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비상장 바이오 투자, 전년대비 4분의1 수준
대기업, 막대한 투자 바람 속 중소기업 자금 고갈

임상실험 중인 제약바이오 연구원. 연합뉴스
임상실험 중인 제약바이오 연구원. 연합뉴스

국내 바이오 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중소 바이오텍(바이오 기술사)을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고갈되는 업체가 나오는 반면 셀트리온을 비롯한 대기업의 바이오 관계사들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몸집을 크게 불리고 있다.

18일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023년 상반기 국내·외 바이오제약 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동기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올해 상반기 37개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총 3224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2022년도 상반기 투자 조달액(1조 3107억)과 비교하면 현격하게 낮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에 신약개발 13개사가 전체 투자금액의 40%인 1284억원을 유치했고, 헬스케어 기업 15개사는 38%인 1212억원을 차지했다. 이어 커머스 및 위탁생산 5개사가 437억원, 진단 및 기타 4개사가 291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게다가 VC(벤처캐피탈)의 투자도 일부 바이오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성과를 내지 못한 중소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는 줄고 자본과 인력을 갖춰 빠르게 성과를 내는 대형 바이오텍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한 중소 바이오텍에서는 인원감축 움직임까지 엿보인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초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유인 활동을 금지하라며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대형 바이오 회사들의 인력 확보 동향과는 상반된다.

실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바이오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형 바이오사들은 인력 확보뿐만 아니라 공장 설립 등의 투자 규모도 크게 늘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제2바이오 캠퍼스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5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또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며 항체-약물 접합체(ADC) 국내 바이오벤처와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그룹도 합병 작업을 마치면 자체 신약개발과 인수합병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앞으로 5년간 2조 4000억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투자 금액중 절반인 1조 2000억원은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나머지 금액은 설비 투자와 인수합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바이오 기업간 양극화와 함께 투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일부 기업들에서 '돈맥경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바이오텍은 여전히 연구개발과 상장,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위기 돌파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한 면이 있다"며 "상장하는 기업이 증가하게 된다면 비상장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과 바이오 투자 생태계 전반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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