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
지난 9일 미국 뉴햄프셔에서 치러진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압도적인 표차로 꺽은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10일 뉴햄프셔 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개표 작업 완료 결과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는 60.40%의 득표율을 기록, 37.95%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22.45%p의 압도적인 격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특히 뉴햄프셔 주는 당원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의 경선 참여가 가능해 민심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 샌더스는 순수 당원들로만 이뤄진 지난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도 0.3%p 차이로 실질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샌더스는 1981년 버몬트 주 벌링턴 시장 시절부터 34년 동안 무소속을 유지하다 지난해 11월에야 처음으로 민주당 당적을 가졌다.
이번 결과는 미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AFP통신은 샌더스의 승리는 ‘비주류의 분노’에 힘을 얻은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는 곧 소액기부운동으로 나타났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끝난 후 18시간동안 샌더스가 모은 기부금은 520만 달러에 달한다. 건당 평균 금액이 27달러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샌더스가 주장하는 소득불평등 타파와 중산층 복원이 미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샌더스는 뉴햄프셔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연설을 통해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클린턴과 달리 자신은 ‘미국 전역’에서 보통 시민들로부터 소액기부를 받을 것이라고 말하며 다음 경선지에서 싸울 수 있도록 "10달러, 20달러, 50달러를 기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샌더스의 승리는 힐러리 후보에게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뼈아픈 상황을 가져왔다. 지난 2008년에는 아이오와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에게 패배했던 힐러리가 뉴햄프셔에서의 승리를 기점으로 회생의 기회를 노렸으나 이번에는 뉴햄프셔가 힐러리에게 등을 돌리며, 샌더스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뉴햄프셔는 무소속 성향의 유권자가 40%를 넘어 부동층의 표심이 샌더스에게 몰렸다는 것은 미국 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공화당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35.34%를 획득해 15.81%를 얻은 존 케이스 오하이오 주지사를 19.53%p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아웃사이더의 분노’로 불리며 미국 기성 정치권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미국 시민들의 목소리는 멀리 바다를 건너와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으며 아웃사이더에 불과했던 두 후보가 ‘대세’로 부상한 것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악화된 기회 불균등에 대한 분노가 이미 변화를 바라는 시대적 가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