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픔과 혼선이 교차하는 국민의당」
「원내 교섭단체의 막강한 힘에 3명이 부족해」
「교섭단체 구성, 키맨들에게 있지 않아」
「국민이 살펴야 할 것은 공천 탈락에 대한 두려움」

새정치의 혼선

권은희(광주 광산을), 김관영(전북 군산), 김동철(광주 광산갑), 김승남(전남 고흥보성), 김영환(안산 상록을), 김한길(서울 광진갑), 문병호(인천 부평갑), 박주선(광주 동구), 신학용(인천 계양갑), 안철수(서울 노원병), 유성엽(전북 정읍), 임내현(광주 북구을), 장병완(광주 남구), 주승용(전남 여수을), 천정배(광주 서구을), 최원식(인천 계양을), 황주홍(전남 장흥강진영암)

1월 말 현재 국민의당에 소속된 국회의원 17명이다.

▲ 국회의사당 ⓒen.wikipedia.org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내건 ‘새정치’의 기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양분되어 기득권 독식이 심화된 양당체제의 ‘낡음’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3의 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캐치프레이즈에 따라 호남에 기반을 두면서 보수를 아우르는 행보를 이어왔다. 광주・전남・전북 11명, 서울・경기 6명인 소속 의원 17명의 지역구를 보더라도 국민의당이 내딛는 걸음이 순탄해 보인다. 그중 두 명의 국회 상임위원장(김동철 국토위원장, 박주선 교문위원장)도 있다.

그러나 인천과 부산 시당 창당대회에서 보인 ‘어설픔’은 차치하고라도, 정당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몇 가지 사건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이다. 보수진영을 아울러보겠다는 의도는 십분 이해하지만, 광주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른 그의 발언에 광주와 호남이 발끈했고, 그는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다.

▲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하는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NEWIS

현재까지 보수 쪽 현역 의원의 영입이 전무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호남에 기반을 두면서 보수를 아우른다는 캐치프레이즈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 ‘새정치’의 실체가 ‘낡음의 이합집산’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원내 교섭단체를 위해

국민의당이 비록 혼선의 와중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이미 정의당을 제치고 제3당의 입지를 견고하게 구축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3당이라는 타이틀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 원내 교섭단체가 되지 않는 한, 원활한 의정 활동이나 실질적인 입법 활동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며칠 전 기획조정회의에서 국민의 당이 해야 할 역할을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결정권을 행사하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로 규정했다. 그러려면 국회법 제33조에 따라 20명의 현역 의원을 확보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

▲ 캐스팅 보트 ⓒhuffingtonpost.com

현역 의원 19명을 보유한 정당과 20명을 보유한 정당이 받는 혜택 및 원내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은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원내 교섭단체에는 먼저 법안 내용 등 현안에 대해 상임위원장과 조율할 권리가 주어진다. 국회부의장 선출 권한과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원을 배분받을 권한도 주어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헌법재판소 등 국회가 행사하는 인사권에 참여할 권리도 주어지며, 대표가 정보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수도 있다.

국가로부터 받는 금전적 혜택 또한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4・13 총선이 예정되어 있는 올해, 국민의당이 정치자금법에 따라 중앙선관위로부터 수령할 수 있는 경상보조금 및 선거보조금의 총합은, 지금처럼 17석일 때 약 35억 원이고, 19석일 때에도 40억 원을 넘지 않겠지만, 원내 교섭단체가 되면 약 90억 원에 이른다.

중앙선관위의 보조금 지급일은 2월 15일이다. 국민의당이 실질적인 입법 활동을 보장받고, 90억 원의 보조금까지 챙기려면 3명이 필요하다. 가능할까?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키맨key-man들

국민의당을 원내 교섭단체로 만들어 줄 인물에는 누가 있을까.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나올 즈음부터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에 성공했다며 표정관리를 해왔던 새누리당을 배제하면 몇 명이 보인다.

일찌감치 탈당한 최재천 의원(서울 성동갑)과 탈당 이후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박지원(전남 목포) 의원이 그들이다. 그리고 박 의원과 가까운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김영록(전남 해남완도진도), 박혜자(광주 서구갑) 의원의 추가 탈당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17 + ...?

적지 않은 언론들이 최재천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를 점치고 있는 지금, 그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2석이 모자란다. 박지원 의원이 그중 한 석을 메울까? 국민의당이 신학용 의원을 영입하면서 적용한 잣대, 즉 ‘선고 이전이니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거한다’는 잣대를 박지원 의원에게 들이댄다 해도 쉽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신학용 의원 영입에 대한 대중의 비난은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수그러들었지만, 박지원 의원은 목포 출마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원칙 없는 영입이라는 비난, 불을 보듯 뻔하다.

두 번째 걸림돌은 ‘야권의 중통합’부터 일정 역할을 맡고자 하는 박지원 의원 자신의 입지다. 원외에 있어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소통합이라도 꿈꾸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소위 국회의원 ‘뺏지’다. 그렇기에 박지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까지 해가면서 국민의당으로 갈 일은 없는 것으로 보는 게 옳다.

결국 국민의당에 남는 방안은 이개호, 이윤석, 김영록, 박혜자 의원과의 개별 접촉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도 박지원 의원의 입김이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당 외부에서 자신이 말한 중통합의 시동을 걸고 있다.

교섭단체 구성의 진짜 키

그러나 국민의당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키는 따로 있다. 바로 ‘공천 가능성’이다.

더민주당 내부에서는 더 이상 탈당할 의원이 없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공천되지 않을 곳에 눌러앉아 있을 현역 의원이 몇이나 될까. 시간은 국민의당 편이다. 무려 보름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더민주당 내부는 공천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지배할 테고, 그런 두려움 중에 몇몇이 ‘새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 따위를 앞세우며 떨어져 나올 것은 자명하다. 어쩌면 새누리당에서 우후죽순 몰려나오는 바람에 국민의당이 환호성을 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의당 원내 교섭단체 구성, 최재천 의원이 아니라도, 박지원 의원이 아니라도, 이래저래 쉬워 보인다.

이즈음,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노려봐야 할 것이 있다. 공천 탈락에 대한 두려움을 ‘새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로 포장해가며 ‘벌거벗고’ 뛰어다니는 현역 의원들, 바로 철새들이다. 그리고 두 귀 쫑긋 세우고 들어둬야 할 것도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국민 빙자’ 탈당의 변이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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