보복성 징계와 노조에 대한 탄압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번 녹취록 사건은 경영진 차원에서 파업을 빌미로 하여 노조에 대한 무력화와 조직의 물갈이를 위해서 매우 치밀하게 진행되어 왔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들이 MBC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개입해왔다는 것도 드러났다. 더 나아가 이들은 시사 프로그램 뿐 만 아니라 ‘무한도전’이나 ‘라디오 스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신들의 이념과 맞지 않는 다는 이유로 손을 대려했음이 드러났다.

악덕 사기업도 아닌 공영방송에서 이러한 행태가 자행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언론의 치욕사에 길이 남을 만 한 일이다. 아무 징계 사유나 증거도 없이 음모를 꾸며 일방적으로 해고를 자행하고, 자신의 구미에 맞게 프로그램을 조작하려는 모습에서 공영방송의 사망선고를 보는듯하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방송을 통해서 공공성을 이야기 하고, 사회 정의와 진실을 이야기 한다고 생각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파업 언론인들을 징계하고 쫒아낸 이후 MBC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지고,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실시한 2015년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모두 포함해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와 가장 불신하는 언론 매체에 대한 조사 결과 MBC는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로 조선일보(16.1%) 다음으로 2위(5%)를 차지했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매체를 묻는 응답에서도 KBS가 31.7%, JTBC가 21.6%인 반면, MBC는 12.3%에 그치고 있다.

금번 녹취록 사건은 MBC가 막장까지 추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국민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다. 현 MBC 안광현 사장은 파업 노조원을 징계할 당시에 인사위원장을 맡았다. 따라서 이번 녹취록 사건에 대하여 입장을 밝히고, 부당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도 이 사건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고영주 이사장은 사안이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사회 소집을 거부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방송의 신뢰도가 땅으로 추락하는데도 사안이 시급하지 않다는 경영자들의 인식이 과연 정상적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 사기업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발상인 것이다.

시청자와 국민을 무시하는 이러한 태도가 MBC를 더욱 사지로 몰고 있음을 경영층이 깊이 인식하고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불법 부당하게 해직된 기자와 PD를 하루빨리 복직시키고, 공영방송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는 노력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러한 MBC 경영층의 부당한 프로그램 개입과 통제에 대하여 면밀히 실사를 하고 이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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