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 김현진기자]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가운데 국제유가가 다음 달로 예정된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앞두고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기구(OPEC) 내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다. 이란과 더불어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공급 감소도 국제유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12월물)은 1일 아시아 거래에서 배럴당 83.19달러로 0.6% 올라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유가는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으로 올라 10년만에 가장 긴 상승세를 보였다. ANZ뱅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4일 시작될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앞두고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얼마만큼 감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무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중국 국영 정유회사 시노펙은 이달 들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였다.

금융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중동 내 대표적인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으로부터 증산 요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세는 최근 4년만에 최고점을 찍는 등 꺽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국내 산업계에 비상등이 커진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류비가 수익에 직결되는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는 지속적인 국제유가 상승이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계도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세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을 경계하고 있으며 화학업계도 나프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작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이뤄진 감산 합의 연장에 합의했지만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올 한해 60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난 4월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것과 맞물려 국제유가는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국제유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안정권에 진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또 다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국내 산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국제유가 여파로 매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항공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분에 따라 항공권에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에는 항공권 가격이 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료가 오를 경우 장거리 여행객이 줄어들어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항공업계는 여름 휴가철과 추석연휴 특수 등에 힘입어 3분기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국제유가 상승을 뛰어넘는 여객 수요 강세로 인해 매출 상승세를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수준으로 오를 때 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유류비 지출이 연간 2000억원에 달해 하반기 실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해운업계도 국제유가 상승이 부담이다. 2분기 선박에 사용되는 벙커C유 가격은 1t당 450 달러를 육박했다. 이는 1분기보다 20%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벙커C유 가격도 오를 수 있고 유류비용이 운송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해운업계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미주 운임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해운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이와 달리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갑다는 입장이다. 재고마진율이 높아져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다만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정제마진을 하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도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나프타 구매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화학 물질로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의 기초 원료로 사용돼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해 화학제품을 생산·판매한다. 
 
국제유가가 8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나프타 가격이 t당 700달러 선까지 치솟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값이 올라간 부분을 제품에 전가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에탄과 석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 대비 경쟁력이 하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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