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친일행적 때문이 아니라 친일을 감추려거나 옹호하는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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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이 세간에 시끄럽다.

이 발언이 있은 후 SNS에서는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한 이전의 발언을 묶어, “역시 유체이탈화법의 달인이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반신반인’ 등극에 이어 혹 ‘신내림’을 받은 게 아니냐”는 등의 비아냥거림이 난무하고 있다.

거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재향군인회 강남지회가 연 강연에서 "전국이 강남 수준이면 선거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몰이를 위한 지역 편가르기성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초조하고, 임기 중 효도하려는 마음에 아무리 사리판단이 흐려졌다고는 해도 대통령과 여당대표의 발언들은 정말 점입가경이다.

또한 최근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트위터·페이스북 등의 SNS 상에서 무차별로 퍼지고 있다. 그 주체는 김무성 대표가 과거 명예총재를 맡기도 한 ‘미래희망여의도포럼’이다.

그 단체 회원들이 퍼나르고 있는 내용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버지가 일제시대 ‘보국대’의 일원으로 친일을 했다는 주장 등이다. 박 시장의 아버지가 소속했었다는 ‘보국대’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75만 조선인 피해자가 소속된 단체의 이름인데도 마치 가해자 단체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또 거기에는 박 시장뿐만 아니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의원 등 야권 유력주자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도 ‘친일파’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1%의 사실에 99% 허구를 더해 조합하여 만든 유언비어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런 불순한 짓을 할까. 그 의도는 뻔하다. “너희들도 친일자손이면서 왜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를 괴롭히느냐”는 얘기다. 이는 물귀신작전으로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물타기성 모략이다. 일부 국민의 정치적 후진성을 겨냥해 헷갈리게 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다. 과거 새누리당은 이 ‘아니면 말고’식 전략으로 재미를 톡톡히 봐왔다.

이참에 우리가 확실히 해둬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법으로 연좌제를 엄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령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친일행위를 했다하더라도 그 행위는 후손들 책임은 아니며, 후손에게 잘못을 물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왜 공직자들의 조상들에 대한 친일행위를 거론하고 따지는 것인가. 국민이 정치인이나 공직자들 조상의 행위를 들여다보려는 것은 그 행위에 대한 자손의 생각을 들여다보자는 것이지 결코 그들의 조상을 흠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유교적 뿌리가 깊은 우리 현실에서 자신을 있게 한 아버지를 사적 관점으로 옹호하는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자신들에겐 좋은 아버지요 할아버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치를 하려거나 공직을 맡는 이상 공적인 입장에서 친일을 용납한다면 큰 잘못이다.

공인의 역사관은 당연히 검증 평가의 대상이다. 거꾸로 입장을 바꿔 아버지가 독립투쟁을 했다하여도 자신은 매국을 옹호한다면 그는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음은 상식 아닌가. 대를 물려 연좌제 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이 중요하므로 따져보자는 것이다.

공인이 친일을 은폐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애국자로 둔갑시키는 것은 조작하는 것이며,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무시하는 일이고, 사적인 일에 공권력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집행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많은 국민이 시대를 역행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 아버지의 친일행적 때문이 아니라 한결같이 아버지의 친일을 감추려하거나 옹호하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홍영표의원은 할아버지가 중추원 참의였다. 그는 손자로서 죄송하다고 국민에게 사죄했을 뿐만 아니라 ‘친일인명사전’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올라가는 것을 적극 돕고 비용도 부담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신의 영달을 위해 ‘일왕에 개와 말처럼 충성을 하겠다’는 뜻의 혈서를 바치면서까지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해서 독립군을 토벌하거나, 일제에 비행기를 사서 바치고, 조선 청년들을 독려해 전쟁터에 죽음으로 내모는 등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국가를 경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과 여당대표는 반대하는 국민의 혼을 마치 비정상인양 운운하거나, 국민의 수준을 낮다고 매도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혼과 수준은 정상인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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