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열풍 소외된 한국…PBR테마 올라타 기다리는 외국인
유동성 파티에 급등하는 가상자산…개인들 또 들어갈까

글로벌 증시가 연일 신기록을 작성하며 고점을 뚫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 중국의 뒤를 이을 제2의 공장으로 손꼽히는 인도 증시까지 아찔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신 공급망 재편의 유탄을 맞은 중국과 그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함께 성장해온 한국 주가만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달리는 말은 계속 달릴까요?

올 들어 글로벌 증시는 테크 비중이 높은 국가가 성적이 좋았다. 유안타증권 제공.
올 들어 글로벌 증시는 테크 비중이 높은 국가가 성적이 좋았다. 유안타증권 제공.

최근 글로벌 증시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오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여의도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에서 찾습니다.

유안타증권 강대석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증시 랠리의 주역은 단연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Tech)열풍”이라며, “글로벌 증시 현황을 보면 대체로 IT 비중이 높을수록 연초 이후 수익률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는 연초 이후 보합권”이라며, “높은 IT비중에 비해 저평가 돼 2월 주가 반등폭이 부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니케이225 지수는 지난해 1월만 해도 2만5000선이었지만 지난 4일자로 4만 선을 돌파했습니다. 일본의 산업이 갑자기 크게 바뀌거나 금리 정책이 크게 바뀐 것도 아닌데 쉼없이 오릅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PBR(주가순자산비율) 제고를 위한 일본정부 당국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 초 이후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해소를 선언하며 일본의 PBR제고를 벤치마킹하게 된 이유입니다.

통상 주가란 장부상 가치에 미래가치를 선반영한 결과값입니다. 요즘 유행어처럼 된 PBR이라는 것은 주가(Price)를 장부가치(Book Value)로 나눈 수치입니다. 보통 주식을 가치주와 성장주로 도식화해서 말하는 기준은 P를 B로 나눈 값이 1보다 큰지 작은지 여부로 따집니다. 즉 가치주는 장부가치(BV)에 미래가치(FV)를 더한 값이 현재 영업실적을 반영한 회계상 가치만도 못하다는 뜻입니다.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성장이 쫓아가지 못할 때 생기는 일입니다.

다만 산수의 함정은 살펴야 합니다. 기업의 성장이 이어져 실적이 늘어나는데도 PBR이 1이 안된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는 가치주이지만, 회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성장이 멈춘 채 보유하고 있는 고정자산(공장설비) 등의 가치만 남은 경우 분모가 분자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또는 회사가 사정이 안 좋아 자본은 작은데 부채만 커서 자산이 커보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1이 넘는다는 뜻은, 즉 성장주라는 것은 미래 성장 가치가 후하게 주가에 반영된 경우입니다. 성장주는 그 성장성이 유지되고 수익이 확인돼 PER(주가수익비율)이 같이 높아질 경우 최상입니다. 다만 이익 증가는 없는데 PBR만 높다면 과대평가된 주식이니 멀리해야 합니다.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주워담는 외국인. 테크보다는 가치주에 집중했다. 유안타증권 제공.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주워담는 외국인. 테크보다는 가치주에 집중했다. 유안타증권 제공.

연초 이후 우리 시장에선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2월 들어 그 매수세가 강합니다. 2월 이후 3월 5일까지 기관이 매수세에서 보합을 보이는 동안 외국인은 약 8조6000억원 이상 사들였습니다. 그 만큼을 개인들은 팔아 치웠습니다.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친 1월 하순 이후 벌어진 일입니다. 개인들은 주가가 오르니 팔고, 외국인은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사들이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AI발 IT주가 전세계적인 현상임에도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서 IT보단 자동차, 상사, 자본재 등 가치주와 저PBR테마주에 매수를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신반의하는 시선으로 지켜보는 동안 외국인들이 PBR테마주 상승을 이끌며 손바뀜이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그런 와중에 가상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5일 한때 대표 가상자산 비트코인 가격은 970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연초 5300만원대에서 머물 던 것을 생각하면 80%가 넘는 상승입니다.

비트코인 실물 ETF 승인에 다가오는 반감기 호재까지 더해지고 2등 가상자산 이더리움까지 ETF 승인 이슈로 덩달아 오르는 쌍끌이 장입니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알트코인)까지 상승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자산가격의 상승은 지난해 4분기 금리 인하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채권시장에 반영되면서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입니다. 챗GPT 열풍이 때마침 불어 AI 시대의 도래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 것도 한 원인이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금리는 결국 내릴 거라는 기대감이 자산시장의 끝모를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결국 유동성 파티입니다.

안타깝게도 IT강국 한국은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습니다. 시총의 4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확실한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시가총액 상위에 대거 포진한 2차전지주가 테슬라를 위시한 전기차의 숨고르기에 파묻혀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4%입니다. OECD나 KDI 등이 제시하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2.2%입니다. 5일 끝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시한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입니다. 우리 상황을 생각하면 높지만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던 것이 불과 몇 년 전 이야기 입니다.

정부가 법제화를 통해 강제력을 동원한 PBR 개선책을 내놓지 않는 한 성장이 없는데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같은 총주주환원률만 높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대기업들은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세부담을 피할 목적으로 일부러 주주환원에 인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지만, 과거에 한국의 낮은 주주환원율이 용인됐던 이유는 지속 성장을 통해 이익을 냈기 때문이고 이것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배당보다는 이익의 내부유보를 통해 R&D에 투자하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고 이것이 결국 주주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익이 나지 않는데 배당을 늘리라고 하면 지금처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해외 상업용부동산(CRE) 부실화 이슈가 있을 때 어떤 일이 생길까요? 주주환원만 하면 주가는 올라갈까요? 주가만 올리면 경제는 좋아질까요? 먼저 자리잡고 앉아 있는 외국인들의 뒤를 따라 자산 버블의 끝자락을 개인들이 잡게 되는 슬픈 역사가 반복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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