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하는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의 지향점은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의 균형 있는 달성」
「좌충우돌하는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의 올바른 방향, 이미 헌법에 제시되어 있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연일 ‘경제민주화’를 언급하고 있다. 그 바람에 총선이 제1당과 제2당을 정확히 두 쪽으로 갈라놓은 현재, 먹고 사는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고민해보기 딱 좋은 시기다.

▲ 비민주적인 경제 현실 ⓒpolyp.org.uk

경제민주화의 배경

경제민주화는 경제민주주의Economic democracy라고도 부른다. 애덤 스미스 이후 지구상에 존재해온 경제 시스템은 고전적 자본주의, 공산(사회)주의, 수정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이렇게 딱 네 가지뿐이다. 이중 공산(사회)주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장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여기서 자유란, 궁극적으로 생산수단을 보유한 기업의 자유를 말한다. 경제를 시장의 자유에 맡겼던 고전적 자본주의가 대공황과 함께 종말을 고한 뒤, 수정자본주의 하에서 국가의 시장 개입이 대폭 늘어났고, 이후 다시 기업의 자유가 강화된 신자유주의가 도래했다. 자본주의는 이처럼 국가가 시장에 얼마나 개입하느냐 하는 정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려왔다.

국가는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할까? 가장 중요한 개입 수단은 세금이다. 기업에 세금을 많이 물리면 국가재정이 튼튼해져 복지가 강해지고, 세금을 적게 물리면 복지에 투여할 재정이 부족해진다. 죽지도 않고 300년을 살고 있는 김가난poor Kim씨 얘기를 들어보자.

“고전적 자본주의 할 때는 하루에도 수십 명씩 굶어죽었어요. 국가에 돈이 없으니까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아예 죽지 못해 살았다니까.”

“수정자본주의 할 때는 그나마 살 만했어요.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한테도 먹을 걸 좀 나눠주고 그랬거든요.”

“신자유주의요? 흐미이, 죽을 지경이라니까. 배고픈데 자꾸 말 시키지 말고 저리 가라고...”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수정자본주의 시절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신자유주의 시대다. 이 말은 국가가 기업을 살리느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쓸 세금을 충분히 걷고 있지 않다는 소리다.

▲ 기업과 개인에 부과하는 세금의 현실적 무게 ⓒboostsuite.com

경기는 자꾸만 안 좋아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우성인데, 우리 정부는 여전히 ‘성장’만 외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우리 기업들이 타국 기업들에 밀려 밥줄이 끊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것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이 여전히 분배보다 성장에 가 있는 이유다.

경제민주화, 뭘 어떻게 한다는 소린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들고 나선 경제민주화,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걸까? 일단 경제민주화는 말 그대로 경제를 민주화하자는 말이다. 그럼 지금의 한국 경제가 민주적이지 않다는 소린가? 그렇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독재주의나 엘리트주의이듯, 민주적이지 않은 우리 경제는 독점주의, 소수 엘리트 기업주의로 병들어 있다.

▲ 산업의 보호자(미국 국회도서관 소장, Puck, 1883) ⓒexplorepahistory.com

독일의 한 노동운동 단체가 경제민주주의를 처음으로 주창했던 1920년대 이후, 경제민주화가 지향하는 지점은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의 균형 있는 달성이었으며,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경제민주화가 노려야 할 것은 경제적 성과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사회적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이어야 하며, 따라서 중심축은 성장보다 분배가 되어야 한다. 이런 대전제 하에, 경제민주화는 다음 내용들을 포괄해야 한다.

○ 합리적인 노사관계, 단체교섭권 등 근로자의 지위 확대
○ 대기업 독과점 방지를 통한 중소기업 활성화
○ 근로자 임금 상승 및 실업률 제고를 통한 유효 수요 증대
○ 기업의 투자 촉진 유도 및 구조조정
○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사회적 성과 달성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

김종인 대표는 한국 경제가 이처럼 침체된 원인을 박근혜 정부의 ‘아베노믹스 흉내 내기’에서 찾는다.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매년 110조 원(약 1,000억 USD) 넘게 쏟아 붓고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오죽하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을까.

우리 정부가 그런 일본을 모방하면서 결국 기회를 놓치고 만 이유는, 한국 경기의 침체 원인을 임계점에 도달한 구조적 문제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일시 경기순환형 침체로 단정했기 때문이다.

▲ 경제정책 실패의 도플갱어 ⓒpieria.co.uk.

김종인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현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가 하나도 진척된 것이 없다. ...... 조선업, 철강업처럼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분야에서 지금과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중장기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 생산량을 줄여나가는 구조조정을 하면 자연 실업문제가 발생한다. 그 사람들을 수용할 대책을 강구하고, 다른 분야로 전업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같은 것도 갖춰야 한다. ......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돼야 사회문제가 안 생긴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이 안 된 것은 정치권이 대규모 해고사태로 인한 사회 불안정이 겁나서 못한 것 아니냐.”

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위에 언급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견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다음 발언들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별개의 문제다. 경제민주화한다고 성장이 안 된다는 근거가 어디 있나. 경제민주화는 시장원리를 보다 더 보완하고 공정하게 경쟁시키자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힘이 센 주체들에 시장의 룰rule을 지키라고 하는 것인데, 그게 무슨 경제성장에 배치되나. 일각에서 경제민주화를 자꾸 재벌개혁과 동일시해 흑백논리로 몰고 간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경제민주화의 전제는 민주화되지 않은 경제 현실을 민주화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국가의 개입에 의한 소수 엘리트기업의 독점 제어, 성장보다 분배를 통한 사회적 성과 달성 등이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별개의 문제이고 경제민주화한다고 성장이 안 된다는 근거는 없다니? 물론 성장이 안 되지는 않겠지만, 한정된 자원(세금)을 분배 쪽에 더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일진대, 어떻게 경제민주화와 성장이 별개의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다. 내게 이 말은, 지난 대선 때 들었던 다음 말의 반복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추가적 재원 없이도 복지를 늘릴 수 있다.”

▲ 대선 후보 토론 중인 박근혜 후보(2012년) ⓒKBS1/뉴스타파

과연, 박근혜 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수차례 언론에 노출되었던 이 문장의 디자이너답이다.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의 인상 없이 기업을 지금처럼 성장시키면서 복지까지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도대체 뭘까?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부르짖다가 모가지가 댕겅 잘려나간 유승민 의원에게 물어볼까나?

재계 역시 김종인 대표의 위 발언에 발끈했다. 이유가 있다. ‘시장원리를 더 보완한다’는 말, ‘경제적으로 힘이 센 주체들에 시장의 룰rule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라는 말 때문이다. 이 말을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바꾸면 다음과 같이 된다.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폐해, 소수 엘리트기업주의가 낳아온 폐해를 구조적으로 바꾸기 위해 시장원리, 즉 경제 관련법을 보완할 것이다. 힘이 센 독과점 기업들과 소수 엘리트기업들은 보완된 시장의 룰에 따라야 할 것이다.”

어떤가? 당신이 재벌기업의 오너라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내 귀에는 분명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김종인 대표가 “나는 한 번도 재벌개혁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재벌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는 도대체 어떤 경제민주화일까? ‘문어발식 기업확장’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는 스위스로 가서 5대째 시계만 만들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물어볼까나?

경제민주화, 어디로 가야 하나?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과 분배, 그리고 세금 인상이 전제되지 않은 경제민주화이고, 따라서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독과점주의, 경제 엘리트주의의 답습일 뿐이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임계치에 달한 지금, 경제민주화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미 명확한 답이 제시되어 있다. 답을 찾아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우리 헌법에 다음과 같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 손바닥 헌법책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헌법 제119조

②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것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경제민주화의 지표다. 당연히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을 기하려면,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경제정책을 하루빨리 ‘안정’으로 돌려야 한다.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려면 적정한 소득 이상 가져가는 이들로부터 ‘적은’ 세금이 아닌 ‘적정한’ 세금을 거둬들여야 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법인세를 인상하고 700조 원을 넘어선 지 오래인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환류세를 매기는 등 적절하지 않은 현실에 민주화의 메스를 가해야 한다.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려면, 현재 시장을 지배하면서 경제력을 마음껏 남용하고 있는 주체를 국가가 나서서 쳐야 한다. 그들은 누군가? 그리고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기하려면 을의 입장에 서 있는 경제주체들을 비민주적으로 옥죄는 모든 갑의 경제주체들을 쳐야 한다. 그들은 누군가?

이 모든 것이 경제민주화가 핵심 타깃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 바로 재벌개혁 아닌가! 단, 국가와 각 정당, 재벌, 그리고 우리 국민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재벌개혁이 재벌혁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헌법에 적시되어 있는 경제민주화 조항에 따라 비민주적인 경제주체들에 규제와 조정을 가해야 한다. 그리고 야권은 이리저리 충돌하는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를 고수하려 하지 말고, 헌법 조항에 완전히 부합해 어떤 의심의 여지도 없는 대책,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민주화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독과점 기업들 및 소수 엘리트기업들이 망연자실한 가운데 수용 외에 달리 방법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경제민주화 추진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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