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원유 등 생활 밀접 물가 급등…금, 주식, 비트코인 기록경신
시장에 유동성 공급 부담…금리인하 시작 시기 및 폭 수정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이 곳도 사과 3개에 만원이다. 연합뉴스 제공.

금리 하락의 기대감이 몇 달 전부터 형성됐지만 막상 인하 시기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경제상황이 호조를 이어가는 데다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치솟고 국제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올라 소비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불안감에 안전자산인 금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주식과 가상자산 가격마저 치솟아 유동성을 늘리는 금리 인하 단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년=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줄곧 3%대에서 머물던 물가상승률이 올 들어 1월 2.8%로 소폭 줄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든 배경에는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 급등과 유가 상승이 자리한다.

농산물 물가가 20.9% 올라 전체 물가를 0.80%포인트(p) 끌어올리는가 하면,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 하락 폭도 전월(-5.0%)보다 축소된 1.5%에 그쳤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4.5%)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3.4%)까지 상승 폭이 둔화되는가 싶더니 넉 달 만에 다시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소비자들 체감이 큰 신선식품지수는 신선과실이 41.2% 오른 영향으로 20.0% 상승했다.

대표 과일인 사과가 71.0% 올랐고, 귤도 사과 대체재로 소비가 늘며 78.1% 급등했다. 신선채소도 12.3% 올라 지난해 3월(+13.9%)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 금 값도 연일 오르고 있다.

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2141.9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금 선물가격은 전날 거래가 시작된 지 50년 만에 처음으로 2100달러 선을 돌파하고도 이날 추가로 0.73% 올랐다. 사상 최고가다.

블룸버그나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금값 급등의 이유가 다가올 금리 하락에 따른 실물자산 선호가 아니라 급등한 주가에 대한 대피처 또는 기관들의 금 선물 과매수에 따른 영향으로 파악하고 있다.

5일 한때 9700만원까지 오르다 6일 오전 8823만원까지 밀리며 조정을 받는 듯 했던 비트코인도 오후 다시 상승으로 전환해 6일 오후 7시 현재 9275만원 선을 회복했다. 불과 1년 전 가격은 2600만원 대였다.

실물경제 물가가 오르고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상반기 금리인하를 점치던 전문가들도 인하 시작 시기와 폭을 보수적으로 바꾸고 있다. 금리 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을 더욱 공급하는 일은 정책당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고 있다.

신영증권 조용구 이코노미스트는 6일, 3월 채권시장 전망을 내놓으며 기존에 내놨던 금리인하 전망인 ‘6월 최초 인하 및 연간 100bp(4회) 인하 가능성’에서 한발 후퇴한 ‘7월 최초 인하 및 연간 75bp(3회) 인하를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미국 경제전망이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이고 AI(인공지능)를 필두로 한 주가지수와 크레딧 스프레드가 다소 과도해 보이는 수준까지 랠리를 지속하고 있는 점이 결정적인 전망 변경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물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도 물가 잡기에 칼을 빼들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사과와 대파 등 13개 품목 납품단가 지원 예산을 15억원에서 204억원으로 대폭 확대해 유통업체 판매가격에 직접 연동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축산물 물가는 안정적이지만 농산물 물가는 지난해와 올해 초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과일과 시설채소 위주로 높은 상황"이라며 "참외가 본격 출하되는 4월까지 소비자 가격이 높은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전방위적 대책을 추진해 국민 체감물가를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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