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드 배치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 결여」
「만일을 위한 대비라는 싸드, 중국이 발끈해」
「핵우산 유지에 드는 돈은 외상으로?」
「묘수가 없다면 차기 군통수권자에게 넘겨야」

 

싸드 배치 당연하다?

며칠 전, 모 중앙일간지 선임기자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고고도 미사일 싸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를 둘러싼 한・중・미 3국의 입장, 그리고 싸드 배치의 정당성 및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일부를 옮기니 독자 제위께서 판단해보시기 바란다(선: 기자, 김: 필자).

▲ 싸드 배치, 할 것인가 말 것인가 ⓒrjkoehler.com

선: 그건 그렇고... 싸드,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어떻게 생각하나마나 정부가 사실을 이야기하는 대신 자꾸만 국민을 속이려고 하니 그게 더 문젠 것 같습니다.

선: 속이려는 게 아니라, 믿어주질 않으니까 그러는 거죠 뭐.

김: 그러니까요. 싸드가 중국 견제용이라는 걸 처음부터 까놓았더라면...

선: 까놓기 전에 언론을 통해 슬금슬금 흘렸는데, 그때마다 반론이 심했어요.

김: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 당연히 배치해야죠.

싸드는 만일을 위한 대비

김: 배치해야 한다... 왜요?

선: 북한에는 20km 이하로 날아다니는 고도 미사일이나 장사정포가 있는데, 왜 굳이 고도 40km 이상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고고도 미사일이 필요하나... 뭐, 그런 얘기 하시려는 거죠?

김: 당연한 거 아닙니까. 북한 미사일이 20km로 날아오는데, 40km짜리를 가져다가 어디 씁니까? 그러니 중국이 한국한테 싸드 배치 불가를 ‘레드라인’이라 그러는 상황이잖아요. 온 세상이 다 아는 얘기를 왜 우리나라 국민들, 특히 촌로들은 몰라야 하죠? 이렇게 속이니까 정부가 말만 하면 “저거 또 속이려고 저런다”,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거죠.

선: 그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미사일 연료가 뭔지 혹시 아세요?

김: 몰라요.

▲ 록히드 마틴社의 싸드 광고 ⓒlockheedmartin.com

선: 이거 봐. 그러니까, 소장님도 공부 좀 해야 한다니까.

김: 무슨 연료 쓰는데요?

선: 액체 연료 씁니다. 이게 정말 중요한데, 싸드가 꼭 중국을 위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 중에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본토까지 때릴 수 있는 게 있잖습니까.

김: 그런데요?

선: 그런데 액체 연료라는 게, 만약 가득 채웠을 때 일본까지 날아갈 수 있다 칩시다. 그 미사일에 액체를 절반만 채우고 포물선 각도를 높이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포물선을 그리다가 연료가 떨어지면 낙하하겠죠?

김: 당연하죠.

선: 패트리엇처럼 우리한테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나 장사정포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있어요. 그것들이 일차적으로, 또 이차적으로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는데,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대로 두드려 맞는 거라고.

김: 그래서요?

선: 거기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거, 이게 문젭니다. 그래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야당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데, 좋습니다. 야당은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 일반 국민도 “그런 거 없어도 돼!” 하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대통령은 안 그런 거거든요.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만일을 대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 싸드 배치의 명분 ⓒjtbc.joins.com

핵우산과 돈

김: 좋습니다. 십분 이해해서 지금으로서는 미국의 핵우산이 필요한 건 우리니까, 좋다고 칩시다. 그런데 물밑에서 치열하게 협상을 하고 있으면 “하고 있다”고 말해야죠. 그리고 툭 깨놓고 말해 봅시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서로 먼저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돈 때문이잖아요.

선: 맞습니다.

김: 싸드 한 포대 운용에 연간 1조5천억 원이 드는데, 지금 이걸 한 포대도 아니고 여러 포대를 들여오겠다는 거 아닙니까. 하드웨어 가격보다는 인건비가 물먹는 하마잖아요. 백분 양보해서, 배치하는 거, 좋다 칩시다. 그렇지만 미국 돈으로 하라는 거, 이게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아마 협상에 올린 최초 안건이 못해도 50대 50에서 시작할 걸요?

선: 그런 예상은 별 도움이 안 되고... 싸드 배치에 동의는 한다는 거죠?

김: 제가 말씀드린 조건일 때 동의한다니까요. 그것도 백분 양보해서.

선: 고집하고는... 얼마 전에 미국이 B52 폭격기 전개한 거 아시죠?

김: 예.

선: 그건 말이죠, 핵 위기가 불거질 때, 미국은 B52뿐 아니라 언제라도 항모를 전개할 수 있다는 위협이나 다름없었어요.

김: 그렇게 봐야죠.

▲ 가능성 있는 미국의 핵우산 시나리오 ⓒkoreatimes.co.kr

선: 항모뿐 아니라 스텔스, 전투기, 전술핵, 이지스함 이런 게 다 나올 거라고요. 그러니까 협상에서 그런 걸 다 감안해줘야 할 거 아닙니까.

김: 지금?

선: 정부가 바봅니까, 지금 하게?

김: 아, 그럼...

배치는 하되, 외상으로

선: 예. 외상으로 하는 거죠. 다음 한미방위비 분담 협상 때 적용하기로 하고. 그래야 국민적인 저항이 좀 줄어들 테니까.

김: 흐음...

김: 그럼 기자님은 싸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입니까?

선: 예.

김: 시진핑 주석한테 가셔서 그렇게 말씀해 보시지요.

선: 하하하... 그 부분에서 이제 많이 갑갑해집니다.

▲ 중국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arabianbusiness.com

김: 제 생각에는 중국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G1인 미국을 위협하는 속도가 점점 더 급박해질 것 같은데요.

선: 예. 미국이 중국 견제를 서두르는 것도 그런 압박 때문입니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 같은 것만 보더라도, 중국의 힘이 이미 궤도에 올라와 있잖아요.

김: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예전의 ‘등거리 외교’를 떠올리게 하는 스탠스를 취해왔습니다. 이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거라고 보십니까?

선: 모르겠습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이 현재 경제・군사적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의 태도를 싸드 배치 하나만 놓고 보면, 여전히 미국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 미국인가 중국인가? ⓒir.blogs.ie.edu

김: 그럼 싸드를 배치하자는 말입니까? 아니면 중국이 무역이랑 레드라인까지 언급하면서 세게 나오고 있는 마당이니 하지 말자는 말입니까?

선: 안보를 위해서는 당연히 배치해야 하는 거고, 한반도 정세, 한중미 관계, 우리나라 수출, 북한 설득 같은 걸 보면 중국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되고...

김: 얼마 전부터 또 물타기 작전인지 물귀신 작전인진 모르겠지만, 싸드를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랑 같이 쓴다는 보도도 흘러나오던데, KAMD 그거, 진짜로 안 믿어집니다. 솔직히 부시 때 열 올렸던 MD가 명중률이 1/3도 안 된다고 난리가 났었잖아요.

선: 아뇨, 최소한 1/3은 된답니다.

김: 아니, 그러니까 배치해요, 말아요?

선: 중국을 보면... 근데 미국을 보면... 에이 씨, 그만하고 술이나 마십시다.

▲ KAMD 시스템 ⓒ대한민국 국방부

미국과 중국의 ‘저강도 패권전쟁’이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 싸드 배치로 촉발되고 있다. 만일 독자께서 대통령이라면 어떤 논리로 풀어갈 생각이신지?

이미 오래전부터 싸드에 관한 정부의 속내를 거론해왔던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 지금까지 흘러온 싸드 배치 문제의 가장 큰 흠결은 국민적 공감대 결여다.

○ 이번 싸드 배치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한 채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더욱이 중국의 경제적 보복행위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 북한과의 관계가 더 멀어지지 않으면서 도발 억제력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러고도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에 기여하는 묘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위에 나열한 다섯 가지 당위를 동시에 충족시킬 만한 인물이 과연 현 정권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싸드 배치 문제가 지금까지처럼 불명확한 가운데 진행된다면, 아마도 국민적 반발이나 중국의 경제적 보복, 북한의 도발,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 실패 중 하나가 터져 나올 것이다. 어쩌면 여러 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안타깝게도, 국민적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은 이미 꽤 되었다. 만일 여당이 제출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까지 통과된다면, 다수결의 원칙이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고, 그런 시스템 하에서는 싸드 문제 역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 현명한 판단은 차기로 ⓒmagaf88.deviantart.com

이런 지경이라면, 북한이 내일 당장 선전포고를 해오지 않는 한, -군 운용에 요구되는 돈이 없어 지금 당장은 선전포고를 해올 수도 없지만-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국론이 분열될 것은 물론, 중국의 경제 보복이나 북한의 도발, 그리고 그로 인한 동북아 긴장 고조 및 부정적 시그널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 증폭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위험들을 감수하고 미국의 동아시아 MD 시스템을 완성시켜주는 대신, 묘수를 찾아낼 수 있는 차기 군통수권자를 제대로 뽑은 다음, 그에게 맡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독자 제위의 고견이 궁금합니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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