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부인 단기간 내 대거 복귀 기대 힘들어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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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시장의 전망이 대세다. 일각에선 일본의 금리가 인상되면 외국으로 떠나 있던 와타나베 부인이 다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국내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이다.

18일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부터 19일까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다. 핵심은 일본은행이 장기간 유지한 마이너스 금리를 인상할 지에 대한 여부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의 주도로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수익률 곡선 통제(YCC)를 활용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일본은행은 2016년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내린 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당시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수익률곡선 억제(YCC)조치를 단행했다. 엔화 가치를 떨어트려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YCC(Yield Curve Control)란 10년물 국고채 금리의 변동 상한을 설정하고, 시장 금리가 이보다 높으면 중앙은행이 이를 무제한 사들여 금리가 더 오르는 것을 억제하는 일본 특유의 통화정책이다. 양적 완화(QE)와 유사한 개념으로 채권 매입을 통한 통화량 조절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일본은행에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취임 후 7월과 10월 각각 YCC 유연화 조치를 취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초 가즈오 총재는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참석해 “연말부터 한층 더 도전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조정 강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으나, 1월까지 동결을 선택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일본은행이 금리를 17년 만에 인상할 경우 현지 시장에 '와타나베 부인'이 돌아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와타나베 부인은 이자율이 낮은 일본에서 빌린 엔화를 시장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해 본국에서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일본의 아줌마부대를 일컫는 표현이다. 

·엔화 시세를 보면, 지난해 11월 엔화 환율은 100엔당 850원대까지 낮아졌지만 12월 들어 910원대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2월 들어 다시 800원대에 진입하면서 다시 엔화 열풍이 불어오는 모습이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당 150엔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만약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엔화는 강세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 

다만 국내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엔화가 단기간 내 강세를 나타낼 확률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에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마이너스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긴축 수준에서 완화하겠다는 수준이지 진정한 의미의 금리 인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상 결정 한번으로 엔화가 급격하게 강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건 최근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단기금리를 0.1%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과도했던 마이너스 금리와 YCC를 유연화를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금리를 올리더라도 현지 시장금리가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엔화의 힘이 강해질 수 있지만 한번의 금리 결정으로 와타나베 부인이 돌아올 것이란 시각은 기우”라고 덧붙였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엔화 환율 강세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950원 선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역사상 최고가를 돌파한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주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약 1억466만달러(약 139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국내시장에선 일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일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올해 들어 20% 이상 수익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이번달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닛케이 지수는 최근 일주일동안 2.5% 정도 떨어졌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ETF 매입 종료도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투자 중 소프트웨어 투자 확대 등이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음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아날로그 경제가 디지털 경제로 순탄하게 탈바꿈할지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증시 랠리로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관련 비중이 증가했지만 이는 주가 상승 효과일 뿐 자산구조의 변화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중산층 자산 증대와 가계의 금융자산 구조 변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은 먼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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