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기자] 한진그룹(회장 조양호)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주요 안건에 대한 표대결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27일 열린 대한항공의 주총에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됐다.

한진칼은 29일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제6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주인기, 신성환, 주순식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내이사 석태수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의 표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지분 12.01%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엔 사측이 승기를 잡더라도, 향후 KCGI와의 장기전을 피할 수 없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먼저 주목되는 승부처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다. 오너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도 한진칼 사내이사로 있는데, 일단 2020년 3월까지 1년 간의 임기가 남은 상태다. 

KCGI는 석 사장이 한진해운을 지원해 한진칼을 비롯한 그룹 전체의 신용등급 하락을 초래했다며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조양호 회장의 측근이자 오른팔 격인 석 사장은 대한항공 경영기획실장, 미주지역본부장, 한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현재 대한항공 부회장과 한진칼 사장을 겸임 중이다. 

석 사장의 연임안에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반대 의지를 표명했다.

한진칼 3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6.7%)은 대한항공 때와는 달리 한진칼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7일 한진칼 주주총회 안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하고, 석 사장의 재선임에 대해서는 찬성하기로 했다. 

KCGI는 사외이사 후보자 또한 독립성이 의문스럽다며 선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주순식 후보자는 조양호 회장의 횡령과 배임 사건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소속이란 점을 들어 반대했다.

이에 앞서 한진칼 측은 주순식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본부장·소비자본부장, 상임위원을 두루 맡으며 공정거래 법규에 대한 위반 리스크 예방에 기여할 인물이라고 소개했었다.

주총 특별결의 요건이 필요한 한진칼의 정관변경 안건도 쟁점이다.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을 통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 안을 냈는데, 이는 사실상 조양호 회장의 등기이사직 박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한편 KCGI가 지분 보유 기간 6개월을 충족하면 향후 주총에서 한진가에 대한 압박 수위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주주제안권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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