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민주화 운동 38주년 기념사
"불확실한 진실규명 채워져 가고있다"
文대통령 불참...북핵현안 해결 집중 차원인듯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기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계대표와 5·18유공자, 유족, 일반 시민, 학생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18일 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유영봉안소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 뉴시스
18일 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유영봉안소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 뉴시스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제작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김꽃비와 김채희 씨가 진행을 맡았다. 빗줄기 속 치러진 기념식은 추모공연과 헌화분향·경과보고를 시작으로 국민의례·기념사·기념공연·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공연에는 5·18 당시 시민참여 독려를 위해 가두방송에 나섰던 전옥주(본명 전춘심) 씨가 출연,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특히 올해 기념식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이창현(당시 8세) 군과 38년 동안 아들 이 군을 찾아다닌 아버지의 사연을 영화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에 접목한 '시네라마' 공연이 선보였다.

1980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이 군은 광주 지역에 휴교령이 내려진 5월19일 집을 나섰다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않았으며 결국 1994년도에 5·18 행방불명자로 등록됐다. '시네라마'에는 실제 사연의 주인공인 이창현군의 아버지 이귀복씨가 출연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기념식에는 오월 광주와 인연이 깊은 외국인들도 참석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5·18의 진실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고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고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과 2018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 등이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독일 제1공영방송 기자로 민주화운동 현장을 영상에 담에 5·18을 전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오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 주제의 5·18민주화운동 38주기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펼쳐지기 앞서 그날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오른쪽 2번째)와 고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왼쪽 2번째) 등 가족이 민주의문 앞에 도착해 설명을 듣고 있다. / 뉴시스
'오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 주제의 5·18민주화운동 38주기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펼쳐지기 앞서 그날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오른쪽 2번째)와 고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왼쪽 2번째) 등 가족이 민주의문 앞에 도착해 설명을 듣고 있다. / 뉴시스

5·18의 실상을 알린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는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이자 의사로 활동했다. '광주에 가고 싶다. 광주에 묻히고 싶다'라는 말을 남긴 고인의 말에 따라 광주 양림 선교동산 묘원에 일부 유골이 안장됐다. 난다나 마나퉁가는 스리랑카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편에서 투쟁, 2018광주인권상을 받았다.

이낙연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으로 부터 38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 진실규명이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불완전했던 진실규명이 채워져 가고 있다. 오는 9월 5·18 특조위가 가동되면 사실이 규명되고 책임도 가려질 것이다. 과거 정부의 범죄적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발의한 헌법 개정안 전문에 '헌법적 의미를 갖는 역사적 사건'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추가하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었다.

문 대통령이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하는 배경은 먼저 다음달 13일 지방동시선거로 민감한 시국에 정치적 오해를 부를 지역방문은 최소화하자는 청와대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주요 기념일에 특정 지역을 방문하면 여당 출마자를 돕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을 닷새 앞두고 한반도 현안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마곡 연구개발단지에서 '혁신성장 점검회의'를 주재한 것 외에는 이번주 내내 청와대에 머물며 정상회담을 준비한 바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일주일여 만에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현직 대통령으로서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버지 추모 편지를 읽으며 흐느끼는 유가족을 안아주는 모습으로 문재인 정부식 '소통'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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