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폭탄 고지서를 들고 세종시로 처들아 가자

정의당 광주·전남 시·도당 위원장과 당직자 11명은 19일 오전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 폭탄 규탄 및 불공정 전력요금체계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2016.08.19ⓒ뉴시스

지난 3월 22일 한국전력공사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매출액 58조 9577억원에 당기순이익 13조 4163억원, 그리고 영업이익만 사상 최대인 11조 3467억원을 달성했다고 보고한다. 주주들에게는 입이 떡 벌어지는 주당 3100원의 높은 현금배당까지 의결했다. 이는 한 해 전보다 무려 5.2배나 늘어난 금액이다.

2015년 말 현재 한전은 산업은행(32.9%)이 최대주주이며 정부 주식(18.2%)까지 포함하면 지분율이 51.1%인 공기업이다. 이밖에도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관리공단(7.07%)과 외국인들(31.32%), 그리고 소액주주들(10.51%)도 적지 않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잔치의 주인공은 무려 1조 1576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정부와 두 공공기관(산업은행·국민연금공단), 그리고 외국인(6233억원) 등이었다. 소액주주에게는 겨우 2091억원이 돌아갔으니 사실상 그들은 구경꾼에 불과했다.

한편 한전이 2015년 판매한 전력수입은 전년 대비 1576억원(2.9%) 증가한 54조 914억원이다. 그러나 매출원가는 오히려 1년 전보다 5조 1606억원, 무려 11.1%가 감소했다. 따라서 한전이 달성한 2015년 영업이익의 견인차는 바로 이 매출원가 하락, 주로는 연료가격 하락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전력시장통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발전 설비용량은 총 98,812MW이다. 이중 연료원(燃料源)별로는 LNG가 30.8%, 석탄이 28.9%, 원자력이 22%, 신재생에너지 9.4%, 유류 4.1% 등이다. 한전이 독점 구매하고 독점 공급하는 전력은 그 도매가격이 SMP(계통한계가격) 방식으로 정해진다. 원자력 → 석탄 → LNG 등 가격이 싼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부터 가동하며 가격을 낮춘다. 그리하여 2015년 실제 거래된 전력량을 보면 원자력 31.7%, 석탄 40.6%, LNG 21.5%, 신재생에너지 3.6%, 유류 1.9% 등 순이었다.

당연히 전체 발전 단가도 크게 떨어졌다. 전력거래가격은 ㎾h당 평균 84.04원으로 1년 전보다 7.1%가 내렸다. 연료원(燃料源) 중에서도 특히 유류(47.2%)와 LNG(27.7%)가 앞장서서 가격하락을 이끌었다. 거래량 비중으로만 21.5%인 LNG는 2014년과 비교해 무려 3조 8079억원어치가 줄었고, 비중(1.9%)은 아주 작았지만 유류 쪽에서도 2667억원이 줄어들었다.

2015년 국제유가는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과잉 지속과 석유재고의 누적, 미 달러화 강세 등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2013년 평균 107.88달러, 2014년 평균 53.6달러, 2015년 4/4분기 말에는 32.19달러를 기록했다. 2년 사이에 무려 70.2%가 하락한 것이다. 천연가스 역시 백만BTU당 가격이 2013년 평균 4.23달러, 2014년 평균 2.889달러, 2015년 4/4분기 말에는 2.337달러를 기록해 하락률( 44.7%)이 엄청났다. 전력용 유연탄 가격도 마찬가지로 톤당 가격이 2013년 평균 87.25달러, 2014년 평균 63.73달러, 2015년 4/4분기 말에는 51.58달러를 기록해 2년 사이에 40.9%가 내렸다.

이렇듯 연료가격 하락이라는 외부변수가 등장하면서 전력산업은 우연한 호황을 맞게 됐으며 경영진의 노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원가는 확 줄었는데 전기 요금은 그대로니 경쟁자 없는 독점 사업자의 이익 폭증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정부가 실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가장 높은 A등급을 받아 1500억원의 인센티브 잔치를 벌였다. 그래서 영업보고서와 경영공시 내역을 살펴보면 2만여명 한전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2년 전보다 861만원이 오른 7824만원이었다. 연봉인상은 기본급보다 3426억원에 이르는 성과·상여금이 주도했다. 여기에 각종 복리후생비(268만원)까지 더하면 실제 급여는 무려 8092만원에 이른다.

한전만 어마어마한 이익을 보는 건 아니다. 한전이 100% 주식을 소유한 6개 발전 자회사들의 이익도 급증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 자회사들의 영업이익은 2013년 9899억원에서 2015년 6조 5273억원으로 무려 5.6배가 늘었다. 이에 따라 현금배당도 1180억원에서 9044억원으로 6.7배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6개 발전자회사 2만 천여명 직원들의 2015년 평균 연봉은 오히려 한전 직원들보다 더 높아서 8024만원을 기록했다.

이와 반면에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임금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만명 임금근로자들은 이 기간 중 평균연봉이 2745만원에서 2898만원으로 겨우 153만원 늘어나는데 그쳤으니 허탈하기 짝이 없을 뿐이다.

2015년 한전은 전력판매부문에서 1576억원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이중 판매비중이 13.4%에 불과한 주택용에서만 무려 1000억원이 늘었다. 즉 매출 증가의 3분 2 정도가 일반 가정을 상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엉터리 같은 누진제에 원가(연료비) 연동제를 실시하지 않는 등 부당한 요금체계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LPG 가격인하를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13년 1900~2000원대를 유지하던 휘발유 가격(서울 기준)은 2014년 초 1800원대로 시작해 연말에는 150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400원으로 출발해 1300원대가 지속됐다.

2015년 1월 산업부는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가격인하 협조를 당부했다. 결국 도시가스 요금도 내렸다. 지난해에는 3차례에 걸쳐 5.9%, 10.1%, 10.3%가 각각 인하됐다. 가구당 연평균 9만 5000원 정도쯤 된다. 금년 들어서도 2차례에 걸쳐 9%와 9.5%가 내려서 월평균 6500원가량 절감되고 있다.

현재 계속된 저유가 현상으로 전기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최저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6월 SMP는 ㎾h당 65.31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22.7%가 하락했다. 이는 또한 열대야와 폭염 때문에 잠 못 이루던 지난 2013년 7월(155.29원) 대비 42% 수준이다.

정부는 민간업체에게 원가를 반영하도록 연동제를 사실상 강제하지만 정작 공기업인 한전은 묵묵부답이다. 여전히 부채가 많고 온실가스 감축과 송배전 개선을 위한 투자 등을 해야 한다고 버틴다. 그렇지만 2013년 당시 한 해에 2번씩이나 전기요금이 인상됐지만 이듬해 한전은 당당하게(?) 100조원대(108조원) 부채시대를 열었기 때문에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 금액은 5년 전보다 무려 57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연료비가 급락한 최근 2년 사이에도 부채 감소는 겨우 1조 5000억원에 그쳤다.

34개 OECD국가 중 정부가 독점하는 전력사업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당연히 가격까지 통제한다. 그러나 아무리 독점사업이라고 해도 그것이 시장경제체제라면 수요와 공급, 그리고 원가와 연동돼야 한다. 석유·유연탄·가스 등 발전원료의 가격 변동에 따라 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실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전이 11조원 영업이익, 13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면 부채상환과 시설투자부터 하거나 전기요금을 내려서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게 우선이다. 발전 자회사를 포함해 3조원 가까운 배당 잔치를 벌여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를 대부분 챙겨가는 건 국민 정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근로자 평균보다 이미 2배가 훨씬 넘는 연봉을 받는 7개 전력공기업 직원들이 성과·상여금으로만 총 5970억원을 챙긴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이에 반해 기록적인 폭염 신기록을 남긴 1994년 여름과 버금가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2200만명 가구에게 겨우 4200억원 누진세 경감이라니? 서울을 기준(26일)으로 해도 국민들은 이미 지난 2013년 기록(23일)을 넘어서는 고통의 열대야를 보내고 있다.

기왕에 잠 못 드는 여름밤이라면 전기요금폭탄 고지서를 들고 시름하는 전국의 서민들아! 세종시로 모이자. 산업부 청사로 쳐들어가자. 당당하게 전기 소비자의 권리를 요구하자. “겨우 2만원짜리 생색내기 누진제 경감대책은 필요 없다.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실시하라!”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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