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탈퇴 '퀴탈리' 위험 가시화
경제불안 키워 국채 26년만에 최악 폭락
"제2 그리스 사태땐 파괴력 브렉시트 능가"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유로존 3대 경제국 이탈리아가 유로존, 유럽연합(EU)에서 이탈할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010~2012년 유로존 채무위기를 유발했던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 위협보다 훨씬 더 막대할 수 있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른바 '퀴탈리'(Quitaly: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위험이 가시화했다. 

그리스보다 훨씬 경제규모가 큰 이탈리아는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높은 부채비중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정국 혼란이 경제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총선 이후 가까스로 탄생한 연립정부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반EU 성향의 경제장관 지명자를 거부했고 이에 연정의 총리 후보마저 전격 사임했다. 결국 이르면 오는 7월 조기 재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탈리아 정국은 대혼란에 빠졌다. 

정국 불안에 금융 시장은 초토화했다.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채시장은 26년만에 최악의 폭락을 겪었다. 단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1992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금리가 그만큼 급등했다는 얘기로 시장 불안을 방증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및 독일 국채와 달러 및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일제히 쏠렸다. 반면 증시 등 글로벌 위험자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이탈리아 불안은 유로존 시장 전반으로 전염될 수 있고 그 전염력은 그렉시트를 능가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협회(AEI)의 데스몬드 라흐만 펠로우는 "이탈리아 경제규모는 그리스의 10배가 넘는다"며 2010~2012년 그리스 위기로 인해 유로존 기반이 흔들린 바 있다고 말했다. 라흐만 펠로우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이탈하게 되면 유로존이라는 단일통화 체제는 현재의 모습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각국 경제규모 (출처: CNBC방송)
유럽 각국 경제규모 (출처: CNBC방송)

영국이 EU와 결별하는 수순이 이제 겨우 시작한 상황에서 '퀴탈리'까지 덮치면 유럽통합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정치애널리스트들은 AP통신에 말했다. 볼팡고 피콜리 정치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며 "그럴 수록 반통합, 반유로 분위기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당들이 유로존 잔류를 선택하더라도 EU 위원들과의 정치적 격차를 더욱 넓힐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이번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은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과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주변국' 사이 정치적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까지 유럽의 통합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유럽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고관세를 부과한 조치는 유럽의 내부분열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라흐만 AEI 펠로우는 "미국과 유럽 무역 긴장이 심화하면 유럽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불안이 유로존을 넘어 미국, 신흥국까지 전염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본부장은 "유럽의 혼돈이 미국 금리를 끌어 내리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자본이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몰리며 미 금리는 떨어지고 달러는 오르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책궤도를 수정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계 대부 조지 소로스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며 기EU에 대해 "임박한 실제적 위협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로화는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가 있고, 그 문제들이 EU를 파멸에 이르게 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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