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금융기관 고액연봉자들은 임금·일자리를 상생하라

한국전력이 빠르면 이 달 안에 직원 1인당 평균 2000만씩 성과급을 지급한다. 이는 지난해(748만원)보다 2.6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한전은 지난 6월 실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등급(A)을 받아 누진제 ‘전기요금 폭탄’으로 서민들을 상대로 번 떼돈을 갖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며 들떠있다. 총 4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이번 잔칫상은 곧 서민들의 피눈물이다.

2014년 초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은 덩달아 발전단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부 누진제 전기요금 적용과 함께 2014년 이미 영업이익 증가율 16배를 기록한 한전은 지난해에도 또 다시 4.8배가 증가한 영업이익 13조 4163억원을 영업보고서로 제출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전의 경영능력으로 평가됐고 5년 만에 기관평가 ‘A’등급을 회복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 쪽, 저유가 혜택은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오히려 살인적인 지난 7~8월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에어컨깨나 틀어댔던 대다수 국민들은 다시 한 번 무시무시한 전기요금고지서를 받아들고 신음하고 있다. 871만 가구가 50%, 그중에서도 298만 가구는 2배 이상을 한 달 전보다 더 많은 전기료를 납부했거나 내야 한다.

한전의 2016년 직원 인건비예산은 1인당 평균 7403만원이다. 경영평가 성과급은 기본급에 비례하여 배정되므로 1인당 평균 2000만원 규모에서 개인별로 차등 지급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한전 직원들의 올해 평균연봉은 9403만원으로 급등하게 된다. 지난해 7876만원(경영평가 성과급 748만원 포함)이었으니 무려 19.4%가 인상되는 것이다.

발전단가 하락에 따라 한전이 소유한 6개 발전 자회사들의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역시 지난 2년 사이 5.6배가 늘어나 2015년 6조 5273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리하여 발전 자회사 직원들의 2015년 평균연봉은 오히려 한전 직원들보다 더 높아서 8024만원을 찍었다.

한편 전력거래소, 한전KDN,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등을 포함한 11개 전력공기업에 종사해온 5만명 정규직들은 2015년 평균연봉으로 7992만원을 수령했다. 이들은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료 등 비급여성 복리후생비 등을 합하여 모두 8109만원을 인건비성 명목으로 받아갔다. 이중 연봉 최고액은 전력거래소(9033만원)이고 최저는 한전KDN(6999만원)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중부발전, 남부발전, 한전KDN 등 4개 기관은 경영평가 성적이 나빠서 경영평가 성과급이 제로(0)였으나 그래도 이 엄청난 고액연봉을 챙겼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월 임금총액은 274만원이었다. 연간 평균으로 계산하여 5인 이상으로 좁히면 330만원이고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으로 문턱을 더욱 높이면 501만 6천원(연봉 6019만원)이었다. 그러므로 전력공기업 종사자들의 연봉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보다 한 수 위, ‘신(神)의 직장’인 공공기관 중에서도 신(神)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금융 공공기관 종사자들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살펴보면 금융 분야 공공기관은 10개 기관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근무한 정규직(17,556명)들의 1인당 평균연봉은 896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평균연봉인 6484만원보다 38.3%나 많은 금액이다.

그런데 자녀학자금 지원, 건강검진료 등 비급여성 복리후생비까지 모두 더하면 다시 9086만원으로 뛰게 된다. 무기 계약직(3491명)을 포함해도 8213만원이었다. 신입사원(845명) 연봉만 1인당 4197만원(월 350만원)으로 이는 웬만한 중견기업 평균임금(349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예탁결제원의 평균연봉은 1억 490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도 평균 연봉이 9000만원이 넘어서 연봉순위가 각각 10위, 13위,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이어 무역보험공사 등 5개 기관이 8000만원대였고 유일하게 자산관리공사만 7873만 원으로 금융 공공기관 중에서 가장 적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지난해 경영평가 성적표 ‘A’등급을 받았으나 구조조정 작업에 동참하기 위해 경영평가 성과급을 반납했다. 수출입은행 역시 B등급을 받았지만 경영평가 성과급을 반납했다. 이런 식으로 2011년부터 지난 5년간 3개 국책은행 직원들은 경영평가 성과급을 단 한 푼도 챙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3개 은행은 2015년 평균 연봉이 9216만원으로 매우 고액이었다. 대신 산업은행은 연봉의 34.8%를 성과상여금으로 지급했고,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도 연봉총액의 각각 32.5%와 18.2%를 성과상여금으로 할당했다.

2016년 2/4분기 현재 금융 공공기관 노동조합원은 무기계약직 등을 포함하여 1만 7724명이며 가입률 94.8%를 자랑한다. 이는 국내 전체 근로자 조직률(10.3%)의 9.2배가 넘는다. 또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동 가입되는 ‘유니언숍’ 형태로 강력한 노조가 임금인상의 힘으로 작용해왔다는 근거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14.9년으로 국내 정규직 근로자(6.4년)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2010년 기획재정부가 한국조세연구원 산하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에 의뢰해 조사한 ‘공공기관-민간기업 규모별 평균임금 수준 비교’ 자료를 보면, 금융·보험 공공기관(300인 이상)은 6176만원으로 민간(6298만원) 대비 약간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5년 고용노동부 임금실태조사를 보면, 300인 이상 금융·보험업 민간 정규직 연봉은 7735만원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5년 사이에 금융 공공기관(8968만원)의 86.2% 수준으로 오히려 역전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모든 민간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연봉에서 위축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3일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추진에 반발해 총파업투쟁에 주도적으로 나선 12개 시중은행 정규직들의 2015년 평균연봉은 역시 같은 업종 안에서도 상대적 고액인 8088만원이었다. 이들은 평균 근속연수가 금융 공공기관 직원들보다 다소 낮은 14.7년이었다.

한편 성별로 보면 남성 정규직은 4만 1664명의 평균연봉이 무려 1억 239만원으로 전국 임금근로자 평균연봉(3288만원)의 3.1배나 됐다. 평균 근속연수가 18.3년인 이들은 신한은행, 국민은행, 씨티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 5개 은행이 1억원 이상이었고 경남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우리은행, 스탠다드차티스은행 등 5개 은행이 9000만원대였다. 특히 하나은행은 1억 1438만원으로 남성 최고연봉을 기록했다. 전북은행은 8418만원이었고 제주은행이 7976만원으로 최하위였다. 또한 평균 근속연수가 11.1년인 여성 정규직(4만 1714명)은 평균연봉이 5940만원이었다.

2015년 금융업종의 대기업 사업장은 평균 노동시간도 1930시간에 불과해 전체 임금근로자 노동시간(2133시간)은 물론이고, 전기·전력업종 대기업 사업장(2086시간)보다 훨씬 많아 누진제 전기요금 폭탄과 고액연봉(2015년 기준 7992만원)으로 욕을 먹고 있는 11개 전력 공공기관과 비교하면 너무나 비교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고액연봉이 생산성 또는 성과가 아닌 연공서열에 따른 것이란 점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금융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 종사자의 호봉제 비율은 무려 91.8%로 전체 근로자 평균(60.8%)보다 31%P나 높다. 호봉제에서는 경영 상태나 성과와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른다. 이런 식으로 장기근속에 따른 임금상승 혜택이 늘면서 불과 4년 사이에 임금연공성(초임대비 30년 이상 임금지수)은 3.43에서 3.72까지 치솟았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상하 임금격차를 40%로 한다는 것에 대하여 강하게 저항하고 있으나 이는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남성 정규직의 경우 성과연봉이 최고 1억 2286만원과 최저 8191만원 수준에서 결정이 되므로 최저연봉을 받는 경우에도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연봉과 비교하면 무려 2.5배에 달한다.

통계청의 분기별 가계수지 동향을 분석해보면 2015년 소득 상위 10% 근로자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1억 715만원이다. 따라서 12개 시중은행 직원들은 대부분이 현대판 양반이라고 불리는 이 상층 10%에 포함된다.

또 다른 통계도 있다. 2014년도 국세청 연말정산에서는 1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 근로자가 총 52만 668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근로소득자 1668만 7079명 중 3.2%에 해당되는 수치다. 그런데 금융·보험업종에 종사자 중에서 총 급여가 1억원 이상인 근로소득자는 9만 936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금융·보험업 근로자 49만 7569명 중 18.3%에 해당되는 수치로 전체 17개 업종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스위스연방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중위임금은 6427스위스프랑(원화 약 720만원)이었다. 공공부문 종사자(공무원)는 전체근로자의 약 1.2배인 7665프랑이었다. 금융·보험업종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9208프랑이었지만 그래도 1.4배 수준에 머물렀다.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걸고 총파업과 영업점 혼란을 선동한 금융노조의 호언장담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국민의 싸늘한 시선이 따가워 일반 조합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중위임금이 2500만원인 대다수 서민에겐 배부른 투쟁, 기득권 노조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최저임금 월급 126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222만명에게는 그저 투정으로 들린다. 지난해 연간 근로소득이 불과 1370만원에 그친 하위 10% 근로자가구에게도 머나먼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17개 업종 중에서 가장 짧은 노동시간이면서도 초과근로수당(연간 126만원)까지 꼬박 꼬박 챙겨가는 당신들이야말로 상층 10% 귀족이다. 이제 더 이상 ‘노동자 단결’을 외칠 자격이 없다.

스스로 임금을 삭감하고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라! 젊고 유능한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신음하고 있다. 대학 졸업생의 54.8%, 전문대학도 61.4%밖에 취직(2014년 기준)을 못하고 있다. 취직을 해도 62.5%가 청년인턴과 같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헬 조선이다. 제발이지 상생 좀 하자.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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