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게 됐다.

가족이 총동원돼 온갖 갑질로 구설수에 올라 조 회장의 퇴진은 예고된 결과이다.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관심이 집중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표대결에서 찬성 64.1%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지 못 해 결국 부결됐다.

소액주주의 반대가 많았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 운동에 나섰고, 이날 소액주주 140여명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반대표를 던졌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주권 행사에 따라 오너 총수가 물러났으며, 오너 리스크에 따른 경영권 약화가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 받는다.

대한항공 주식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율이 11.56%, 외국인 주주 20.50%, 기타 주주 55.09% 등이다. 기타 주주에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이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조 회장 외에 부인과 세 자녀는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