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스승의 날 없어졌으면…" 우리시대 슬픈 자화상
[데스크 칼럼] "스승의 날 없어졌으면…" 우리시대 슬픈 자화상
  • 김세헌 기자
  • 승인 2018.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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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교권 침해 넘어 이제는 붕괴 수준
"카네이션 받고 싶겠나" 폐지 청원 줄이어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스승의 날이라고 정해놓으니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물어보는데 대답하기가 어렵기만 하다. 행사도 유명무실하고 막상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게 현실이다."

존경의 대상이자 감사의 대상으로 표현되는 선생님의 존재가 이제는 교권침해를 넘어 무너진 교권의 현실을 대변하는 시대가 됐다.

수업 중 떠드는 학생에게 주의를 준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일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교사의 청원이 올라올 정도로 사안은 심각한 수준이다. 

뜻깊은 기념일로 여겨져 왔던 스승의 날이 오히려 교사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다 못해 차라리 없어져야 할 날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보람차야 할 교단이 위험한 곳으로 변하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서는 '스승의 날'에 대한 폐지 요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교권이 추락한 지 오래인 상황에서 스승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기념일이 의미가 퇴색해버렸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15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청원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전날 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이 없는 스승의 날은 차라리 폐지 또는 휴일지정 하여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랐다.

지난달 20일부터 진행 중인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라는 청원에는 1만명 이상이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 밖에도 "스승의 날 폐지 청원" "스승의 날 폐지" "스승의 날을 폐지해주세요…" 등 비슷한 청원 글이 다수 올라왔다.

청원 글 내용은 대부분 추락한 교권과 관련해 "더 이상 스승인 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등 스승의 날 자체의 존재 의미가 없어졌으니 차라리 폐지해달라는 요구다. 

일례로 가장 많은 동의를 구한 스승의 날 폐지 청원 작성자는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며 교사를 스승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참고 견디라고 하면서 교사는 있지만 스승이 없다는 말은 또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왜 이 조롱을 교사들이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본인을 '17년차 고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청원글 게시자는 "교육 현장에 스승이 없어진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지금 교육 현장의 젊은 교사들은 억측 같은 오해와 지탄을 받으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존중 받지 못하고 스스로의 방어권조차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하루를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스승의 날 선물과 관련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해석 관련 문의에 "학생 대표 등의 공개적 카네이션 선물만 가능하다는 원칙이 자리 잡길 바란다"라고 답변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권익위 해석을 두고 온라인에서 "스승을 도둑처럼 취급하느니 차라리 스승의 날을 폐지해라" "그런 카네이션을 어느 교사가 받고 싶겠나" "대표만 카네이션을 줄 수 있고 편지나 종이접기 꽃도 지양하라는 권익위 해석은 교사의 마음을 돈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는 저급한 인식" 등의 개탄 섞인 목소리를 냈다.

전현직 교사들 역시 스승의 날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보여주기 식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교사의 역할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스승의 날이 담고 있는 의미를 살리는 길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최근까지 교편을 잡았던 다른 이모(58·여)씨는 "요즘 같은 분위기면 스승의 날을 굳이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라며 "교사와 학생 사이에 과거 같은 유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행사도 표면적으로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라고 했다.

교사들이 직접 스승의 날에 대한 폐지 요구에 나선 배경에는 추락한 교권이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9일 '2017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서 지난해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가 508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교총은 "교권 침해 사건은 2010년대 초반까지 200건대로 접수되다가 2012년 처음으로 300건대를 넘겼다. 이후 2014년 439건으로 400건대, 2016년에는 572건으로 처음으로 500건대를 넘었다"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스승의 날 폐지 논란까지 등장한 것에 문제 의식을 갖는 견해가 있다. 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교권 추락으로 진단하면서 '학생 인권'에 대한 접근만큼 교사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교권을 인정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제도적으로 교권 보호에 대한 장치는 누가 만들까? 

교육정책은 정부가 만드나 일선 교육환경은 교육청이 조성한다. 6·13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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