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없는 자율규제…세제혜택 없어 실망 매물
5월 2차 세미나때 구체화…“조정장 노려라”

기업밸류업 지원방안세미나에 앞서 인사말 중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기업밸류업 지원방안세미나에 앞서 인사말 중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1월 중순 이후 약 한 달여간 관심이 이어져온 정부당국 발 밸류업 프로그램이 26일 모습을 드러냈다. 법에 의한 강제성 없이 기업들의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점, 구체적인 세제혜택 발표 결여 등에 단기 실망 매물이 나오는 가운데, 구체적인 안이 나올 2차(5월) 세미나를 기대해 매수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장중 2629.78(-1.42%)까지 밀리다 낙폭을 일부 회복해 2647.08로 마감했다. 특히 그간 밸류업프로그램의 수혜 종목으로 이익은 나면서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은 낮은 금융주 등의 낙폭이 컸다.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천명한 이후 코스피는 연일 반등을 이어갔다. 지난 23일 장중 2694.80까지 오르며 2700선 탈환을 노크했으나, 26일 윤곽을 나타낸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한 실망 매물 영향이다.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공개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주주가치 기업경영 확립 등이 이날 공개된 방안의 골자다.

먼저 상장기업 스스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각 기업에 적합한 계획을 수립, 공시, 이행하며 홈페이지 또는 거래소에 자율 공시 형태로 목표달성을 위한 추진일정 및 목표 달성여부 평가를 공개하도록 했다.

이어 금투세 폐지, ISA 세제혜택 확대,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및 ETF 개발 등의 투자 매력도 제고를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불법 공매도 근절과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선을 추진한다는게 정부 계획이다.

KB증권 강승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내용이 다수 공개됐음에도 코스피가 약세를 면치 못한 이유에 대해 ▲기대감 현실화에 따른 모멘텀 축소 ▲기존에 언론에서 보도되었던 내용 중심 ▲기업 자율에 초점을 맞추어 투자자들의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됨에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 존재 등을 꼽았다. 한마디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뉴스가 없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격언을 실천한 셈이다.

강 연구원은 “(기업들이)주주환원률 제고를 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가지고 있는지, 지속적인 주주환원율 제고를 위한 해당 산업의 성장성, 수익성이 확보돼 있는지, 경영진이 주주환원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관심 가져야 할 주식으로 KB증권은 금융주를 꼽았다.

강 연구원은 “경영진의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시점에서는 ▲충분한 자본비율 (CET1, NCR, K-ICS)을 확보하고 있고 ▲경상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된 금융사의 선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26일 당일엔 워낙 최근까지 상승폭이 컸던 금융주가 대거 급락해 코스피 하락의 원인이 됐다.

대표적으로 KB금융(-5.02%), 신한지주(-4.50%), 삼성생명(-3.56%), 하나금융지주(-5.94%), 삼성화재(-2.76%), 우리금융지주(-1.94%), 기업은행(-2.62%), 삼성카드(-4.74%), 현대해상(-7.07%), 한화생명(-9.60%) 등이다.

신영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강제성이 없는 자율규제에 세제혜택이 없어 단기적으로는 차익 매물 출회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5월에 밸류업 2차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고 KRX의 관련 인덱스와 ETF 출시도 후속으로 있는 만큼 부족했던 부분이 보완되어 정책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파는 조정이 아니라 사는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거품이 걷히고 난 다음 시장에 진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행동주의펀드들의 표적이 된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KB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행동주의 투자전략은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여지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주 관여 활동 등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며, “실제 기업 가치가 개선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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