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삶을 살다간 이들을 위한 종합대책이 나왔다. 고독사에 노출된 소외계층을 발굴하고 이들의 사회관계망 회복을 돕고 나아가 장례처리까지 책임지겠다는 것.

/ 뉴시스
/ 뉴시스

서울시는 20일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에 세부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서울시는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해부터 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면 관련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

고독사가 위험한 이유는 사회적 단절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관계망(친구,가족)이 단절된 상태에서 빈곤과 실직에 처할 경우 일반인 보다 39% 이상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결국 혼자서 질병을 앓다가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사망 이후 시신을 인수할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무연고사망자는 서울시에서만 매년 350여명이 달한다고 밝혔다. 이중 고독사로 밝혀진 경우의 62%가 남성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독사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 사회적 단절과 고립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이나 지역 사정에 밝은 통·반장, 주민자치위원 등이 참여하는 '이웃 살피미' 주민모임지역주민이 혼자 사는 주민들을 찾아가 살피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금천 가산동 쪽방 밀집지 등 서울시내 3개 동에서 진행한 시범사업(사회적 고립가구 관계맺기·지원) 결과 은둔형 1인가구의 경우 동주민센터에서 방문하는 것보다 동네이웃이 다가가는 것에 거부감을 덜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17개 자치구 26개 지역을 선정해 '웃살피미'가 구성·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같은 주거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중장년 1인가구 실태조사(연 1회)를 실시해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민워크숍 운영비, 홍보물 제작비, 동 특화사업비 등으로 각 지역별로 연 500만 원을 지원한다.

이웃살피미는 지역별로 10명 내외로 구성된다. 반지하, 옥탑방, 임대아파트 등 가구특성에 맞는 방문·응대 매뉴얼을 가지고 고립가구를 방문한다.

낙인감이나 자존심 때문에 방문을 거부하는 1인가구에는 건강음료 배달 등을 통해 안부를 확인하고, 개개인의 건강·위생 상태에 따라 밑반찬쿠폰이나 목욕쿠폰을 제공하기로 했다.

거동이 불편한 가구에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움직임을 감지해 알려주는 '안부확인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회복을 돕기 위해 서울시는 고립에서 벗어난 1인가구에게는 이웃과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자조모임 같은 커뮤니티 활동과 관계회복 프로그램도 지원할 계획이다.

생계곤란, 질병, 실직, 은둔형 1인가구 등 각 그룹별 처지와 바람에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고독사 위험에 있는 1인가구에게는 서울형 긴급복지 생계비를 현행 1회(30만 원)에서 최대 3회(90만 원)까지 확대 지원하고, 찾동 복지플래너가 방문상담 실시 후 필요시 사례관리로 연결해준다.

고독사의 39%가 알코올 중독, 우울증, 간경화, 당뇨 같은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질병이 있는 1인가구에게는 정신건강검진, 만성질환 관리 같은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지원한다. 찾동 방문간호사 397명, 25개 보건소 및 9개 시립병원, 147개 정신의료기관 등이 연계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예방대책에도 고독사가 발생할 경우,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공영장례 서비스를 통해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원대상은 기존 무연고 사망자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와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차상위계층)까지 포함됐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사망했을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장제비 75만 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다. 무연고자의 경우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시가 대행업체를 선정해 화장, 봉안 같은 시신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이달 22일까지 '서울시 공영장례조례'를 제정·공포한다.

한영희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초핵가족사회로 들어서면서 1인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공공과 지역주민이 함께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끊어졌던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도록 향후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