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고발·수사 의뢰 아닌 '수사 협조' 절충점
대법관들 "근거 없다" 반발...갈등 확산될 듯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하지 않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재판 거래'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5일 지난 보름간의 침묵을 깬 김 대법원장은 법원 안팎으로 터져 나오는 형사 고발과 수사 반대라는 엇갈린 주장 속에 '재판 거래' 의혹 파문을 진화하기 위한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뉴시스

하지만 '재판 거래' 의혹 해소를 위해 수사 협조 결정을 내린 김 대법원장과 달리 대법관들은 이날 "재판 거래 의혹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이 이미 접수된 고발장에 따라 수사를 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하고 사법행정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사법부 책임자로서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법부가 수사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검찰에 공을 넘긴 셈이다.

김 대법원장의 이 같은 판단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제시한 입장과 사실상 일치한다. 지난 11일 열린 법관대표회의에서는 이미 검찰에 고소·고발이 다수 이뤄져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추가적인 형사 조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에 따라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는 완화된 톤의 결의문을 밝히며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비쳤다.

이는 지난 1일부터 전국 각 법원에서 단독·배석판사 등 소장판사들을 중심으로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외부 법률가들과 시민단체 등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사법부의 형사 조치를 강하게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이날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수사에 대해 사법부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도 자명하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장들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고위 법관들이 '재판 거래'는 없다면서 사법부 독립 침해를 우려하며 고발 등 조치와 수사에 반대한 것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평가다. 대법관들도 "재판 거래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 내 '세대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김 대법원장은 고심 끝에 중간 선택지를 고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직접적인 형사 조치를 요구했던 판사들과 외부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판 거래' 의혹이 실제 실행됐는 지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과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핵심 관련자들의 개입 여부 및 책임을 묻는 것은 검찰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이미 법원을 떠나 대법원이 이들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 때문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도 양 전 대법원장을 결국 조사하지 못했다. 김 대법원장이 장고의 시간을 가졌지만, 결국 소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재판 거래' 의혹 판결의 당사자들 반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에 관여하거나 작성한 현직 법관 13명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면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상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 파면되지 않으며 법관징계법상 정직·감봉·견책의 징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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