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김 장관은 작년 6월 국토부 장관에 취임하자 마자 6·19 대책을 시작으로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5차례나 쏟아냈다.

자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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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동산 규제 '종합선물세트'라 불리는 8·2 부동산대책에서는 양도세 강화·대출규제·분양권 전매제한·청약가점제 등 직접적인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강남4구와 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 서울 11개구,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 뿐 아니라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해 이중 삼중의 그물망을 쳤다.

8.2 대책에서 빠진 분당과 판교, 대구 수성구 등으로 부동산 열기가 옮겨가는 일명 '풍선 효과'가 나타나자 정부는 후속 조치(9.5 대책)를 내놓고 이들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다.

정부의 잇따른 강경 대책으로 일순 관망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은 그러나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김 장관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11·29 주거복지로드맵,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집값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연달아 꺼내들었다.  

잇따른 강경책에도 천정 부지로 치솟던 집값은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84% 상승했으나 4월과 5월 상승률이 각각 0.31%, 0.21%로 둔화됐다. 

그러나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이 최근 몇주간 소폭 하락한 것이 의미가 있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값 잡기는 성공한 것 같지만 그동안 가격을 너무 올려놨다"며 "잇따른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켰다"고 지적했다.

강남4구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로 조정되고 있지만 거래량도 대폭 줄었다.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감소한 가운데 서울 강남4구의 주택매매 거래량이 60% 가량 줄었다.  집을 팔려는 사람들은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의식해 4월 전에 팔고 나머지 매도인들은 버티기 전략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의 규제 노선과 달리 국토부 고위공직자들은 물론, 청와대 참모들과 각료들이 해당 정책에서 비껴있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 현상의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로 지목했지만 실제 상당수 고위 공직자들은 여전히 다주택자다.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8년도 고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청와대 소속 1급 이상 공직자 52명 중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등 14명이 다주택자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서울시 송파구 잠실 아파트와 경기도 가평군 단독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 두채를 갖고 있고, 박종규 재정기획관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서초구 우면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곤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장관급 인사 10명도 다주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강경화 장관과 박은정 위원장은 3주택자였다.

조국 민정수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은 서울 강남권 주택을 남기고 나머지 한 채를 팔았다. 

국토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 9명 가운데 4명도 다주택자였다.

김현미 장관은 올초 남편 명의로 돼 있는 경기도 연천의 주택을 처분해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지만, 친동생에게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심교언 교수는 "장관과 관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장관이) 내부 관료들을 설득 못했고, 본인도 이상하게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관료들에게는 왜 지적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교수는 김 장관의 지난 1년간 정책에 대해 아쉬운 점을 내비췄다. 박 교수는 "지난 1년간 집값을 잡기 위한 지속적인 대책 마련 등 정책 추진력에서는 이전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전문성 결여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이념에 얽매여 시장의 파급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보유세 논의와 관련해서도 "강남 집값 잡기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 시장이나 산업 전반에 걸친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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