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신약개발에 오픈 이노베이션 대안 제시
투자사, 파이프라인 확보.. 개발사, 연구개발 집중

제약바이오 업계가 대형 업체와 중소 바이오텍간 협력을 통한 성과 창출에 힘쓰고 있다. 연합뉴스
제약바이오 업계가 대형 업체와 중소 바이오텍간 협력을 통한 성과 창출에 힘쓰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줄어든 투자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투자 유치의 가장 확실한 해결 방안인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 투자사 입장에서는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이에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과 중소 규모 바이오텍(바이오 기술사)간 협력을 통한 성과 창출이 강화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30일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업계에 나타난 '돈줄가뭄'의 해결책으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제시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이란 모든 산업계에 확산 중인 트렌드로 기업이 자체 내부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로부터 조달해 혁신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의 형태로는 공동연구, 아웃소싱, 단순투자, 기술도입·이전(라이선싱), 인수·합병(M&A) 등의 방식이 있다.

벤처캐피탈(벤처기업 투자자본)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는 중소 바이오텍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보여왔다. 그러나 고금리 시대가 뚜렷해지면서 전 업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바이오 업종에 대한 관심도 시들었다.

이에 업계는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다시 재점검하면서 일부를 정리하는 등 고정 비용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파이프라인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투자나 주가 부양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기업의 제약바이오 계열사 등 대형업체와 중소 유망 바이오텍간 기술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자금력과 바이오텍간 기술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상업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건설 중인 제2바이오캠퍼스에 5공장을 비롯해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마련하기로 했다. 바이오텍이 오픈이노베이션센터에 입주해 임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또 입주한 바이오텍이 해외 투자자와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삼성물산과 함께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Life Science Fund)를 조성해 국내외 유망한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 사례로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국내 기술사 ΄에임드바이오(AimedBio)'에 투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K-바이오 랩허브' 구축에 동참하며 바이오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 본격 운영되는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에서 ▲K-바이오 랩허브 방향성 자문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제공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개발 ▲우수 스타트업과 기술사업 협력 등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또 지난 2020년부터 신한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한스퀘어브릿지 인천’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혁신 신약, 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내 ADC 바이오텍 ‘피노바이오’와 기술실시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JW중외제약은 최근 마이크로니들 연구기업 테라젝아시아와 탈모치료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니들은 미세한 바늘을 통해 피부 각질층을 통과시켜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기술이다.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활용해 탈모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진제약은 국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아론티어와 ‘AI 기반 면역 항암제 신약 개발 공동 연구’에 나선다. 약물 표적을 아론티어에 제안하고 아론티어는 신약 개발 플랫폼 'AD3' 기술을 적용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형태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6일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혁신적 소분자 항암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이러스 테라퓨틱스는 소분자 치료제 개발부터 표적단백질분해(TPD)의 개발기술을 보유하는 바이오벤처다. 양사는 항암 신약개발 기초연구, 항암 신약 후보물질의 공동개발, 기술이전, 상용화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대형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간 협업뿐만 아니라 경쟁 관계였던 대형제약사 간 협업 사례도 늘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전문의약품 기업 동아에스티와 GC녹십자는 면역질환 신약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만성 염증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 후보물질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상업화 단계까지 힘을 합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GC녹십자는 타깃 후보물질을 발굴·제작하고 특정 장기에 적절히 전달될 수 있도록 최적화 과정을 수행한다. 이어 동아에스티가 후보물질이 세포 수준에서 작용되는지를 확인하고 동물모델에서 유효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개발단계에서도 협력을 지속하고 권리는 공동 소유하기로 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달엔 HK이노엔과 함께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HK이노엔이 개발 중인 기술에 동아에스티의 단백질 분해 기반기술을 접목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약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은 투자사와 피투자사 모두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다. 투자사는 바이오텍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신약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바이오텍도 확보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더욱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신약 개발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도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경쟁사와 협업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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