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300조 원 시대, 경기침체로 투자처 찾는 자금들

올 2월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정했고, 5월에는 이 가이드라인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6월말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보증 요건을 강화하기도 했다.

거기에 신용대출 시 기존 대출정보를 고려하는 ‘총체적 상환능력(DSR)심사’를 올해 안에 도입하고, 10월 중으로 제2금융권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 규제도 강화할 예정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정례간담회에서 “주택구매가 비수기임에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부채와 관련, 지난달 25일 내놓았던 정부대책의 후속조치를 최대한 빠른 시기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 정례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임종룡 금융위원장 ⓒ뉴시스

하지만 정부의 연이은 대출규제 강화 정책에 대한 수도권 및 지방 주택시장의 반응은 전혀 딴판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발행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하나행복노하우(8월)’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수도권 아파트값은 평균 1.33% 상승한 데 비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값은 0.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주택 금융규제 강화 정책이 서울보다 지방 주택시장에서 더 잘 먹혀들어간 것.

올 상반기, 특히 1월에서 4월까지 성사된 아파트 거래 중 분양권 거래 비중을 보면, 서울 5.7%, 부산 20.1%, 대구 23.4%였다. 투자용 거래가 서울과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많이 이루어졌으며,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정책이 지방에서 어느 정도 먹혀들어갔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특히 서울의 강남 3구, 양천구, 과천 등 재건축 아파트 물량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는 4월부터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해 4월, 5월, 6월 연속으로 지난해 월간 최고 상승률인 1.1%(7월)까지 근접했다.

이처럼 상반된 주택시장의 반응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강화한 대출규제가 비수도권에서는 투자용 거래에 어느 정도 먹혀든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에서는 ‘약발’이 시원찮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편, 올 하반기 주택시장 흐름 역시 서울 및 수도권은 상승세를, 지방은 약보합세 또는 하락세를 보이며 상반기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주택공급 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증가, 재건축 아파트 상승세 둔화에 따른 가격 하락 등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가계부채가 1,300조 원(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자영업 대출까지 포함하면 1,500조 원)을 넘어선 현재, 정부가 이런 저런 대출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자금들과 대출받은 자금들이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내수경기가 활성화되거나 미분양이 대폭 증가하지 않는 한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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