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사전으로 남겨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

[사진제공=뉴시스]

국가정보원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기업 ‘해킹팀’에게 고가의 해킹장비를 구입 2012년 총선과 대선 직전은 물론 최근까지 컴퓨터, 스마트폰에 대한 민간인 불법 감청을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원 전 국정원장은 헌법유린, 국기문란 행위를 자행한 대국민 해킹부대지휘관 이었기도 한 셈하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혹시나가 아닌 역시나로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면죄부성 판결을 내렸다.

만약 사법부가 살아있는 정권과 결탁하거나 지레 겁먹고 눈치껏 잘못된 판결을 하면 과연 그들은 누가 심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때마침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헌법을 파괴·유린한 사람들을 기록하는 ‘인명사전’인 『반헌법 행위자 열전』(가칭)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와 이해동 교수가 광복 70주년 제헌절을 맞아 헌법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반(反)헌법 행위를 기록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헌법을 파괴·유린한 사람들, 현대사를 왜곡한 사람들을 기록하는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 사업을 공개 제안했다.

대상으로는 ‘대한민국 공직자 또는 공권력의 위임을 받아 일정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직위와 공권력을 이용해 내란이나 고문조작·부정선거 등 반헌법 행위를 자행한 자, 반헌법 행위를 지시 또는 교사한 자, 반헌법 행위를 방지하거나 고발할 책임이 있으면서 묵인·은폐한 자, 반헌법 행위 또는 행위자를 적극 비호한 자’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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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반민특위 습격 사건, 민간인 학살, 진보당·인혁당·학림·부림 사건, 유서대필과 각종 조작 간첩 사건 등 주요 공안사건의 핵심 관계자들과 고문 수사관, 고문을 묵인한 검사·판사들 중 200~300명가량이 수록될 것이며 철저히 자료에 기초하고 조사하고 검증을 거듭해 오늘의 잣대가 아닌 행위 당시 법률로도 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저지른 자들을 ‘열전’ 형식으로 남겨 역사의 법정에 세우겠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치열한 민주화 과정을 거쳤고 민주정권 10년 동안 과거 청산도 했지만 내란·고문·조작·부정선거로 헌법 파괴를 일삼던 자들은 여전히 권력자로 군림하면서 법치를 내세우고 헌법을 들먹여 왔다. 몇몇 공안조작 사건에 대해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고 있지만 고문과 조작의 당사자들은 사과는커녕 여전히 훈장을 달고 국가유공자 행세를 하다가 죽으면 국립묘지에 묻히게 된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역사란 있을 수 없다. 역사 앞에서 내란, 고문과 조작, 부정선거 등 헌법을 파괴하고 유린한 자들의 책임을 기록하여 후대에 남겨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것이 또한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무이기도 하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된 과거를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김상환(전 인천타임스 발행인)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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