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철두철미한 보안 속에 중국을 방문한 것을 두고 여러 관측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방국인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동행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환영식, 연회에 함께했다. /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동행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환영식, 연회에 함께했다. / 뉴시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일행은 2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와 비공개 회담을 갖고, 28일 전용 열차를 타고 북으로 귀환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인식됐을 것이라며 그런 배경에서 이번 만남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방중은 중국이 김 위원장을 초청하고 북한이 이에 응하는 방식이었다.

영국 리즈대학 아이단 포스터 카터 선임 연구원은 "김정은으로서는 시 주석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먼저 만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CNN 보도를 통해 밝혔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른 후 한번도 외국 정상을 만난 적이 없는 인물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시험으로 관계가 소원해졌던 게 사실이다. 

앞서 일본 니혼TV 계열 NNN은 김 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노란색 띠를 두른 녹색 열차가 베이징역에 도착하는 장면과 공안이 그 일대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치는 장면을 보도했다.

중국이 최근까지 관계가 불편했던 북한의 손을 잡은 것은 이른바 '중국 패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북한은 6.·25 전쟁 이후 혈맹관계를 유지해왔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 북중 관계는 경색돼왔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신임을 받은 대표적인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경고에도 핵실험을 이어간 것도 북중 관계가 냉각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제임스 호어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는 "북중 관계는 최근 몇 년간 좋지 않았으며 특히 중국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들이면서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포스터 카터 선임 연구원은 "북한은 중국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베이징 카네기-칭화 센터의 북한 전문가 자오 퉁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비한 보험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면서도 한편으론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면 미국으로서는 외교 협상이 끝났다며 군사 공격 쪽으로 기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오는 "안정적인 북중 관계를 유지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미국의 공격에 대한 방패막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전문가인 영국 리즈대학의 애덤 캐스커트 교수는 "중국은 궁극적으로 이 지역 피스메이커로서 비춰지고 싶었을 것이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승자로 남기를 원했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이 요구하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발사와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비슷한 요구를 한다면 미국이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호어 전 대사는 "북한이 현재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이미 확보한 핵기술에 대해서는 체제 안전을 위해 보존하려고 할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제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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