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북] 지방분권 개헌 서둘러야 하는 이유
[뉴스인북] 지방분권 개헌 서둘러야 하는 이유
  • 김세헌 기자
  • 승인 2018.0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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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모델이 붕괴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왜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한국 모델을 정립해내지 못했을까. 

정치경제학 분야의 국내 권위자로 ‘공생적 시장경제’, ‘혁신주도 동반성장체제’, ‘애국적 진보’, ‘분권형 복지국가’ 등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을 담은 개념을 정립·소개해온 경북대학교 김형기 교수가 개헌정국의 시점에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다.

/ 뉴시스

김 교수는 <새로운 한국 모델: 박정희 모델을 넘어>에서 1997년 외환위기로 박정희 모델의 효력이 다했는데도 이를 대체할 새로운 한국 모델이 20년 가까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채 이념적 분열과 갈등 속에서 표류해왔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강력한 열망으로 정권이 바뀐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한국 모델을 이끌어낼 적기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른바 ‘박정희 모델’이라 불리는 낡은 한국 모델이 남긴 유산 가운데, 산업정책과 금융 통제는 긍정적 유산이며, 독재와 성장지상주의, 재벌지배체제, 중앙집권-수도권 일극 발전체제는 부정적 유산이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부정적 유산 중 독재는 민주화 이후 청산됐지만 성장지상주의와 재벌지배체제, 수도권 일극 발전체제는 여전하거나 더욱 강화됐다고 꼬집는 한편, 긍정적 유산이라고 본 산업정책과 금융 통제는 점차 폐기됐다고 본다.

김 교수는 5년 단위 정권 교체로 한 정부가 도입한 새로운 경제 모델이 다음 정부에서 폐기되는 과정이 반복된 것을 그 이유로 든다.

결국 지속적으로 실현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한국 모델을 마련하려면 무엇보다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가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 모델의 상을 정립해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도 경제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공약한 바 있고, 진보 내에서도 갈수록 성장, 효율성, 혁신을 중시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작업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양대 문제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낡은 한국 모델인 ‘중앙집권형 개발국가’를 새로운 한국 모델인 ‘지방분권형 복지국가’로 개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이러한 ‘지방분권형 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우선적으로 지방분권 개헌,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실현, 고복지·고부담 체제 구축,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실현, 소득주도 성장체제 확립이라는 의제를 사회적 합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먼저 기존의 한국 모델을 동아시아 발전 모델의 한 변형으로 보고, 이를 일본 모델, 중국 모델과 비교하며 그 특성을 밝힌다. 또 박정희 모델이라고도 불리는 낡은 한국 모델의 기적과 위기, 그리고 위기 이후 전환 과정을 분석한다.

여기에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 과정에서 낡은 한국 모델이 붕괴한 요인을 살펴보고 새로운 한국 모델 정립의 방향을 모색한다.

새로운 한국 모델을 이루는 새로운 경제질서로 ‘공생적 시장경제’라는 개념도 주목된다. ‘공생적 시장경제’는 기존의 한국 모델을 구성했던 개발국가와 그것이 해체되고 새롭게 등장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한국 경제 ‘제3의 길’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생적 시장경제 실현을 위한 과제로서 특히 재벌 지배 체제를 극복하는 길을 모색한다.

또 다른 핵심 메시지는 수도권 집중체제 극복이다. 오늘날까지도 강하게 미치고 있는 수도권 집중체제의 부정적 효과를 해소하려면 새로운 한국 모델에 ‘지방분권-지역다극발전체제’라는 가치를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한국 모델」 김형기 지음·한울(2018)
「새로운 한국 모델」 김형기 지음·한울(2018)

이에 김 교수는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러한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정책의 예로서 지역대표형 상원제, 국민소환제, 재정조정제 등을 든다. 

경제발전 모델을 정치, 경제, 문화 등 세 부문 간의 상호 연관 속에서 파악하는 정치경제학적 접근에 기초해 새로운 한국 모델의 비전과 정책을 국가시스템, 헌법질서, 경제질서, 성장체제, 지역전략, 복지체제, 공공성 등의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제시한다.

정치경제학의 이론적 성과를 한국적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연구와 실천에 앞장서온 김 교수가 그동안 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한국 모델의 핵심 요소를 제언하는 것은, 30여 년 만의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둔 시점에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에 적실한, 그리고 진보와 보수가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 모델’과 그 구체적인 과제라는 큰 틀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 모델의 비전과 정책을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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