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분향소 방문 어른신, 부인을 떠나 보낸 한 맺힌 눈물

고귀한 29명의 생명을 앗아 간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22일로 한달이다. 아비귀환의 화재 흔적이 여전한 가운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제천 종합운동장 합동분양소에는 애통의 흐느낌이 정적을 깬다.

21일 오후 29인 고인들을 반추하는 사진이 전시된 합동분양소에는 저 세상으로 간 한 중년 여성의 생전 사진을 어루만지는 어르신과 손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문도 아닌 목욕탕 비상구 앞에서 코끝만 검었을 뿐 깨끗한 상태였더라고요." 고인이 된 부인, 손남태(67)의 발견 당시를 회상하는 남편 A씨(71).

손자와 함께 고인이 된 부인 사진을 어루만지고 계신 어르신
제천 휘트니스사파 화재 참사로 51년 결혼생활의 반려자를 잃은 한 유족은 고인 사진을 쓰다듬으면서 "우리 마누라는 천사여 천사" 되뇌었다.[스트레이트뉴스 DB]

"옷도 다 입고 핸드폰도 챙겼더라고요. 그냥 나왔으면 살았을텐데." 지금도 화재현장을 가면 억장이 무너진다는 그는 "천사였는데..."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51년을 함께 살면서 아내가 죽으면  따라가겠다고 했다"면서 "살아있는 모진 목숨이 당장 약속을 지키지 못해 부인에게 미안하다" 고 비통해 했다. 

노인회 회장인 남편의 오전 연말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그날만큼은 오전에 하던 운동을 오후에 하러 갔다는 고인. "운동을 잠깐 하고 오겠다는 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라며 아내의 죽음에 자책했다. 

"매일 분향소와서 부인을 보는 일이 하루의 전부인 것 같다"는 그는 분향소에 진열된 '그리움이 쌓인' 아내 사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크게 아파도 좋으니 단 3개월만이라도 돌아왔다가 가면 소원이 없겠다"는 그는 "우리마누라는 천사여 천사"했다.

애절한 눈빛으로 사진을 쓰다듬고 있는 어르신 모습을 뒤로 한 가슴은 멍했다.

합동분향소가 마련 된 제천종합운동장
합동분향소가 마련 된 제천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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