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부터 배상 논의 첫 시작…하나은행 위원회·지원팀 신설
신한, SC제일, KB 등 타 은행도 임시 이사회 개최 예정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전경. 하나은행 제공.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전경. 하나은행 제공.

최근 우리은행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에 대한 배상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하나은행도 자율배상 참여의사를 밝혔다. 마찬가지로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한 신한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은 이번주 내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배상 여부를 결정한다. 상품 판매 규모가 제일 큰 KB국민은행은 “아직 전수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27일 하나은행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투자자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고 배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투자자에 대한 배상을 위해 자율배상위원회와 자율배상지원팀을 구성했다. 

특히 하나은행이 신설한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는 금융업 및 파생상품 관련 법령, 소비자보호 등에 관한 외부전문가 3인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한다. 위원회는 자율조정 진행 과정에서 투자자별 개별요소와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공정한 배상절차를 진행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사가 판매한 전체 홍콩 ELS 판매 규모 2조3000억원 중 현 시점에서 만기도래분 중 손실구간에 진입한 금액은 약 7500억원”이라며 “구체적인 자율배상안과 자율배상 전담조직이 구성됨에 따라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속히 배상비율을 확정하고 배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홍콩 ELS 자율배상안에 대해 처음으로 수용 의사를 밝힌 곳은 우리은행이다. 22일 우리은행은 4월 12일 도래하는 홍콩 ELS 첫 만기분부터 분쟁조정안에 따라 투자자와 배상 협의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배상 규모에 대해 투자자별로 고려할 요소가 많다”며 “개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사항인 만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산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 ELS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되는 고객부터 조정비율 산정과 배상금 지급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배상 방안을 논의한다. 신한은행은 29일 이사회를 개최한다.

가장 판매 규모가 큰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후 보상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29일 임시 이사회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기업평가 제공.
한국기업평가 제공.

홍콩 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및 거래량을 기준으로 선별한 5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지수(Index)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228.6으로 고점을 달성한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2022년 10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3년 초 소폭 회복한 이후 2024년 3월말 현재까지 5770선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 발행한 홍콩 H지수 연계 ELS 연간 발행액 규모는 2021년 19조원에서 2022년 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1.3%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5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은행이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한 규모는 ▲KB국민은행 7조8000억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원 ▲우리은행 415억원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콩 H지수를 연계한 ELS 잔액 중 다수가 연내 만기가 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체 잔액의 80.4%인 15조2000억원의 만기가 2024년 중 도래하는데 이 중 65.8%인 10조원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에 금감원은 전체 판매 잔액의 90.6%에 해당하는 오프라인 판매에 대해선 10%포인트(p)의 공통 가중 비율을, 만 65세 이상 등 금융취약계층 대상 판매에 대해선 5%p 이상의 가산비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분쟁조정기준안을 공개했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은행들이 홍콩 ELS를 판매하며 적합성원칙 또는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된 사례가 많아 기본배상비율이 20~30%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체 손실액의 20~60% 수준에서 배상비율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분쟁조정에 대한 일회성 비용은 각 은행사 실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추산되는 KB국민은행 홍콩 ELS 배상금 예상 금액은 최소 1조5600억원에서 최대 4조6800억원이다.

이 밖에 ▲신한은행 4800억원~1조4400억원 ▲하나은행 4600억원~1조3800억원 ▲NH농협은행 4400억원~1조3200억원 ▲SC제일은행 2400억원~7200억원 ▲우리은행 83억원~249억원 순으로 추산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각 은행이 피해 사례별로 배상 규모를 산출한 후 이를 1분기 실적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징금 경감 등을 위해서라도 ELS 배상을 4월 초순 이전에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문영 한기평 전문위원은 “홍콩 ELS 사태가 은행사들 손익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지난해 대형 은행사의 지난해 이익이 워낙 컸기 때문에 배상 이슈가 자본적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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