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세 가지 선택지, 당내 제3지대와 당외 제3지대, 그리고 차차기

「시민활동가에서 서울시장으로, 다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뚫어내기 어려운 장벽들에 ‘성공한 행정가’ 이미지 노리는 청년수당정책」

게재 순서
① 반기문,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망론의 선두주자
② 문재인, 친정체제 구축으로 단단해진 노란풍선의 귀환
③ 안철수, 더 이상 내놓을 것 없는 새정치의 좌장
④ 박원순, 청년으로 도전장 내민 협상의 달인
⑤ 김무성, 가뭄의 끝에서 서성이는 이념의 패장
⑥ 손학규, 기지개 켜는 야권 재편의 키맨key man

▲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토크콘서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8월12일) ⓒ뉴시스

2017년 대선을 1년 4개월여 남겨둔 현재, 대선 국면을 진두지휘할 여야의 진용이 꾸려지면서 차기 대선후보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돌직구뉴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원씨앤아이와 리얼미터의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바탕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 6인을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분류, 집중분석을 실시하였다.

▲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리얼미터, 조원씨앤아이) ⓒ돌직구뉴스

○리얼미터 여론조사: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8월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518명(무선 8, 유선 2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9.8%, 표집오차 95%, 신뢰수준 ±2.5%p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시사전문 돌직구뉴스와 공동으로 8월 17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000명(유선+휴대전화 RDD방식)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3.0%, 표집오차 95%, 신뢰수준 ±3.1%p


민평련, 손학규 회동으로 기지개켜는 대권 행보

“이제 뒤로 숨지 않겠습니다. 역사의 부름 앞에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잠룡 중 한 사람인 박원순(60) 서울시장이 지난 5월 전남대 특강에서 밝힌 대권도전 의지다.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이 이미 당내 대선 경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그는 지난달 10일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과 만찬회동을 가졌고, 16일에는 전남 강진 흙집에 기거하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찾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의 대권가도가 그리 순탄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서울시 수장이라는 지위로 인해 본격 대선행보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민평련 만찬회동과 손학규 회동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처지는 대권 소장파로 분류되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물론, 손학규 전 고문, 김부겸 의원 등 당내 모든 잠룡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친박과 친문의 건재 과시로 종료된 지금, 박 시장의 대선행보를 가늠해보자.


시민활동가에서 서울시장으로

1994년,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출범했다. 이 단체는 출범 직후부터 정치권과 대기업의 개혁을 주장하면서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국회의원 낙천・낙선운동을 펼치는 등 길을 잃고 헤매고 있던 진보진영에 새로운 시민운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참여연대의 설립자는 바로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었다.

그는 또한 2002년에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그만둔 뒤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해 시민운동의 방향성을 ‘나눔’과 ‘기부’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시키기도 했다.

▲ 단일화 확정 직후 포옹하는 박원순과 안철수(2011년) ⓒ뉴시스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투표를 제안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시장직을 사임한 이후, 인권변호사 출신인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다. 시민사회 진영의 무소속 후보로 나섰지만, 그에 대한 시민의 지지율은 5%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단 10분간 면담한 끝에 안 원장의 후보출마 포기 선언을 이끌어냈고, 민주당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까지 제치면서 제35대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

2014년 6월, 그는 재선에 성공하면서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장벽들이 그의 대권가도를 가로막고 있다.


첫 번째 장벽 : 행정가로서의 제약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민생투어 중이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강연정치로 분주하다. 이미 대권행보에 돌입한 이들 차기 대선주자들은 활동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하지만 박 시장은 그렇지 않다.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제약을 자치분권 실현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혁신으로 바꿔내고 있다. 서울시 시정을 마치 국정처럼 꾸려가면서 정책으로 승부해 ‘성공한 행정가’ 출신의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시장 취임 직후 친환경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해냈고, 서울시 내 공공어린이집 대폭 확충, 혁신교육학교 등 국가 수준의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시민들, 아니 국민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하고 있는 정책은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 간 매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활동지원사업’, 즉 청년수당정책이다. 보건복지부가 청년수당정책에 대해 절차적 하자와 ‘협의’ 문구 해석 차이로 직권취소 처분을 내리기 전후, 박 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 청와대 전국 시·도지사와 오찬 간담회에서 악수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8월17일) ⓒ뉴시스

이러한 행보는 자치분권을 실천해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박 시장의 평소 신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른 대선주자들과 달리 활동에 제약이 심한 박원순 시장, 그는 서울시정을 똑 부러지게 처리해내는 것이야말로 지금으로서는 가장 큰 대선행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장벽 : 대선경선 방식과 시기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문제점은 경선방식이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에 입당한 35,000여 명의 열성 권리당원이 투표권을 얻어 당락이 이들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또한 추미애 지도부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네트워크 정당을 추진하고 있어 온라인 권리당원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박 시장에게는 걸림돌이다. 당내에서 대선경선 방식 수정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당내에서는 당장 비주류를 중심으로 대의원과 당원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민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국민참여경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대선경선 시기도 박 시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헌에는 대통령 선거 180일 전까지 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내년 6월 이후에 경선이 실시될 경우 직무대행이 서울시 행정을 맡게 되지만, 그 이전에 경선이 실시된다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일 경우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도록 되어 있는 공직선거법 규정 때문이다.

만일 박 시장이 6월 이전에 사퇴해 경선에 뛰어들었는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박 시장에게 돌아간다. 이런 문제로 인해 당대표 경선 도중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충분히 알리기 위해 가급적 내년 상반기에 경선을 완료하고자 한다”고 했던 추미애 신임대표도 주춤해 있는 상태다.


세 가지 길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금까지 보인 행보로 판단컨대, ‘당내 제3지대’와 ‘당외 제3지대’, 그리고 ‘차차기’라는 세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당내 제3지대 가능성은 최고위원부터 대의원・당원 모두 친문계가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현 상황으로부터 출발한다. 문재인 전 대표 친정체제가 구축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 범주류로 평가받던 민평련 인사들이 모두 배제된 터라, 친문계가 오히려 고립되고 있다는 점은 박 시장에게 분명 희망적이다.

민평련과 친문계 사이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당내 여타 잠룡들의 결집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만약 대선경선 방식으로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박 시장은 탈락한 후보들의 표를 다시 결집해 대역전극을 이뤄낼 수도 있다.

이것이 박 시장이 지난달 10일 민평련과 만찬회동을 가지고 16일에 손학규 전 고문을 찾아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러한 계산은 박 시장뿐 아니라 안희정, 손학규, 김부겸, 이재명 등 여타 후보 모두에게도 공히 해당한다.

다음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당외 제3지대 가능성에 관하여, 박 시장이 제3지대로 들어갈 경우 여타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안 전 대표의 스파링 파트너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현재 정운찬 전 총리, 김종인 전 대표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까지 제3지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야권 재편의 키맨으로 불리는 손학규 전 고문의 결심에 따라 제3지대론의 현실화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방안은 ‘차차기’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강력하게 버티고 있는 현재, 박 시장의 연령이 60세에 불과하므로 당내 대선주자로 나선 이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울시장 3선에 도전, 차차기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 손 맞잡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2011년) ⓒ뉴시스

박원순의 측근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달에는 박 시장의 싱크탱크인 ‘희망새물결(가칭)’이 출범할 예정이며,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전 이사장과 참여연대 김민영 전 사무처장, 그리고 서왕진 전 서울시 정책특보를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 인사 3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변호사로 출발해 서울시장까지 오른 박원순, 그가 민평련과 손학규 전 고문을 향해 대선가도 동참의 손을 내밀었다. 그는 과연 만만치 않은 장벽들을 뚫어내고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그리고 세상은 그에게 또 다른 2011년을 안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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