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 흑자 행진이 두려운 이유는 숫자놀음이기 때문」
「빨간불 들어온 수출 전망을 애써 외면하는 정부」
「국민을 귀머거리로 취급하는 정부, 낙관론 걷고 설명에 나서야」

“8월은 수출증가세 전환의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미약하나마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고 있는 만큼 수출 마이너스 행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지난 7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 장관이 ‘제3차 민관합동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하반기 수출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발언이다.

▲ 제3차 민관합동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 중인 주형환 장관 ⓒ뉴시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이 내놓는 진단은 정부의 판단과 다르다. 전문가들은 당장 내년부터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글로벌 경기의 더딘 회복세,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치, 사드의 성주 배치, 미국 대선 주자들의 자국 산업 보호 의지 천명 등이 전문가들의 진단을 뒷받침한다.

하반기 및 내년 우리 수출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어느 쪽의 전망이 현실을 더 많이 감안한 전망일까.

 

사상 최고치 흑자 행진의 속살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상수지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12년 3월부터 시작된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52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6월 월간 사상 최고인 121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 경상수지 추이 ⓒ돌직구뉴스(자료 제공 : 한국은행)

이로써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은행의 예상치 480억 달러를 뛰어넘는 499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흑자 행진에는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불황’이라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경상수지는 수출액과 수입액을 대비해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으면 흑자, 적으면 적자다. 수출액과 수입액이 일정 비율로 증가하는 상태에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다면, 이는 국가경제에 활력이 있음을 의미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가 기록 중인 경상수지 흑자는 전형적인 ‘불황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7월 수출입동향 자료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금세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수출입 실적이 2015년 동기 대비 각각 10.2%와 14% 줄어든 상황에서, 다시 말해서 국가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보다 상대적으로 더 컸기 때문에 발생한 흑자라서 그렇다.

여기에 국제 유가 하락도 한몫을 담당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유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입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석유수출국기구 ⓒfoxbusiness.com

빨간불 들어온 향후 수출 전망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에 의한 노골적인 보복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심상치 않은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이상기류가 감지된 분야는 연예계다. 중국 현지 언론들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국제적인 요인을 이유로 들면서 향후 일정 기간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을 규제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냈기 때문이다. 당연히 드라마, 다큐멘터리와 같은 프로그램의 대 중국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 한류 드라마 수출의 원조 격인 대장금 ⓒebay.com

화장품 등 해외직구에 대한 인증 규제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하는 등 유통업계도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긴장하기는 각 제조업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2/4분기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대 중국 수출실적이 지난 7월까지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개선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지난 4월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 감시 대상국에 포함시킨 것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를 넘거나 한해에 GDP의 2%에 해당하는 외환을 사용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를 환율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한다. 2015년 338억 달러의 대 미국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이 환율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된 주요 이유이다.

ⓒarabianindustry.com/servicelogic.co.uk

이러한 미국의 압박은 곧바로 원화 절상 압력으로 돌아올 개연성이 크다. 원화 가치가 절상된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상품이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고 기업 자체의 채산성이 나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두 대선후보가 천명한 보호무역 의지 역시 원화 절상 압력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이한 정부의 대비상황

이상과 같은 각 업계의 우려와 달리,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 장관이 ‘하반기 수출 낙관론’을 편 이후, 우리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서는 수출 감소에 대한 불안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보호무역과 관련해 지금까지 수출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으며, 대 중국, 대 미국 수출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 박진규 무역정책관의 브리핑은 이러한 정부의 안이한 현실 인식을 잘 보여준다.

기업들의 두려움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수출 부진에 대한 업계의 불안감도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근거가 빈약한 낙관론으로 비관적인 경제 전망에 쉴드를 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무역보복에 대한 정부의 언급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대책이 없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대책은 있지만 조용히 있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utne.com

어느 쪽이건 결과는 동일하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할 도리는 아니기에,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기에 그렇다. 위안부 문제는 위안부 문제라서 조용히 대화한 후에 설명하고, 국방은 국방이라서 철저한 경계 속에 진행한 후에 설명하고, 외교는 외교라서 엄중한 보안 하에 진행한 후에 설명하고, 경제는 경제라서 침묵으로 일관한 후에 설명하는 정부, 귀머거리 취급당하는 국민들이 드러낼 개, 돼지 근성에 대해 한 번쯤은 불안해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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