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회복 중이지만…고령화에 청년 취업자 감소
올해 GDP성장률 한일 재역전 기대…장기 성장 전략 ‘절실’

살아나는 고용률과 안정화되는 실업률. 기획재정부 제공.
살아나는 고용률과 안정화되는 실업률.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에서 한국(1.4%)이 일본(1.9%)에 25년만에 뒤졌지만, 올해는 수출이 되살아나고 금리는 내려가면서 경제가 살아날 희망을 찾고 있다. 다만 청년인구 감소로 고용률 증가에도 불구 청년 취업자가 줄어들어 장기 성장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118.63으로, 지난해 1월(114.95)보다 3.2% 상승했다. 전월 대비 수출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3.5%), 12월(-1.0%) 이후 석달 만에 상승 전환됐다.

특히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D램 반도체가 17.0%, 시스템 반도체가 16.9% 각각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D램 반도체가 9.4%, 플래시 메모리가 45.0%에 달해 지난해 우려를 키웠던 반도체 수출에 대해 다소나마 숨통을 틔우는 모습이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브리핑에서 "반도체 수출 물가가 전월 대비 6개월 연속 상승했다"며 "전년 동월 대비로도 19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15일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라고 밝혀 1.4%에 머문 한국을 IMF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은 1998년 이후 25년만에 앞섰음이 확인됐다. 다만 일본은 명목 GDP에서 인구가 3분의 2 수준인 독일에 밀리며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던 지위를 독일에 넘겨줘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올해 부진을 씻고 다시 경제성장률에서 일본을 앞설 거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우려가 컸던 제조업이 그 회복의 중심에 설 거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처분 소득 축소로 소비가 둔화돼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일용직 근로자 고용이 많아 경기에 영향을 주는 건설투자 부진 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여전하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도 물가상승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전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3%,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이 늘어난 영향으로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0.6%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0.3%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1월 제조업 취업자도 2만명 늘어 전달(1만명)에 이어 두 달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1월 수출은 반도체 중심으로 1년 전보다 18.0% 늘며 4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고 중국 수출도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다만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8%)은 전달(3.2%)보다 상승 폭이 줄었음에도 예멘 후티 반군 공격에 따른 홍해 지역 운항 제한, 미국 원유 생산 차질 등으로 1월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제조업이 살아나며 수출도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건설투자에 대해서는 지난 달 '부진 우려'에서 '부진 가시화'로 더 부정적인 진단을 내렸다. 12월 건설투자는 전달보다 2.7%, 1년 전보다 1.2% 감소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소매판매도 전달보다 0.8% 감소하는 등 고금리와 누적된 물가 부담에 따른 소비 부진 우려도 여전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고용률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74만 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만명 증가했다.

1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작년 3월(46만9000명)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다. 다만 60대 이상이 일자리 증가세를 주도하고 청년층 고용은 위축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고령층 가운데 60대가 19만2000명 증가했고 70세 이상은 15만8000명 늘었다.

30대와 50대에서도 각각 8만5000명, 7만1000명 늘었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8만5000명 줄었다. 2022년 11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청년층 취업자 감소를 취업률 감소가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젊은층 인구가 감소한 영향이다. 청년 고용률 자체는 3개월 연속 상승했다는 게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1월 청년층 고용률은 46.3%로 작년 동월 대비 0.2%포인트(p) 늘었다.

금리 인하가 하반기에나 이뤄질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지만 조금씩이나마 시중금리가 하락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대출 차주들의 부담을 줄여가고 있다.

지난달 국내외 통화정책 변화 기대에 정기예금과 금융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두 달 연속 낮아졌다.

전일 은행연합회는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작년 12월(3.84%)보다 0.18%포인트(p) 내린 3.6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개월 째 하락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87%에서 3.84%로 0.03%p 하락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져야 은행이 조달금리를 낮춰 실제 대출 금리도 내려가는 구조다. 시중 은행들은 16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새롭게 공개된 코픽스 금리를 반영하고 있다.

대출 금리가 내려가지 않으면 매달 이자를 내고 실제 처분 가능한 소득이 줄어 경기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수출이 늘어도 내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경제 반등의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시행과 향후 금리 하향에 따라 차주들의 부담은 조금씩 줄겠지만 아직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 한해 얼마나 경제가 살아날 지 장담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인구구조 고령화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꾀하는 등 근본적인 백년 대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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