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사업 뜨며 가치 증명
화학공장 사건사고 끊이지 않아
유가 널뛰기에 마이너스 정제마진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올 한해는 코로나19가 전세계적 대유행을 타면서 다양한 산업별로 위기와 기회를 맞이했다.
석유 부산물로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은 저유가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봤다. 여기에 환경오염 이슈가 커지면서 2차전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더욱 늘면서 관련 산업이 각광받았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까지 겹치며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저유가로 수혜입은 석유화학
석유화학 업계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경쟁력 확보로 수혜를 입었다. 코로나 이전까지 수익이 떨어진다고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석유화학 ‘톱3’로 불리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톱3'의 올해 영업이익은 모두 3조442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인 2조3812억원보다 44.5% 증가한 것이다.
이는 원료가 약세가 지속돼 스프레드(원재료와 제품 간 가격 차이)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 위생용품 급증이 영업익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 위생 장갑, 손 세정제 등 위생용품에 주로 쓰이는 플라스틱 화학제품의 수요 증가와 함께 일회용 포장도 급증했다.

◇화학업계, 2차전지 시장서 성장 도모
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와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깜짝 수익을 얻기는 했지만 미래 성장력을 찾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전기자동차에서 엔진역할을 담당하는 ‘2차전지’ 시장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를 자랑하는 LG화학은 최근 전지사업 부문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분사를 통해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분사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주에 가치 환원을 약속하며 오는 2024년까지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토탈은 최근 충남 대산공장에 배터리 분리막 소재로 사용되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설비 증설을 완료하고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약 400억원을 투입한 이번 증설로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의 연간 생산능력을 최대 14만톤까지 확보하며 고부가 합성수지 제품 확대에 나섰다.
롯데케미칼도 범용제품 뿐만 아니라 분리막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분리막 판매량은 연 4000톤, 매출액은 100억원이지만 2025년까지 각각 10만 톤, 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배터리 업계에서 좋은 소식만 들려오는 것은 아니다. 미래 부가가치만 큰 만큼 업계간 경쟁도 치열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분쟁 중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이 또 연기됐다. 이번 연기로 최종 판결은 벌써 3번째나 미뤄졌다.
해당 소송을 담당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패소로 예비 결정을 내렸고, 예비결정이 뒤집힌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의 승소가 여전히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소송 장기화는 SK이노베이션 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에도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소송 리스크가 더욱 장기화되기 전 현재 고착 상태인 합의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끝나지 않는 공장 안전사고
코로나19 외에도 화학업계에서 연이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수십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대산공장이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롯데케미칼은 올 한해 영업이익이 3330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현재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은 지난 7일부터 시험가동에 돌입한 상태다.
LG화학도 지난 5월 인도 현지법인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스타이렌 모노머' 가스 누출로 지역 주민 10명이 사망했다. 같은달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는 폭발 사고로 직원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부상을 입는 등 사고가 발생했다.
또 LG화학은 지난 11월 전남 여수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000억 상당의 손실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저유가에 정유마진까지 떨어져 ‘실적 엉망’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록다운(이동제한)에 들어가면서 유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동이 줄어들면서 석유 수요마저 실종되자 정유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국내 정유4사의 적자는 5조원을 넘어선다.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정유4사는 5조1000여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역대급’ 적자규모는 국제저유가와 정제마진(원유를 정제해 남는 이익) 악화의 영향이 크다. 특히 올해 초 국제유가는 급격히 추락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것을 뜻한다. 즉, 수요가 실종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유업계가 막대한 재고평가손실을 떠안게 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정유사가 원유를 가공해 2~3개월 후에 판매하는데 그 사이에 유가가 급락하게 되면 구입한 유가를 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앞서 정유업계는 산유국들이 셰일가스 주도권을 두고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유가가 급락한 2014년 4분기를 ‘최악’으로 평가했다. 당시 정유 4사의 손실 합계는 1조15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2014년의 경우를 몇배나 뛰어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현재 정유사들은 원유 처리 공장 가동률을 낮춰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길을 택한 상황이다.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정유사 주식 배당도 어려워졌다. 정유사 관련 주식은 항상 고배당주로 꼽혀 연말에 투자심리를 자극해왔다.
배당금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주주에게 분배하는 주주환원정책 가운데 하나로 실적에 따라 배당금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정제시설 가동률이 70%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배당금을 책정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저유가 기조와 낮은 정제마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현재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멈추지 않아 전세계적으로 석유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