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칼춤 추는 망나니와 보이지 않는 손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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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매번 되풀이 되는 칼춤이 어김없이 올해도 횡행하고 있다. 칼춤을 추는 망나니들은 있으나 실제로 망나니를 조종하는 자는 보이지 않는 손, 즉 유령이다. 유령은 개혁과 물갈이라는 안개로 국민의 눈을 가리고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주의와 정당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유령은 헌법파괴주의자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1항에서 규정하고, 다시 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국가 형태 및 국가 정체를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반민주적 체제와 군주제와 독재를 부정한다. 따라서 우리 헌법 제정권자인 국민은 대한민국 제1의 최우선 근본 이념을 '민주주의', 즉 국민주권주의로 정하고 특히 이를 강조하기 위하여 다른 나라와 달리 제헌 헌법 이래 제1조에 규정한 것이다.

여기서 민주주주의 국가인 다른 나라의 헌법 제1조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가를 살펴보자.

먼저 미국 헌법 제1조(1절)는 ‘이 헌법에 의하여 부여되는 모든 입법권한은 합중국 연방의회에 속하며, 연방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헌법 제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고,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기한다.’라고 하고 있다. 독일 헌법 제1조는 ‘①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의무이다.’라고 규정한다. 프랑스 헌법 제1조는 ‘프랑스는 비종교적이며, 민주적인, 분할 불가의 사회 공화국이다.’라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선진 민주국가를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주권주의를 헌법 제1조에서부터 강조하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우리 헌법 제정권자들은 상해 임시정부 임시 헌장 제1조 이래 제헌헌법 부터 국민주권주의를 헌법 제1조에 규정하여 이토록 강조하였다.

현재는 어쩌면 당연한 규정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조항은 사실 인류의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과 희생 속에서 얻어진 것이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왕조시대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반역이었다는 사실을 상상해보면 헌법의 국민주권주의는 무서운 조항이다. 국민주권주의를 통해서만이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최고 가치로 하는 인권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 헌법 제정권자들의 고뇌가 담긴 조항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과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 겸 당대표가 국민의 대표나 당원이 아니라 외부 인사가 다수인 공천심사위원회 출석하여 면접을 보고 그들로부터 질책을 듣고, 소수 권력자의 협박과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교수 등 학식과 양식이 있는 외부 인사? 그들이 무슨 권한으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면접보고 출마 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가? 블랙코미디로 치부하기에는 헌법 위반의 현상이 심각하다. 선진 민주국가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당은 그 목적,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정당민주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8조 제2항에 반할 뿐 아니라 헌법의 근본이념인 제1조에 명백히 반하는 행태가 그 동안 수십 년 간 방치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는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은 물론 유권자인 국민들에 대하여 헌법 제1조에 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진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모든 국가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는 사실을 국민들이 중고교 때부터 제대로 교육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서 국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공직자는 국민의 대리인이고(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국민의 대표자 할 때 Representative를 대표라고 번역하지만 필자는 적절한 용어가 나타날 때까지 대리임 겸 대표자라고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권력자인 본인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만 공직자와 국민들이 소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본인이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 매매를 대리인에게 위임하였다고 치자, 먼저 본인은 대리인이 적합한 사람인지 공부하는 등 알아보고 적절한 사람을 선정하여, 위임 사항을 잘 수행하는지 감시할 것이다. 대리인도 마음대로 매매조건을 정할 수 없고, 수시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와 국민들의 관계도 이와 같아야 한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자신들이 선출한 공직자가 권한행사를 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보다 고시합격한 사람, 학식이 높은 교수 등이 권력행사를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사실상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그래서 유권자인 국민은 투표 날 무렵만 주인이 되고, 당선자가 결정되면 다시 주인은 선출된 자가 차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즉 선거가 고시의 치환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선출된 자는 고시합격한 사람으로 스스로 느끼고, 국민들도 그를 고시합격한 사람으로 대우한다. 고시합격한 사람이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여 권력을 행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듯이 선출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국민들도 고시합격한 사람인 행정공무원, 판, 검사의 권력행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듯이 선출직의 권력행사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권력자나 우리 사회 엘리트들이 헌법 제1조에 대한 국민 교육을 소홀히 한 이유이다.

국민주권 즉 민주주의 원리는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도 실현되어야 하지만 특히 각 정당의 선출직 공직자 공천과정에서도 충실히 구현되어야 한다. 즉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당원의 직접 투표(코커스)나 국민들의 직접투표(오픈 프라이머리)로 후보자를 선출하여야 한다. 여론조사나 모바일 선거의 문제점, 즉 여론조작과 대리투표 등은 이미 통합진보당 사태 등으로 입증되었다. 미국과 같이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도 모바일이나 여론조사로 후보자를 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우려하는 사람은 이 제도가 현역들이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선출직 공직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지역과 관계없는 장소나 지위에서 교수, 변호사, 관료 등을 하다가 갑자기 지역에 낙하산으로 내려와 비민주적 방법으로 후보자가 되려는 생각을 버린다면 장기적으로 현역이라고 반드시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당원이나 국민들이 직접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불투명 공천, 밀실공천, 소수 권력자의 힘에 의한 공천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불복과 추태, 이로 인한 선거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 무관심을 걷어내야 한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시급한 이유는 정치계는 물론 경제계, 학계 등에 포진한 우리 사회 소수 권력자와 엘리트들이 국민들의 정치와 선거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통하여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것을 방지하고, 무엇보다도 우리 헌법 제정권자들이 그토록 강조한 민주주의, 즉 국민주권이 정치의 장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구현되어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한 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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