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투표의 힘으로 국민이 주인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2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재개된 본회의에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44인, 찬성 174인, 반대 34인, 기권 36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16.03.02. ⓒ뉴시스

국정원의 숙원이었던 테러방지법이 14년4개월 만에 법제화됐다. 야당의원 38명의 장장 192시간 25분이라는 전대미문 기록의 필리버스터도 이 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정원은 날개를 달고 어쩌면 임명권자인 대통령보다도 더 막강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끝내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제부터 정권을 위해서는 범법행위도 서슴지 않던 국정원 앞에 모든 국민의 사생활은 발가벗겨질 것이다. 테러방지법 통과에 앞장섰던 이들도 역시 부메랑 되어 결코 여기서 자유스럽지 못할 것임을 장담한다.

때문에 테러방지법에 함유된 독소는 이미 필리버스터를 통해 많은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다시 상기시키는 의미에서 문제 조항을 분석해 보고 마지막에 그 대안을 적어본다.

제2조 3항. “테러 위험인물”이란 테러 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 단체 선전, 테러 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했거나 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말한다.

제2조 3항의 테러 위험인물의 정의가 아주 불분명하다. 그만큼 주관적인 판단을 할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국정원이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어서 정부 비판자에게까지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테러위험인물을 결정하는 국정원이 의심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의심을 받은 당사자는 그 즉시 테러위험인물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번 간첩조작사건에서 증명됐듯이 국정원이 간첩이라고 주장하면 법원에서 무죄를 받기 전에는 간첩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이 누군가를 테러 위험인물이라고 지정하면, 테러의심인물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는 행위도 테러로 규정될 수 있고,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시민들과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치 반대 시민들도 테러행위를 저지를 테러위험인물로 규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제9조 1항. 국가정보원장은 테러 위험인물에 대해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 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제9조 3항. 국가 정보원장은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개인정보 처리자와 위치정보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제9조 4항. 국가정보원장은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대테러 조사 및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다.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로 의심할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인의 사상과 신념은 물론 정치적 견해, 심지어 성생활에 대한 정보도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정원 앞에 완전히 나체로 서있는 셈이다.

제9조 3항의 개인정보에는 ‘민감 정보’가 포함된다. 의미만큼 예민한 내용이라 개인의 동의를 받거나 해당 법령에서 허용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처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해놓았는데 테러위험인물은 그 예외적 경우가 되었다.

제9조 4항의 테러위험인물로 지목한 사람에 대해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추적에 CCTV, 몰래카메라, 위치추적기 등도 포함될 수 있는데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부칙 제2조 2항. 통신비밀보호법 일부를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를 ‘국가 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제2조 6호의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경우’로 개정한다.

부칙으로 다른 법까지 개정해버린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허가가 필요하다고 명시해놨는데 부칙에서 영장 요건을 완화시켰다.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경우면 판사의 견제라는 절차적 요건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감청을 위해서는 고등법원 판사의 허가나 대통령의 서면 승인이 필요하지만, 의심할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정보수집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제한 정보수집이 가능하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테러방지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일반 국민에게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국정원은 그동안 얼마나 국민을 속여 왔는지는 국정원 직원인 ‘좌익효수’를 처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3년 전, 반대하는 국민을 ‘홍어’, ‘전라디언’ 등으로 비하하고, 미성년자에게도 입에 담지 못할 막말 댓글의 주인공인 ‘좌익효수’를 처음에는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거짓말로 일관하다 그것이 들통 난 지금까지도 온갖 핑계를 대면서 혈세로 월급을 줘가며 비호하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의해 예산과 활동 등에서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받지 않아도 된다. 오죽하면 국정원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 정보위원들마저 그들의 오리발에 혀를 내두르겠는가.

하지만 무소불위 국정원과 그들을 비호하는 박근혜 정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국민이고 그 수단이 선거요 투표다.

전쟁광이라고도 불렸던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멈추게 한 것은 미 국민이었고, 그 수단은 역시 투표였다. 선거에서 부시의 공화당을 참패케 함으로써 네오콘의 강공드라이브를 유턴하게 만들었다. 국민이 주인임을 똑똑히 보여준 것이다.

우리 국민도 다가오는 총선에서 악법 중의 악법인 테러방지법을 발의하고, 일사불란하게 찬성한 정부와 여당을 심판함으로써 그 오만함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투표의 힘으로 국민이 주인임을 확실히 보여주자는 것이다.

국민이 주인임을 절실히 느껴야만 20대 국회에서는 테러방지법 뿐만 아니라 국정원을 괴물로 만들고 있는 국정원법까지 알아서 동시에 개정할 것이며, 국정원을 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한 국가정보원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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