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이슈] 미세먼지, ‘일 안하는 국회’에 위협받는 국민건강
[ST 이슈] 미세먼지, ‘일 안하는 국회’에 위협받는 국민건강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9.0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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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진 초미세먼지 농도
과학적인 팩트는 감소했지만, 국민 불안감은 커져
과거 잊고 여야 뒤바뀐 채 가열되는 미세먼지 공방
연구조사 필요한 중국과의 협의 상당한 시간 걸려
국내 요인 해결 노력해야 하지만 일 안 하는 국회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미세먼지가 환경오염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초미세먼지(PM-2.5) 오염농도가 과거 80년대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음을 입증하는 과학적 데이터가 제시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23일, 환경운동연합 장재연 공동대표(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팟캐스트 ‘알릴레오’에 출연해 “70~80년대 대기오염 상태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중국만 탓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1986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09㎍/㎥였지만, 2013년까지 꾸준히 줄어들었고, 2015년 23㎍/㎥, 2016년 26㎍/㎥, 2017년 25㎍/㎥, 2018년 23㎍/㎥를 보였다. 86년 대비 4배 이상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장재연 대표가 블로그에 제시한 연도별 미세먼지 변동 추이(서울/부산/대구) ⓒ스트레이트뉴스
장재연 대표가 블로그에 제시한 연도별 미세먼지 변동 추이(서울/부산/대구) ⓒ스트레이트뉴스
장재연 대표가 블로그에 제시한 연도별 미세먼지 변동 추이(인천/광주/대전/울산) ⓒ스트레이트뉴스
장재연 대표가 블로그에 제시한 연도별 미세먼지 변동 추이(인천/광주/대전/울산) ⓒ스트레이트뉴스

장 대표와 함께 출연한 환경부 김법정 대기환경정책관 역시 “중국은 미세먼지를 드라마틱하게 줄이고 있다”며 “남(중국)이나 기상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또한 “과학적인 팩트 상으로는 분명히 개선됐는데, 국민 불안감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원인 두고 여야 뒤바뀐 공방전 가열

“당당하게 중국과 담판을 지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한중정상회담, 미세먼지 의제로 해서 즉각 열어줄 것을 촉구합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5일 한 발언이다. 자유한국당은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를 감축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의 안전안심 특위에 소속된 의원들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쓴 채 기자회견을 여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한국당의 공세에는 ‘탈원전 정책 철회’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만 놓고 보면 여당의 주장인지 야당의 주장인지 분간이 안 된다.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바로 그 내용이라서다.

새누리당 집권 당시, 중국 발 미세먼지가 주원인이라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박근혜 정권이 지목했던 미세먼지의 주범은 경유차와 삼겹살, 고등어였다. 그리고 2015년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 최대 오염원인 석탄발전소를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격세지감도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박근혜 정권은 삼겹살과 고등어 발언을 즉각 철회했지만, 석탄발전소 증설 계획은 철회하지 않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답답할 정도로 침묵했다. 중국과 즉각 담판이라도 지으라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헛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요인 과학적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필요해

미세먼지의 원인은 크게 국내 배출, 국외 유입, 기상 요인 등 세 가지다. 지난 3월초, 한반도가 역대 최장의 고농도 미세먼지에 휩싸인 이유는 국내 발생 미세먼지와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온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상 요인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다.

김법정 정책관에 의하면, 2013~2017년 사이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40%가량 낮아졌고, 중국 전역에서도 상당량 줄어들었다. 장재연 대표가 “중국만 탓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국내 배출과 국외 유입의 정확한 비율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지만, 두 요인 중 한쪽만 지지하는 전문가는 없다. 그렇다면 대책 역시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국외 유입과 관련,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사 간담회에서 “한중 환경장관 회의에서 고농도 미세먼지의 경우 중국 측 요인이 80%까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중국은 미세먼지의 한국 유입을 시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중국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중국 측 요인에 대한 해답은 과학자들에게 달려 있다. 조명래 장관 역시 이를 인정했다. 정치적 차원이 아닌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공동연구를 통해 협력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른 점은, 미세먼지 문제를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야말로 국회가 고심 중인 유치원3법이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더 화급한 ‘패스트 트랙’이 필요해 보인다.

일 안 하는 국회, 국내 요인부터 서둘러 해결해야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국내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미세먼지 줄이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25일부터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과 공사장 25,000여 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의 미세먼지 감시(드론추적)팀도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한 공단 지역을 단속하고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해 배출가스 5등급 2.5톤 이상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하고, 화력발전소 20곳의 출력을 80%로 제한하고 있으며, 차량2부제도 실시 중이다. 조 장관에 따르면, 비상저감조치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최소 4~5%는 줄어들 수 있다.

“석탄이나 LNG 사용을 줄이고 원전 가동 비율을 높여야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에서 보듯, 자유한국당의 미세먼지 대책 방점은 ‘탈원전’에 찍혀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국내 미세먼지의 주범이니 완전히 틀린 방향이라고는 할 수 없다. 2015년 당시 석탄발전소 증설 계획만 발표하지 않았더라도, 한국당의 ‘탈원전’ 주장은 상당한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냈을 것이다.

최근 3년 에너지원별 발전량 및 석탄/LNG 발전 초미세먼지 배출량 비교(자료:한국전력 전력통계 속보치/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2017) ⓒ스트레이트뉴스
최근 3년 에너지원별 발전량 및 석탄/LNG 발전 초미세먼지 배출량 비교(자료:한국전력 전력통계 속보치/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2017) ⓒ스트레이트뉴스

국내 요인을 제거하는 데 가장 큰 관건은 미세먼지를 재난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에 대한 규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국민 설득 및 협조 요청도 필수다.

그러나 ‘일 안 하는 국회’ 탓에 미세먼지 대책으로 접수된 법안 53건 중 상당수가 여전히 심사 계류 중이다. 미세먼지 대책, 즉 국민건강 대책이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 와중에 표류하는 옵션으로 전락한 것이다.

유치원3법도 좋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좋다. 그러나 미세먼지 대책이야말로 어떤 것보다 패스트 트랙이 가장 필요한 분야다. 국민건강은 어떤 경우에도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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