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정부가 미세먼지가 한풀 꺾이고 나서야 부랴부랴 긴급조치 강화방안을 내놓았지만 늑장대응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 내용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비상저감조치, 인공강우를 함께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시행이 된다고 해도 이를 통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정부가 7일 추가로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은 중국과 연내 인공강우 공동실험을 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지 하루만에 나온 것으로, 중국 외교당국이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 요인이 크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재차 부인하고 나선 상황에서 이견이 엇가리고 있다. 정부 외교 라인의 협조 없이 실무부처인 환경부 차원에서 나선다고 해결될 리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책임을 물은 사례도 없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어디까지나 외교 측에서 언급한 것이지, 생태환경부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2주 전 회담 때 정도의 차이에 대해서는 우리와 입장이 달랐지만,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시인을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합의한 중국과 인공강우 기술 교류로 미세먼지를 얼마나 저감할 수 있는지 연구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의 경우 가뭄에 대비한 인공강우 실험이 2008~2017년 10년 간 총 42차례만 이뤄졌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 검증에 나선 것은 지난 1월 서해상 실험이 처음이었고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 측이 우리보다 앞선 기술력을 내놓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중국이 인공강우 실험에 참여하더라도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인지 검증되지 않았는데, 되레 실험에 쓰이는 요오드화은 살포가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는 인공강우 실험이 매우 간헐적·국지적으로 진행돼 가뭄·수해 등 기후적인 특성을 변화시키는 부작용은 발생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요오드화은도 국제적으로 인체 유해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매우 미량으로 살포돼 생태계 교란 또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공식적인 보고가 아니라는 점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일수가 장기화할 때 기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만 적용하던 차량 운행제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세먼지특별법 및 필리핀 방치 쓰레기 대책, 물관리 일원화 후속대책 등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를 마친 뒤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세먼지특별법 및 필리핀 방치 쓰레기 대책, 물관리 일원화 후속대책 등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를 마친 뒤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야외용 공기청화기를 개발해 도심의 공공시설 옥상이나 지하철 배출구 등에 설치하겠다는 방침도 예산을 수반하는 만큼 실행이 원활히 될지 미지수다. 기기당 드는 비용은 1억~2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한국의 새로운 공기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예산을 5000억원 이상 확보 가능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담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나 이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추경은 정부의 기존 예산으로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수단인 만큼 국가재정법상 편성 요건이 까다롭고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여야가 오는 13일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추경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제1야당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예비비를 우선 사용하고 부득이하면 추경 편성을 검토해보겠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문 대통령의 지난 5~6일 연이틀 호령에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공약의 범주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문 대통령의 긴급 지시를 열거한 수준으로 새로울 게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대통령 지시의 반복이 없지 않아 있다"며 "대통령의 총괄적인 비상저감조치 업무 지시를 실행해야 할 주무부처로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추진할 지를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7일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미세먼지 관련 무쟁점 법안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자유한국당 정용기·바른미래당 권은희 등 여야 3개 교섭단체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관련 법안을 조율한 뒤 브리핑에서 이렇게 전했다.

여야는 우선 국가가 미세먼지에 대한 예방과 피해 지원을 하기 위해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다만 관련 상임위원회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가의 적극적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야는 또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사업법' 개정안도 처리하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LPG 연료 사용제한의 전면완화 또는 일부완화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세먼지 저감 및 다중이용시설의 대기질 개선과 관리 강화를 위해 '실내공기질 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수도권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 특별법'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 합의 가능한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미세먼지 측정과 공기정화기 설치 등 학생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교육위원회에서 논의를 통해 가급적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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