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보트를 거머쥔 국민의당,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국민의당의 현 위치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
「제3당의 청개구리식 전횡을 제어할 방법은 시민」

국민의당이 심상치 않다. 지난 15일 안철수 공동대표는 “38석 원내교섭단체인 국민의당은 단순한 캐스팅 보터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주도하는 국회 운영의 중심축이 되어야 하며, 정책을 주도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캐스팅 보터가 이보다 더 강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캐스팅 보터의 웩더독wag the dog식 전횡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오늘은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보일 행보 및 부정적 행보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국민의당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국민의당은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이 질문에 “당연히 왼쪽이다”라고 답하는 사람은 정치의 숲에서 길을 잃은 지 50년 된 사람이다. “왼쪽에서 나왔으니 왼쪽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하는 사람은 25년 째 헤매고 있는 사람이다.

▲ 경제학의 거목들: 왼쪽부터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조지프 슘페터, 케인즈 ⓒprospectmagazine.co.uk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는 잣대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다. 정치는 어떤 경제 시스템을 선택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했던 애덤 스미스Adam Smith부터 시작해보자.

그는 시장을 신봉했다. 시쳇말로 ‘가만 냅둬도’ 시장이 알아서 경제를 잘 꾸려간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의 주장을 고전적 자본주의라 부른다. 시장이 알아서 하면 국가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체제가 오른쪽의 극단, 즉 극우다.

그런데 마르크스라는 경제학자가 나타나 국가주도의 경제 시스템을 설파했다. 이런 체제를 공산주의라 부른다. 공산주의는 왼쪽의 극단, 즉 극좌다.

이후 대공황이 밀어닥치면서 시장이 알아서 경제를 잘 꾸려간다는 환상이 깨어졌다. 그때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들고 나온 사람이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다. 고전적 자본주의는 수정될 필요가 있었고, 국가가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입증되었다. 이런 체제를 수정자본주의라 부른다. 수정자본주의 역시 오른쪽이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공산주의의 이념을 이어받은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등장했다. 이 두 체제 역시 왼쪽이다.

그리고 1980년대, 마침내 2016년의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경제 시스템이 철의 여인 마가릿 대처에 의해 탄생했다. 우리는 이 시스템을 신자유주의라 부른다. 신자유주의는 수정자본주의와 고전적 자본주의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그러니 당연히 오른쪽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정당을 살펴보자. 정의당은 왼쪽이지만 공산주의는커녕 사회주의까지 가지도 않았으니 중도에 가까운 왼쪽이다. 새누리당은 두말 할 필요 없이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오른쪽 정당이다. 그 점에서는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그럼 국민의당은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굳이 답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국민의당의 현 위치

국민의당이 오른쪽인 것은 분명한데, 어디쯤에 위치할까? 먼저, 각 정당의 위치부터 파악해보자. 지금까지 보여 온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배치하면 다음과 같다.

▲ 주요 정당의 이념적 성향 ⓒ김태현

언뜻 봐도 우리나라 정당들이 오른쪽으로 많이 쏠려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우리 특유의 반감이 국민정서에 뿌리 깊이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위 그림에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위치하는 이유는, 소속 정치인 중 왼쪽 성향을 드러내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고, 새누리당에는 별 쓴 소리를 해대지 않았던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툭 하면 공격해댔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국민의당이 표방하고 있는 정책에서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국민의당이 취할 행보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당과 손을 잡지 않고서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향후 이념적 스펙트럼을 고무줄처럼 넓힐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대로, 국민의당을 끌어안기 위해 온갖 당근을 제시할 것이 뻔하다. 일차적으로 두 당이 취할, 아니 국민의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두 당이 반드시 취해야만 할 정치적 보조는 다음 그림과 같다.

▲ 양대 정당이 취해야 할 보조 ⓒ김태현

양당 모두 국민의당이 제시하는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해결이 어렵지 않은 사안일 때야 국민의당 역시 두 정당의 이러한 행보에 동조하겠지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나 세월호 문제, 국회선진화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같이 굵직한 사안일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제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만일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민의당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국민의당은 이상돈 전 공동선대위원장이 이미 밝힌 대로 당연히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할 것이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폐기하기 위해 국민의당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공조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 이렇게 추측할 수 있는 근거는 지금까지 국민의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한 번도 반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국민의당은 자당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20대 국회가 전개되는 상황적 맥락 속에서 마치 청개구리처럼 선별적인 정책 공조를 남발할 공산이 크다. 제1당과 제2당으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아래는 그런 상황을 예측한 그림이다.

▲ 예상되는 청개구리 행보 ⓒ김태현

국민의당 사용설명서

제3당은 자당의 이익을 위해 거리낌 없이 움직이고, 제1당과 제2당은 제3당의 눈치를 살피느라 전전긍긍하는 정국.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이토록 절묘한 시스템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우리 의회민주주의가 진일보할 가능성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3당이 캐스팅보트를 적극 활용해 전횡을 일삼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좋건 나쁘건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법안들이 줄줄이 연기 또는 폐기되는 ‘식물국회’가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도대체 누가 국민의당을 견제할 수 있을까?

이번 20대 총선에서 국민에 의해 두 다리가 잘려버린 청와대는 대국민호소 외에는 국민의당의 향후 행보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전처럼 대국민호소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마당이니 무슨 염치가 있어 남의 당 정책에 감내라 배내라 하겠는가. 그리고 정의당 역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호소와 주장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국민이 직접 나서면 좋겠지만, 시민발의나 국민투표, 국회의원소환제 같은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존재하지 않으니 국민 또한 성토와 엄포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이 지점에서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rangehot.com

국민의당을 제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마지막으로 고려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여론이다. 여론은 누가 만드는가? 국민이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여론은 TV, 신문 등 미디어가 만든다.

미디어의 속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왼쪽으로만 치달았던 TV가 갑자기 오른쪽을 돌아볼 리 없고, 오른쪽으로만 내달렸던 신문이 느닷없이 왼쪽을 살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오른쪽과 왼쪽 공히 합리적인 중간지대를 바라보게 할 수는 있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주체는 시민이다.

다행히 우리 시민들은 잘못된 미디어에 경고장을 날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박정희 정권의 언론탄압에 저항했던 동아투위, 언론개혁을 시민의 힘으로 달성하겠다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소비자의 힘으로 언론을 바로 세우겠다는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 등이 그런 방법들이다.

국민의당을 사용하는 사람은 당연히 국민이다. 기계가 제멋대로 총 생산량을 조절할 수 없는 것처럼, 국민의당 역시 제멋대로 정치 총량을 조절할 수 없다. 정치 총량을 조절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시민이 다시 또 새 마음으로 나서야 할 때다. 나서서 삐뚤빼뚤 제멋대로 기어 다니는 미디어부터 바로 세워낼 일이다. 그 작업이 곧 국민의당 사용설명서 제1조 1항에 명시되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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