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DC, 항암제 분야서 인기
레고켐·에임드·피노·알테오젠 주목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개발한 ADC 신약 ‘엔허투’.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항암제로 꼽힌다.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개발한 ADC 신약 ‘엔허투’.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항암제로 꼽힌다. 연합뉴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차세대 핵심기술인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ADC가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항암제 분야에서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적극적인 진출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다. 

27일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ADC는 특정 항원을 표적으로 삼은 항체 의약품에 특정 세포를 죽이는 합성 약물을 결합시켜 치료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특히 ADC를 항암 분야에 활용한다면 기존의 항암 화학요법보다 효능이 높고 약물 독성을 줄여 정상 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불린다. 

통상적인 항암 화학요법은 신체의 면역력 자체를 깨뜨릴 수 있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다만 ADC는 특정 암세포를 표적해 치료한다는 점에서 신체의 면역력 전반에 이전보다 덜 영향을 끼치면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미 글로벌 빅파마(해외 제약 대기업)들은 ADC의 가능성에 주목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화이자가 ADC 업체 씨젠(Seagen)을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할 정도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개발한 ADC 신약 ‘엔허투’의 영향이 컸다. 엔허투는 지난해 8월 미국 FDA로부터 유방암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받고, 같은달 폐암 치료제로도 승인받는 등 적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ADC의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엔마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22년 약 59달러(약 8조원)에서 2026년 130억달러(약 19조원)로 2배 이상 성장으로 전망됐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ADC 투자나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셀트리온은 2019년 캐나다 기업 아이프로젠과 함께 ADC 기술 공동개발에 나섰고 영국 기업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4700만달러(약 53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기업인 피노바이오의 플랫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조성해 국내 ADC 기술 보유사 ‘에임드바이오’에 대한 지분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100억원~2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생산 공장 건립 및 ADC 생산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이를 통해 빠르면 내년부터는 ADC 관련 의약품 생산을 가동하겠다는 목표다.

자체 개발사도 있다. 국내 ADC 개발사(바이오벤처)로는 레고켐바이오, 에임드바이오, 피노바이오, 알테오젠 등이 꼽힌다. 이 중 레고켐바이오는 ADC 신약 후보물질 4종을 발굴하며 국내 ADC 개발사 중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부터 ADC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1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누적 계약금액만 6조 5000억원 규모다.

레고켐바이오가 중국 포순제약에 기술이전한 ADC 신약후보물질 LCB14은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 포순제약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의약품과의 비교 임상에도 나섰다. 지난 3월에는 글로벌 빅파마 '암젠'과 ADC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레고켐바이오의 주요 경쟁력으로 플랫폼 기술 '컨쥬올'이 꼽힌다. 컨쥬올은 항체 특정 부위에 원하는 약물을 부착·결합하는 기술과 함께 ADC로 연결된 약물이 혈액에서 방출되지 않도록 하고 세포 독성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지시킨다. 

에임드바이오는 삼성서울병원의 뇌종양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설립된 회사다.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과 방광암에 대한 ADC 신약 후보 ‘AMB302’에 대한 영장류 대상 전임상까지 완료했다. 내년 상반기 중 해당 물질의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 중국 ADC 개발사인 진퀀텀헬스케어와 최대 5종의 ADC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기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피노바이오는 한국화학연구원의 관련 기술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약물의 효능 개선을 위한 기술과 함께 내성 극복을 위한 기술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노바이오는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약효를 내는 페이로드 기술 보유사로도 주목받고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 9월 특정 암에서 과다 발현되는 항원 ‘FOLR1(엽산수용체알파)′을 겨냥해 개발한 항체와 그 용도에 대해 미국 특허 등록를 등록했다. 여기에는 알테오젠이 보유한 ADC 기술이 적용됐다. 안정성과 효력을 바탕으로 제형 등 다양한 형태의 개발도 추진 중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DC는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존 의약품과 비교해 구조적 복잡성이 커 개발과 제조과정도 까다롭다"면서 "다만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후유증이 덜하다는 평가와 함께 적응성이 점차 확장되고 있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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