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 때 그 진실은 언제든지 밝혀질 것

[사진제공=뉴시스]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직후 “양심의 법정에서 자신은 무죄”라고 강력히 피력했던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지지자들에게 “나는 결백하다. 굴복하지 않겠다. 죽은 사법정의를 살려 내달라”라는 말을 남긴 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명박 정권에서 검찰이 기소했던 한명숙 뇌물수수 사건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소위 ‘의자가 돈 받았다’로 유명한 곽영욱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고, 다른 하나는 그 반대로 유죄가 확정된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씨에게 뇌물을 수수했다는 사건이다.

당시 서울시장 야권후보로 나섰던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누가 보더라도 흠집내기 표적수사라는 것이 중론이었는데 특히 두 번째 사건은 곽영욱 사건이 1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실시 되자 판결 이틀 전에 슬쩍 끼워 넣은 것으로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무리한 수사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헌데 그 끼워 넣은 사건이 결국 한 전 총리를 구속시킨 주역이 되었다.

한명숙 전 총리 유죄선고의 결정적 증거라는 게 동생이 전세자금으로 한 전 총리 지역구 사무실 비서였던 김 모씨에게 전세자금으로 빌린 1억원짜리 수표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한신건영 대표에게 김 모 비서가 3억원을 빌렸고, 그 중 1억원을 동생이 김모 비서에게 전세자금으로 빌린 것으로 돈의 애초 출처는 한만호 전 대표이긴 하지만 정치자금이 아니라 한 전 총리와 무관하게 동생과 김 비서 간의 개인적 채무 관계라고 지금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법원 진술내용에 따르면 한명숙 전 총리의 동생은 2004년 총선 때 일산에 출마한 언니 한명숙의 선거를 자원봉사로 돕던 중 김모 비서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터 둘이는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한 전 총리 동생이 김포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전세금이 1억 가량 비싸 정기적금 등을 통해 해결할 생각을 했지만 이사 날짜가 적금만기일보다 열흘 이상 앞서 제때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하려면 적금을 해약하고 그에 따른 이자손실을 감수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비서가 마침 한만호에게 빌렸던 3억원 중 1억원 수표를 잠깐 빌려주겠다고 했고, 한 전 총리 동생은 5천만원만 빌리면 됐기 때문에 두 장의 수표로 5천만원을 김 비서에게 주고, 1억 수표를 받아와 전세금을 치를 때 사용했으며 이후 열흘이 지나고 적금만기일이 되자 두 장의 수표로 5천만원을 마련해 김 비서에게 갚았다는 것이다.

물론, 뇌물을 받아쓰고선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말을 맞춘 것 아니냐고 의심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을 수표로 받는 어리석은 정치인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2011년 4월 19일 1심 11차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전세금을 지불할 때 중개인과 임대인이 서명한 1억원짜리 수표와는 별도로 한 전 총리 동생이 발행했지만 누구도 사용한 적이 없는 네 장의 수표 원본이 변호인을 통해 공개됐다. 만약 검찰 주장대로 뇌물을 받아쓰고 나중에 문제되니까 돈을 돌려주고 말을 맞춘 거라고 주장하려면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한 전 총리 측이 아니라 검찰에게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입증하지 못했고, 오히려 한 전 총리 동생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누구도 사용한 적이 없는 수표 원본이 공개돼 한 전 총리 측의 신빙성을 높이는 증거만 제시된 바 있다.

게다가 1심 재판에서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씨가 재판과정에서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재판 기록에 의하면 한 씨가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번복 한 이유는 검찰 관계자로부터 증언을 잘하면 가석방시켜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말과 석방되면 다른 사건으로 기소하지 않고 사업 재기를 도와주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들었다는 진술이다. 즉 한마디로 요약하면 회유와 협박을 당했다는 것이다. 해서 1심에서의 무죄판결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2심에서는 아무런 추가 증거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에서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하여 1심 판결과 반대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이 위증하면 처벌 받는 재판정에서의 진술보다 검찰에서의 진술을 인정한 것은 법원의 명예를 스스로 비하하는 판결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모든 재판은 증거로 판단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대법원마저 돈을 준 사람이 없고 한 총리가 직접 받았다는 어떤 증거도 추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원합의체 판결로 2심 법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명숙 판결이 있기 얼마 전 대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수많은 정황과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8대 대선개입 선거법 위반죄를 무죄 취지나 다름없는 증거불충분이라는 명목으로 고등법원에 재심리를 요청했다. 한 총리 사건과는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상당수 국민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정치적 판결이라면서 수긍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열사람의 도둑을 풀어주는 한이 있어도 한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가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강기훈 유서대필조작사건 등 많은 사건들이 과거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 판결하였지만 훗날 재심에서 무죄가 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대법원이 판결했다고 다 진실은 아니라는 말이다. 진실은 그 시대에 금방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우리가 만들 때 그 진실은 언제든지 꼭 밝혀지는 것이다.

 

김상환(전 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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