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또다른 항공업 상황, 인수조건 변경 가능성 높아
채권단, 영구채 5000억 출자전환 '긍정 검토설'…특혜시비 가능성도 제기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에 이미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선언을 했음에도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에 이미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선언을 했음에도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이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선언했음에도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항공업계 부진과 ‘코로나19’의 여파로 인수 상황이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5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란 소식과 함께 아예 인수합병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16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조건 변경을 논의 중이다. 이러한 논의 가운데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5000억원어치 영구채와 4000억원 규모 크레디트라인(신용대출) 등을 인수자가 갚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면서 부채비율이 1386.7%까지 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자금시장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산은이 투자한 5000억원어치 영구채를 출자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금리가 높은 영구채를 출자전환하면 이자와 상환 부담이 줄어들어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여기에 산은과 같은 국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주주로 참여할 경우 회사운영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외에 다른 기업들도 유동성 공급을 요청 중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미 두산중공업과 저비용항공사(LCC)에 2조원 가까운 정부자금이 투입됐다. 이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또 정부돈이 들어가면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전후방 연관 효과와 고용효과가 큰 이들 산업이 무너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전환 방안 외에도 아예 인수합병 협상 자체를 다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증권은 16일 HDC현산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분위기가 급변한 상황에서 인수합병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전체 매입가는 2조5000억원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부담분은 약 2조원이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부채비율도 급증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추가 투자가 필요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6000억원대로 급락하며 자산 가치가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렇듯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당시와 비교해 악화된 분위기 속에서 인수 논의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HDC현산의 주가를 누르는 가장 큰 악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가격 협상 혹은 인수 포기 등의 발표가 나온다면 주가 변동성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인수 의사를 밝힌 지난해 말 대비 상황이 급변한 상황에서 M&A 재협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HDC현산 측은 이러한 업계 전망과는 달리 IR과 컨퍼런스 콜을 통해 "자금 조달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는 예정대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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