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24~25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내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모두 181명이 인사 대상이 됐다. 승진자만 놓고 보면 새롭게 임원이 된 132명을 포함해 총 179명으로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최대규모다.

인천에 있는 LG마그나 본사 사옥. /사진=LG마그나
인천에 있는 LG마그나 본사 사옥. /사진=LG마그나

격 높아진 LG마그나

LG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전장(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전자 장치)사업에 힘을 실었다. 관련 사업 본부 임원이 대거 승진한 것. 대표적인 사례가 캐나다 전장 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 설립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수장인 정원석 최고경영자(CEO)다. 정 CEO는 이번 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그룹 내 LG마그나의 격이 높아진 것이다.

대우자동차에서 경력을 시작해 LG그룹으로 옮긴 정원석 CEO는 지난 7월 LG마그나 출범 이후 초대 대표를 맡았다. 2019년 말 LG전자 VS(비히클 컴포넌트 솔루션)사업본부 그린사업담당으로 전기차 파워트레인 사업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크게 전기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그린사업담당과 텔레매틱스·오디오·디스플레이 등을 담당하는 스마트사업부로 나뉜다.

정 CEO는 이번 인사에서 지주사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한 권봉석 부회장과 함께 LG그룹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LG 시너지팀도 거쳤다. 구광모 회장도 이곳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맡은 권영수 부회장

LG그룹은 앞서 지난 1일 ㈜LG 대표이사였던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CEO로 내려보냈다. 지난해 말 LG화학에서 분리된 전기차 배터리 회사다. LG그룹 전장사업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권 부회장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납품한 전기차 배터리 불량 사태로 입은 손실과 명성을 복구할 중책을 맡았다.

LG그룹은 GM 배터리 불량 사태를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 인사에서 품질과 안전환경 분야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 10명을 중용했다. 또한, LG화학에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부문, LG에너지솔루션에 최고품질책임자(CQO) 부문이 C레벨(최고위 임원)급으로 새롭게 꾸려졌다.

한편, 신임 LG전자 VS사업본부장에는 2015년 보쉬코리아에서 옮겨 온 은석현전무가 선임됐다. VS스마트사업부장을 역임하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를 성장시킨 능력을 인정받았다. LG전자 VS스마트SW개발담당인 박인성 상무도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애플이 지금까지 등록한 특허 등을 기반으로 만든 애플카 상상도. /사진=바나라마
애플이 지금까지 등록한 특허 등을 기반으로 만든 애플카 상상도. /사진=바나라마

애플과 전기차 협력 기대

LG그룹이 전장사업을 강화하면서 애플과의 전기차 협력 기대감도 커졌다. 애플은 현재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전기차를 개발하면 스마트폰인 아이폰처럼 외부 업체에 생산을 위탁할 수 있다. 이를 LG마그나가 수주하면 단숨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LG그룹 계열사도 수혜가 예상된다. 이미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은 애플에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카메라 모듈 등의 공급하고 있다. 

애플카를 수주하면 LG전자 전장사업도 단숨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지난 2013년 VS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전장사업에 뛰어든 LG전자는 그동안 3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VS사업 매출은 2조6877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6.8% 늘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올해는 특히 GM 관련 배터리 불량으로 4800억원의 충당금이 반영되면서 3분기에만 53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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