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법통은 민족 정통성이 어디 있는지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잣대

1945년11월3일 주요 인사들이 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임시정부 환국을 기념한 모습. (사진=김구재단 제공)

황교안 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하면서 국정화의 당위성으로 일부 교과서가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하는 반면, 북한은 ‘정권수립’도 아닌 ‘국가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를 크게 부여해 오히려 북한에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왜곡 전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황 총리의 발언은 무지의 소산이거나 아니면 어거지 둘 중 하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해서 황 총리의 발언은 헌법 전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거나 마찬가지다.

1948년 제헌국회 개회사도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승만도 초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민국 30년’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1948년 9월1일 이승만 정부가 정부 수립 후 최초로 발행한 ‘관보 1호’에도 똑똑히 (정부수립 역사를 의미하는) 30년 9월1일이라고 기록돼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역사적 증거다. 임시정부 정통성을 외면하는 북한과 다름은 당연하다.

임시정부 법통은 민족 정통성이 어디 있는지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잣대다. 이제까지는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에 정통성이 있지만, 만약 임시정부 법통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이승만이 세운 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김일성이 세운 나라로 남북이 대등한 관계로 전락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일부 수구세력들에 의해 1948년 8월 15일을 정부수립이 아닌 건국절로 바꾸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나 가족의 일제부역 역사를 감추기 위한 역사왜곡이라는 강력한 국민적 저항이 두려워 그만두곤 했다.

미국도 조지 워싱턴이 취임한 1789년이 아니라 독립선언서가 발표된 1776년 7월4일을 독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따라서 3·1 독립선언을 통해 건립된 임시정부야말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적 독립국가임을 보증해주는 유일한 증거이자 올바른 역사다.

황 총리는 법무부장관 출신이다. 법무부장관 출신이 헌법의 기초도 모르는 엉터리 법률가도 아닐 터, 금번 황 총리의 발언은 헌법 훼손은 아랑곳하지 않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거짓선동을 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관을 주입하겠다는 의지로 밝힌 것임이 틀림없다. 말하자면 총대를 멘 것이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에서 황 총리를 비롯한 장관후보 대다수는 야당의원들이 ‘5·16은 쿠데타인가 혁명인가’ 물으면 대법원이 2011년 국가보도연맹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5·16을 ‘쿠데타’로 규정했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도 ‘군사정변’과 ‘쿠데타’로 기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겁하게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했다. 대통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의 전형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역사관이 정립되지 않으면 결국 사상적으로 지배를 받게되는 그런 기막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통일 후 북한 측 주체사상 등에 나라가 오염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북이 두려워 북한처럼 국정화를 해야 한다는 말인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국민의 수준을 얼마나 형편없게 봤으면 이런 생각을 할까.

여당 대표도 역사학자 90%가 좌편향 됐다고 하는데, 그 역사학자들 대부분은 1970~80년대 군사정권시절 국정 역사교과서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허면 국정교과서가 좌파 양성의 주역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제 발등 찍는 꼴이다. 단언컨대 0.1%가 옳고 99.9%가 틀렸다는 세기의 궤변으로 정부와 여당에 의해 헌법마저 거짓으로 왜곡한 국정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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