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신설법인 설립으로 증폭되는 한국 철수 우려
‘군산 살리기’ 창업인큐베이팅 나선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 교육 위한 민・관・학 협력의 체계화 및 정례화 요구
부평・창원・보령, 위기 대비 지역 교육시스템 구축 서둘러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전년 대비 올해 1~9월 세계 판매량 15.1% 감소, 동 기간 국내 판매량 35.3% 감소, 누적적자 3조5,000억 원, 법인 분리를 두고 노조와 정면충돌한 한국GM의 경영 현주소다.

5개월 전 노조와 극한대립 끝에 가까스로 정상화에 합의했던 한국GM이 지난 19일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과 노동조합 없이 단독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R&D 신설법인 ‘(주)GM코리아 테크니컬센터(가칭)’ 설립안을 가결하면서 GM의 한국 철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GM의 脫한국 징후

신설법인 설립안에 따르면, 한국GM 직원 1만여 명 중 기술연구소와 디자인센터 인력 3,000여 명이 GM본사의 지휘를 받는 신설법인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쟁점은 신설법인이 한국GM과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승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GM은 “독자적인 R&D법인이 GM 해외사업의 중추인 차세대 중형 SUV를 개발한다는 것은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법인 분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 내 생산 부문 경쟁력이 떨어져 GM이 한국 철수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재 한국GM은 부평, 창원, 군산, 보령 등 4곳에 공장 및 디자인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군산공장은 이미 폐쇄됐다. 문제는 신설법인이 어디에 들어서건, GM의 한국 철수가 현실화한다면 부평과 창원, 보령의 지역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GM의 한국 철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GM 군산공장이 가동 22년 만인 지난 5월 폐쇄된 이후, 군산의 지역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군산뿐 아니라 전라북도까지 휘청거렸다. 한국GM이 직접 고용인원 14만여 명에 전북 전체 수출의 30%가량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반발해 시민사회가 부착한 현수막들(2018.05.) ⓒ스트레이트뉴스DB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반발해 시민사회가 부착한 현수막들(2018.05.) ⓒ스트레이트뉴스DB

정부와 전라북도, 군산시는 공장 폐쇄 후 2만여 명이 도시를 떠나간 군산을 되살리기 위해 고용위기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며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단기 처방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학 협력과 창업 인큐베이팅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용 창출 노력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넷임팩트코리아(Net Impact Korea), 군산대학교 등 민・관・학이 협력해 창업 인큐베이팅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군산을 찾았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군산 살리기’ 창업인큐베이팅

100여 명의 일반인과 학생들이 군산대 사회과학대 최고경영자세미나실에서 퍼실리테이터(촉진자)들과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넷임팩트코리아가 주관한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메이커 인큐베이팅’(9월 25일~11월 16일) 과정 중 창업을 위해 군산 지역경제가 처한 문제를 인식하고 공유하는 중이었다.

군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메이커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에 주관 기관으로 참여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박광진) 특화산업실 소속 황은영 매니저 ⓒ스트레이트뉴스
군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메이커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에 주관 기관으로 참여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박광진) 특화산업실 소속 황은영 매니저 ⓒ스트레이트뉴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박광진) 특화산업실 황은영 매니저를 만났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 때 구호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창조경제도 사라진 것으로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업무가 과거에 비해 달라졌을 뿐, 현재 전국 19곳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혁신 플랫폼’으로 개편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전북센터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업무는?

“‘2018 청년혁신과 인큐베이팅 사업’을 전라북도와 군산에서 실시하고 있다. 전라북도 전체적으로는 전통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교육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군산에서는 장기 침체에 빠진 군산 지역경제를 살리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센터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정책적인 부분이나 각 기관과의 연계에 대해 고민 중이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주관 기관으로 참여한 넷임팩트코리아의 제임스 리 대표가 퍼실리테이터(촉진자)로서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주관 기관으로 참여한 넷임팩트코리아의 제임스 리 대표가 퍼실리테이터(촉진자)로서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민・관・학 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혁신이든 창업이든 고용 창출이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민・관・학 협력이 정말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대표적인 ‘관’이다. 전북 프로젝트는 청운대학교와 함께 진행하고 있고, 군산 프로젝트는 군산대학교와 함께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진행 중인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메이커 인큐베이팅’은 창업 인큐베이팅 교육 프로그램인데, ‘민’에서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넷임팩트코리아가 참여 중이다.”

-오늘 이 프로그램을 간단히 설명하면?

“알다시피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조선소 군산공장과 한국GM 군산공장이 연이어 폐쇄되면서 군산의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화두다. 이 프로그램은 창업 직전 단계로 보면 된다. 새로운 사고를 가지고 새로운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면서 해결 능력을 키우고, 그것을 실제로 사업화로 연결시키는 리빙 랩(living lab) 프로그램이다.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핵심이다.”

프로그램의 ‘문제 인식’ 과정을 진행하던 도중 생각에 잠긴 참가자 ⓒ스트레이트뉴스
프로그램의 ‘문제 인식’ 과정을 진행하던 도중 생각에 잠긴 참가자 ⓒ스트레이트뉴스

-프로그램 수행 기간이 50일이 넘는 장기프로젝트다. 이런 리빙 랩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많았나?

“아니다. 서울 경기지방에서는 꽤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프로젝트다. 우리 센터는 2017년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북센터에서만 실시했는데, 올해 군산까지 확대된 것이다.”

-프로젝트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들었다. 걸림돌이 있다면?

“군산 지역의 경우 군산대 자체적으로 디자인씽킹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민・관・학 협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북 전체를 봐도 그렇다. 우리 센터와 군산대의 협력이 시작됐으니, 이제부터 연계의 체계화와 정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예산도 중요하고 사업의 지속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 기업의 관심 부족이다. 이 문제를 제고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프로젝트 확대와 관련, 이번 프로젝트의 후원을 맡은 군산대의 안승권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혁신을 위해 이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홍보 부족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안 교수는 “지역발전이라는 것이 결국 지역 내 교육과 육성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창업을 인큐베이팅하는 등 산업생태계를 형성하는 작업인데, 이 부분에서 정책적인 효과가 잘 발휘되지 않고 있다”며 사업의 연속성을 위한 정부의 치밀한 역할을 주문했다.

멘토로 참여해 4차산업에 대해 설명하는 서일대 토목공학과 김부건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멘토로 참여해 4차산업에 대해 설명하는 서일대 토목공학과 김부건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2만여 명의 소비자가 빠져나간 군산시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늦어도 한참 늦었고 규모도 작지만, 민・관・학 협력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한국GM의 신설법인 ‘(주)GM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설립이 GM의 한국 철수로 이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군산공장 폐쇄’ 사례에서 보듯, 아무런 대비가 없다면 지역사회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GM의 향후 결정과 별개로, 부평과 창원, 보령에 고용 창출을 위한 지역별 민・관・학 협력시스템 및 지역특화 교육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bizlink@straight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