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내집 마련에 나선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계 여윳돈이 8년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4일 '2017년 자금순환(잠정)' 자료를 발표하면서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50조9000억원으로 전년(69조9000억원)보다 19조원 급감했다고 밝혔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직전 최저치는 지난 2010년 59조3000억원이었다. 

순자금운용액은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등으로 굴린 자금운용 금액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뺀 차액으로 사실상 경제주체가 운용할 수 있는 여윳돈을 말한다. 가계 여윳돈은 지난 2015년 94조2000억원에서 2016년 69조9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2년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금조달액이 123조7000억원으로 전년(143조8000억원)보다 줄긴 했지만, 자금운용액이 1년 전 213조7000억원에서 174조6000억원으로 더 크게 줄어들며 여윳돈이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많은 수의 가계가 가용 가능한 돈으로 신규주택 구입을 확대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시선을 돌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좋다 보니 분양 물량 등이 늘어나면서 신규 주택 구입에 대한 지출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가계의 여윳돈이 축소된 반면 정부 곳간은 두둑해졌다. 정부의 추경편성에도 불구하고 세입이 크게 늘면서 정부의 잉여자금이 49조2000억원으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39조2000억원)보다는 10조원이 증가했다. 

정부의 순자금운용은 2014년 19조원, 2015년 20조1000억원, 2016년 39조2000억원으로 매해 증가세가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국세수입이 전년 242조6000억원에서 265조4000억원으로 늘어난 덕을 크게 봤다. 정부의 통합재정수지도 24조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투자를 늘렸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액은 14조4000억원으로 전년(2조4000억원)보다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확대된 영향이다. 통상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때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규모가 자금운용액보다 많기 때문에 순자금운용액은 마이너스(-)가 되고, 순자금조달로 잡히게 된다. 

우리나라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107조7000억원으로 전년(123조원)보다 축소됐다. 지난 2014년(98조10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편 가계·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3667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77조2000억원 늘었고, 금융부채는 1687조3000억원으로 120조7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더 많이 늘어나면서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은 2.17배로 전년(2.16배)보다 다소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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