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치의 판을 바꿔보겠다면 마음을 비우는 용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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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본격적인 경쟁 레이스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탈당한 의원들 자리에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채우는 모양새로 나가고 있다. 외교전문가(이수혁), 범죄전문가(표창원), IT전문가(김병관), 청년디자이너(김빈), 변호사(오기형), 삼성전자 출신(양형자)등 사회 각 분야의 인재들을 영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안철수 의원의 맨토이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었던 김종인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수세적 국면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표는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친노, 운동권이라는 당의 이미지를 바꾸고, 전문가 중심의 정책정당과 경제 민주화를 주도하는 당의 면모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 당과 안철수 의원은 십여 명의 탈당 의원들과 호남 정치인 그리고 동교동계 원로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세를 불려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윤여준 장관과 한상진 교수 그리고 30대 젊은 창업가들(디자이너 이준서, 교육사업가 허지원 등)을 적극 영입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호남의 지역기반을 안정화시키고, 김대중 대통령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선점하면서 수도권으로 외연을 확대하고자 한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 가면 총선에서 새누리가 1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야당은 공멸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인재와 정책 콘텐츠가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양 당이 공정한 경쟁을 한다면 오히려 선거의 주도권을 잡고 좋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양 당의 모습이 진정한 덧셈의 정치를 만들고 분열된 야당이 발전적 통합으로 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양 당이 왜곡된 패권주의적 경쟁을 지양하고 긍정의 효과인 덧셈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진정성의 문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경쟁은 치킨게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대에 대한 평가절하, 바둑의 패(覇) 싸움과 같은 소모적 쟁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기고,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인재영입 경쟁의 결과는 어떠할까? 종국에는 양당 모두 정치적 정체성의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정당은 주식회사가 아니다. 정당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형,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IT 전문가는 IT 산업에 필요한 인재이고, 디자이너는 문화 예술 산업에 필요한 인재다. 정치에서 이들의 전문성은 부차적인 것이다.

정당에게 필요한 인재는 정책적 비전을 공유하고, 국민의 뜻과 공의를 대변할 수 있는 공공의식과 정치의식을 갖춘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양당이 보여주기 식으로 영입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정치의식과 정책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한 양당에서 영입경쟁으로 당을 이끄는 대표주자들 모두 지금까지의 야당 정치 및 정체성과 그리 부합되는 인물들도 아니다. 이벤트 성이 강한 이러한 영입으로 향후에 불거져 나올 문제들이 당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둘째, 더불어민주당의 친노패권주의 극복과 국민의당의 호남지역주의의 위험성 문제이다.

지난 1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영선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와 자신들만의 리그를 바꿀 의지가 있는지를 더 지켜본 뒤 거취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자신이 전권을 행사할 것을 공표하면서 문 대표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문 대표와 친노 진영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만일 혼란스런 일이 일어날 경우, 말로만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를 계승 할 뿐, 기득권을 위한 담합세력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의당은 친노에 반발한 의원들과 호남 민심을 어부지리로 얻은 형국이다. 국민의당이 단순히 호남지역주의에 안주하고 국민들에게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않을 경우, 더 구태한 정치세력으로 낙인지어질 수 있다. 호남의 희생으로 세워진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새로운 정치 인물을 세워 제3의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하지 하지 못할 경우, 야권분열의 원죄를 벗겨내지 못할 것이다.

셋째, 정치의 사유화와 내려놓지 못함의 문제다.

야권분열의 근저에는 사적인 권력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문재인 의원과 친노들은 수차례 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권력을 잡아본 세력답게 대선까지 당권을 쥐고 가서 문 대표를 대권주자로 옹립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풀가동 해왔다. 총선 공천권을 주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권까지 가고자했던 과욕이 분열의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문 대표간의 생각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과연 진정으로 내려놓음의 정치를 할지 의구심이 든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그의 속내가 어떠하든 대권에 눈이 멀어 당을 분열시키고 탈당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안 의원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리나라 정치를 바꾸는데 헌신하겠다고 공헌했다. 그러나 자신의 헌신이 클수록 당의 사유화가 더 강화될 수 있다.

박영선 의원은 "신당은 극단의 정치를 극복하려는 대의를 위한 것이지 특정인을 위한 사당(私黨)이면 안 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당 인사(人事)를 보면 그런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안 의원이 정말 정치의 판을 바꿔보겠다면 마음을 비우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던졌다. 안 의원은 새로운 정치사를 쓸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 꼭 대통령이되어야만 하는 것인지를 먼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진정 이시대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한다.

두 정치인 모두 초선이다. ‘양 초의 난’이라는 말이 유행 했듯이 이들의 한계를 다수가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초선 의원에게 대권을 넘겨줄 수 있을까? 야권이 진정으로 권력을 잡고자 한다면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넷째, 내부 민주화의 문제다.

흔히 야권전체를 민주세력이라고 부른다. 이는 80년대까지 반독재투쟁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일반 국민들의 눈으로는 여당과 야당 간의 차이를 별로 보지 못한다. 진보세력들이 피를 토하듯 외치는 ‘독재세력’ ‘반민주, 유신으로의 회귀’ 등과 같은 구호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들의 민주의식이 약하고, 후진적이라서 그런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야당이나 민주세력이라 자임하는 집단들로부터 민주적인 정치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계파 패권주의적 밀어붙이기, 대표의 일방적 의사결정 행위는 당의 민주적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를 붕괴시켰다. 금번 김종인 위원장 영입과 권한 위임도 최고위나 중앙위 단위에서의 어떠한 공개적 의사결정 과정 없이 당대표가 비밀리에 추진하여 깜짝 발표를 했다. 이러한 이벤트성 의사결정 행위는 당의 민주적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향후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 국민의당의 경우도 안철수 의원의 입장과 뜻만을 대변하거나 정치적 감정 풀이를 하는 정당이 된다면, 야당사의 큰 불행이 될 것이다. 안 의원이 진정으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려면, 대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당이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정당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밑거름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안 의원에게는 자신의 정치를 새로이 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고나서도 향후 충분히 자신의 정치를 실현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항상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민주적이지 못했던 야당의 모습, 시민운동에 편승해 거리에서는 팔을 흔들며 진보적 담론을 외치면서도 정작 국회 안에 들어가서는 전혀 선도적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무능한 진보를 바꾸는 것이 이 시점에서 안철수 의원에게 맡겨진 시대적 요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야당이 다시 통합하고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고, 부딪혀오는 난관들을 이겨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 대부분의 어려움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야당 내부에 있는 것들이며, 야당 의원 자신들로부터 나오는 것 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산의 정치 덕목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다산은 중용강의보(中庸講義補)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몸을 수양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으며, 몸을 수양하는 것은 하늘을 아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 “지극히 성실한 것이 천도이며, 지극히 성실한 인간은 하늘과 덕이 합치될 수 있다.”라고 정언(正言)하고 있다.

결국, 이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인의 덕목은 자신의 인격을 높여 격조 있는 정치를 위해 노력하고, 시대정신에 따라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4년짜리 계약직 공무원이 아니라 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정치, 국민의 고단한 삶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고민하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혁신되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 간절히 바란다.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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