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관세장벽을 국가 리더십 부재로 맞는 넛-크래커
「트럼프 정권이 매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중국 관세율은 15%」
「15%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교역과 한국의 수출액에 타격」
「무너진 국가 리더십 속히 재건해 미-중 통상대전에 대비해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자유무역협정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했던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여러 보호무역주의 정책 중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장벽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에 세계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세 당시, 그는 중국이 철강산업 등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 올리고,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환구시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45% 관세부과 공약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근거는 미국 대통령에게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50일 동안 최대 15%의 관세를 매길 권한만 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또한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물리는 등 무역전쟁을 선포할 경우 중국은 보복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미중 관계는 마비될 것이며, 그럴 경우 중국은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보잉사와 합의한 300대 규모의 항공기 구매 파트너를 에어버스로 바꾸고 미국산 자동차와 아이폰, 콩, 옥수수 등의 중국 판매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산 타이어에 35%의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직후,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와 닭고기 등에 고율의 관세 부과로 맞대응하는 바람에 오바마 정부가 결국 정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만일 트럼프 정부가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산 상품에 15%의 관세를 매길 경우, 국제교역과 한국의 수출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경기침체로 인한 세계경제 정체현상으로 올 8월까지 주요 71개국 교역액은 지난해 대비 4.6% 감소한 19조3,500억 달러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도 급락했고, 우리나라의 수출 역시 세계 6위에서 8위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한국, 일본 등 미국의 우방국들이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 다이와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국내총생산GDP 자료를 인용,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15%의 관세를 매길 경우, 중국의 GDP 성장률은 1%p가량 감소할 것이며, 한국과 일본도 각각 0.5%, 0.25%의 GDP 감소와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미-중간 통상대전이 근린빈곤화begger-my-neighbor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통상대전이 예열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민관합동대미통상실무작업반’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의 통상정책이 공약대로 갈지 아니면 축소될지, 우선 추진 과제는 무엇인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원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다음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시장의 방향을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가 중국 다음으로 노리는 것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고, 그중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것은 한미FTA이다.
한미FTA가 폐기될 경우, 2021년까지 30조 원이 넘는 대미 교역 손실이 예상된다는 보고가 나오는 지금, 기재부 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유일호 현 장관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총리 지명자는 자리에 연연하다 슬그머니 교단으로 돌아가버렸고, 이취임식을 하려다 주저앉은 황교안 현 총리는 대통령 보호에만 공을 들이고 있으며, 그가 보호하려는 대통령은 유고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런 넛-크래커nutcracker 한국에 필요한 것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국가 리더십을 하루 속히 재건해 미-중간 통상대전에 대비하고 수출 회복에도 진력을 다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