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코리아 365] 고영진 교수(범현), “명상이 참 힐링이다”
[힐링코리아 365] 고영진 교수(범현), “명상이 참 힐링이다”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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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끊는 게 아니라 사라질 때까지 계속 생각하는 것
‘한 소식’은 명상으로 확장된 생각에 찾아드는 자연(自然)
상(常)을 만드는 명상의 함정은 이론으로 명상 어렵게 해
성명쌍수(性命雙修) 명상 원리는 근기 찾아 수행하는 것
자아, 무아, 진아 거치면 중도 중용의 삶 살 수밖에 없어
받고 지키려 하면 오므라드니, 베풂으로 몸 마음 풀어내길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초등학교 3학년이던 10세 때 도(道)와 관련된 서적을 처음 접하고 절간으로 달려가 풍경소리와 향내음에 마음을 빼앗겼다가 세상을 주유한 끝에 일천한 학력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로 돌아온 이가 있다. 국민대학교 고영진(법명 범현) 명상학 지도교수다.

힐링(healing)이 대세인 시절, 스트레이트뉴스는 특집 ‘힐링코리아 365’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과 세계 생화학 분야 석학 천병수 박사,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김재현 산림청장, 지성 총무원장에 이어 국민대 고영진 교수를 만났다.

산중에서 만난 그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개구쟁이 꼬마처럼 익살을 부리는 모습이 ‘별나고 싶어 안달이 난’ 현대인들보다 더 소탈한, 그저 보통사람이었다. 명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권위나 지식에 대한 우월감 같은 겉치레는 찾아볼 수 없었다.

_명상이라는 게 무엇인가?

“위빠사나, 지관법(止觀法)이라는 걸 들어봤을 것이다. 그쳐지면 봐진다는 뜻이다. 불가에 ‘기즉심(氣卽心)이요 심즉기(心卽氣)’라는 말이 있다. 명상은 기(氣)를 느끼는 것이다. 기에 관심을 가지면 그쳐지고(止), 그쳐지면 사맛디(觀)에 이어 사띠, 즉 ‘알아차림’의 상태가 된다. 기자 양반, 무슨 소린지 알아차리겠소?”

기자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깨달음을 자랑하며 도사연하는 사람들 흉내를 내며 익살을 부리는 고영진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기자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깨달음을 자랑하며 도사연하는 사람들 흉내를 내며 익살을 부리는 고영진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_모르겠다. 쉽게 설명해 달라.

“허허. 그쳐지는 것이나 봐지는 것이나 매한가지인데, 사람들이 단어와 이론으로 경계를 지어 그렇다. 명상의 한자는 어두울 명(冥)에 생각 상(想)이다. 어두울 명(冥)에 날일(日)을 붙이면 해질 명(暝), 거기에 눈 목(目)을 붙이면 눈 감을 명(瞑)이다. 그래서 해가 지고 눈 감고 어두울 때 하는 생각, 그게 명상이다. 명상은 단어나 이론이 아니라 경험이다.”

_보통 명상을 할 때 잡념을 멈추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생각이 멈추나?

“저는 명상을 ‘멍 때리기’라고 자주 얘기한다. 명상을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잡념 망상을 멈추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그건 잘못이다. 잡념 망상을 끊으라는 말의 참뜻은 잡념 망상이 사라질 때까지 생각을 계속 하라는 것이다. 명상이 뭔가, 눈을 감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떠오르는 생각을 통제된 이성이 아닌 풀어진 몸과 감성으로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여섯 가지 식(眼耳鼻舌身意)으로 살아가는데, 명상을 하면 세 가지 어두운 것, 그러니까 잠재의식(潛在意識), 장식(藏識), 무의식(無意識)이 마구 들고 일어난다. 그런데 떠오르는 생각을 멈추고 무슨 생각을 하라는 건가. 마음의 밭이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말씀부터 생각하나? 그건 잘못이다.”

_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잡념 망상,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끊으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또 끊어지지도 않는다. 오전에 봤던 미스 김의 엉덩이가 생각나면 계속 생각하면 된다. 점심 때 식당에서 봤던 훤칠한 남성이 떠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잡념 망상이 휑하니 사라진다. 그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는데, 그러다가 생각들이 불쑥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 생각이 바로 천연(天然)의 생각, 자연(自然)의 생각이다.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생각이 확장된다. 아, 이게 뭐지, 하는 순간 환희가 든다. 그 과정을 ‘한 소식 들었다’라고 표현한다. 명상은 그런 과정의 연속이다.”

명상(冥想)과 기(氣)에 대해 설명하는 고영진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명상(冥想)과 기(氣)에 대해 설명하는 고영진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_한 소식 들었다는 말은 익숙하다. 몇 소식이나 들어야 공부했다고 할 수 있나?

“도가에서는 ‘도(道)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라고 한다. 진리는 제행무상(諸行無常), 항상 ‘같은’ 상(常)이 없기 때문이다. 깨달음에는 어느 순간 내면에서 깨달아 밖으로 내뿜는 돈오돈수(頓悟頓修)가 있고, 밖에서 기(氣)를 통해 점진적으로 깨달아 들어가는 돈오점수(頓悟漸修)가 있다. 소승, 대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어느 쪽도 공부는 끝이 없다. 사람들은 몰입이나 집중, 또 마음과 마음의 작용이 사라져 고요한 상태인 멸진정(滅盡定)을 말하는데, 누군가가 ‘나는 앉기만 하면 멸진정에 든다’고 한다면, 그 사람의 공부는 스스로 멸진이라는 상(常)을 만들어놓은 탓에 공회전만 거듭할 수밖에 없다.”

_소식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소식은 계속된다. 명상에는 후퇴가 없기 때문이다. 빠른 사람은 명상을 시작하자마자 내면으로 들어가 첫 소식을 듣는다. 첫 소식은 거의 제방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환희와 함께 온다. 그런데 거기에 놀라 집착하고 몰두하면, 그때부터 자신이 개입돼 조종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다람쥐 쳇바퀴처럼 그 안에서 빙빙 돌고 만다. 제방이 무너지는 충격은 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은 다시 고요히 흐른다. 내가 할 일은 알아차리는 것이고, 알아차리는 것은 의식적인 행위가 아니다. 알려 하면 의식이 일어나 방해한다. 자신을 풀어버린 채로 자연히 알아질 때까지 그저 관찰하고 흐름에 맡겨야 한다. 그럴 때 두 번째 제방, 세 번째 제방이 무너지고, 소식이 이어진다. 한두 가지 소식에 집착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십년공부 허사되기 일쑤다.”

_힐링 분야에서도 명상이 건강에 좋다고들 한다.

“건강이 나빠지는 이유는 기혈(氣血)이 엉켜 순환이 안 되기 때문이다. 기혈을 뒤집으면 혈기다. 명상이 일어나는 것은 수행, 즉 닦는 것이고, 닦음의 대상은 혈(血), 즉 피다. 그래서 화가 가라앉아 순수해진다. 평온해진다. 옛 스승들은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 간에 공부 아님이 없다’고 하셨다. 걸을 때 머물 때 앉아 있을 때 누워 있을 때 말할 때 침묵할 때 움직일 때 조용히 있을 때, 그래서 모든 일상이 공부 아님이 없다는 의미다. 세수경에도 ”기 아님이 없다“고 되어 있다. 공부하는 과정에 혈기가 스스로 또 수시로 돈다.”

_방금 말씀하신 기와 명상이 선뜻 연결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기절(氣絶)은 기가 끊어져 정신을 잃는 것이다. 감기(感氣)는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몸이 기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몸살을 앓고 나면 힘이 없지만 몸은 편하다. 꼬인 기를 풀어줘서 그렇다. 또 속이는 것을 사기(邪氣)라고 하지 않나. 기(氣)와 반대라서 그렇다. 그 외에도 우리는 항상 기와 함께 있다. 성명쌍수(性命雙修)라는 말이 있다. 혜명쌍수, 정혜쌍수라고도 하는데, 성품과 목숨, 즉 머리와 단전 두 가지를 닦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성명은 닦고 싶다고 닦아지는 게 아니라, 체질대로 간다. 그래서 자신의 체질, 그러니까 근기(根氣)를 찾는 것이 명상의 핵심이다. 먼저 자신의 근기를 찾고, 근기에 따라 명상하고 공부하면 몸이 활성화된다. 자연히 건강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명상의 원리다.”

종교 간 명상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등산을 예로 들어 설명하며 앞산을 바라보는 고영진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종교 간 명상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등산을 예로 들어 설명하며 앞산을 바라보는 고영진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_평소 궁금했던 질문이다. 천주교와 기독교에 묵상과 기도(祈禱, 신도용)가 있는 것처럼 모든 종교에 명상이 있다. 어떻게 다른가?

“다르지 않다. 일규만법 만법귀일(一竅萬法 萬法歸一)이라, 한 곳에서 만법이 나오고, 만법은 다시 하나로 돌아온다. 명상은 등산에 비유할 수 있다. 산을 오르는 데는 여러 길이 있다. 올라가서 보면 모두가 동일하다. 단지 자신의 근기를 찾은 다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것뿐이다. 진리는 흐르고 있을 뿐 둘이 아니라서, 일단 오르면 저 아래 올라오는 길들이 모두 보이고 이해된다. 그렇게 되려면 아만(我慢), 아상(我相) 같은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명상이고 공부다.”

_도가와 불가, 기독교를 넘나드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기자가 평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있다. 불가에서 말하는 자아(自我)는 무엇이고, 무아(無我)와 진아(眞我)는 또 무엇인가?

“이는 주관, 객관과 관계가 있다. 주관은 객관으로부터 없어지고, 객관은 주관으로부터 사라진다. 내가 아무리 잘나도 상대는 본인이 더 잘났으니 나는 객관적으로 사라진다. 또 상대가 아무리 잘나도 내가 인정하지 않으니 객관은 또 사라진다. 다툼으로 설명하면 쉽다. 자아와 무아, 진아의 종교적인 규정이 많지만, 간단히 말하면 자아는 주장하는 것이다. 주장하는 이유는 자아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자아가 성할 때는 주장을 하니 다툼이 일어난다. 명상이 깊어지고 공부가 쌓이면 개체가 모두 자아를 주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히 간섭을 하지 않고, 그러니 다툼이 없다. 그게 무아다. 세상은 중도나 중용으로 살라고 한다. 그런데 중도나 중용은 맞춰서 사는 게 아니다. 무아를 깨닫고 나면 다툴 일이 없기에 중도나 중용으로 살 수밖에 없다. 무아에서 더 나아가 한마디 툭 던지는 것, 그것이 자연(自然), 곧 진아다. 모두 명상이 거쳐야 할 길이다.”

_공부는 언제부터 했고,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책을 한 권 읽었다. 도(道)와 관련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을 읽자마자 절간으로 갔다. 풍경소리, 향내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지식을 쌓는 공부는 제쳐두고 세상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먹고는 살아야 하니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89년에 큰 병은 아닌데 몸이 아팠다. 그때 첫 스승을 만나 명상을 시작했으니 30년째다. 스승을 따라했더니 몸이 치유되면서 구름을 밟고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미쳤던 것 같다. 허허허.”

도(道)에 마음을 빼앗긴 어린 시절과 30년 공부 시간을 돌아보며 활짝 웃는 고영진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도(道)에 마음을 빼앗긴 어린 시절과 30년 공부 시간을 돌아보며 활짝 웃는 고영진 교수 ⓒ스트레이트뉴스

_공부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굳이 말하라면 불교에 대사, 선사, 거사, 법사 같은 호칭 들어봤을 것이다. 맨 끝에 ‘조달사’라는 게 있다. 그 때문에 공부가 지체된 적이 있다. 그 정도다.”

_조달사가 뭔가?

“조동아리만 살아서 달달거리는 자칭 도사를 말하는 농담이다. (웃음) 공부가 모자라거나 명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해서 체험이 아닌 지식에 기대면 자연의 이치가 아니라 자신의 이론을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명상을 어렵게 한다.”

_힐링이 대세인 시절이다. 경제발전은 이뤘지만, 그 과정에 많은 대가를 치른 게 사실이다. 그만큼 심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힐링은 무엇인가?

“힐링에는 분야가 많지만, 심적인 고통 면에서 힐링은 결국 명상으로 귀결된다. 우리 시민들께는 보다 많은 분들이 명상을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또 명상의 스승을 자처하는 분들께도 드릴 말씀이 있다. 명상에는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것이다. 조금 전에 얘기했던 ‘쳇바퀴의 함정’이다. 일례재안 변계공생(一翳在眼 遍界空生)이라 했다. 하나의 가리움이 눈에 있으면 온 세상에 헛것이 생긴다는 말이다. 공부가 되기 전에는 눈이 가려져 있어 천리를 내다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깨닫고 나면 장지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두 가지 소식 들었다고 명상을 안다고 하기는 어렵다. 쳇바퀴의 함정에 빠져 있어서는 봉사가 봉사를 인도하는 모양밖에 안 되고, 그래서는 우리 시민들을 올바른 명상의 세계로 초대할 수 없다. 주변에 그런 분들이 너무 많다. 오도된 명상의 개념, 그걸 바로 잡아나가시기를 간곡히 바란다.”

_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저도 10년 공부가 도로아미타불 된 적이 있어 늘 경계해왔다. 지금까지는 공부가 미진하다 여겨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제는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 건강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힐링명상센터를 열어 볼 생각이다.”

_마지막으로 우리 국민들께 명상 차원에서 심적으로 힐링 되는 말씀을 하신다면?

“모든 것은 나에게서 나온다. 내 주변에 다툼이 많거나 베풂이 많거나 모두 나로 인한 것이다. 잘 베푸는 사람이 쉽다. 받고 지키려면 팔을 오므려야 한다. 몸과 마음이 오그라든다. 주려면 팔을 펴야 한다. 줄 때는 몸과 마음이 풀어진다. 풀어지면 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나중에 스스로 꼿꼿이 선다. 베풀기에 힘써야 하는 이유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좋아져서다. 내가 좋아지면 세상 또한 자연히 좋아진다는 생각으로 베풀면서 사시기를 바란다.”

마치 눈을 감고 들은 듯, 네 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를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길, 저 멀리 도로 위를 자동차들이 부지런히 몰려간다. 현실의 세상이다.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 간에 공부를 하지 않아 모든 일상에 힐링이 필요해진 것일까. “베풀면 몸과 마음이 풀어지고, 그때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던 명상 대가의 말이 현실의 엔진소리 위로 흩어진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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