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라이더는 놀고먹는 존재, 두 종류가 있어」
「정계의 프리 라이더들은 집단의 소멸을 원하지 않아」
「그들을 견제하는 방법은 국민의 섬뜩한 시선뿐」

프리 라이더란?

프리 라이더란 ‘손 안 대고 코푸는 사람’, ‘무임승차하는 사람’을 말한다. 손을 대지 않고 코를 풀려면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고, 무임승차의 전제조건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승차 시스템이다.

▲ 프리 라이더1 ⓒsocialcapitalgateway.org

생물이 집단colony(여러 개체가 모여 하나의 생물체처럼 작동하는 집단)을 구성하는 이유는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집단의 일원이 되면 천적의 습격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교미 상대를 찾기도 쉬워서 생명계의 본원적 명령인 번식에도 용이하다.

따라서 현재 생태계에서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모든 생물종은 어떤 형태로든 집단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종들은 독립생활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 만큼 강력한 표범leopard, 고릴라gorilla, 스라소니lynx 등을 포함,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집단의 일원이 되어 독립생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이익을 향유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집단의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공동작업’이다. 각 구성원이 이익을 얻기 위해 집단을 형성하고, 형성된 집단 내에서 공동작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기利己’와 ‘이타利他’는 동전의 양면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다 명확히 정의하면, 프리 라이더는 반드시 ‘이타’를 발휘해야만 하는 집단 내에서 이기만을 위해 움직이는 모든 존재가 된다.

▲ 프리 라이더2 ⓒsocialcapitalgateway.org

두 종류의 프리 라이더

프리 라이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집단이 소멸될 때까지 ‘프리’만 외쳐대는 종류이고, 다른 하나는 집단이 소멸되지 않을 정도까지만 ‘라이딩’하는 종류이다.

일본 류큐대학 농학부의 쓰지 가즈키 교수는 그물등개미 집단 내에서 놀고먹는 프리 라이더 연구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개미 집단과 달리, 그물등개미 집단에는 여왕개미가 없기 때문에 먹거리 장만과 산란, 양육 등 모든 살림을 일개미가 맡는다.

그런데 그물등개미 집단의 프리 라이더들은 몸집이 다른 일개미보다 더 큰데도 놀고먹는다. 그뿐 아니라 일개미보다 난소가 더 크기 때문에 알까지 더 많이, 엄청 싸질러놓는다.

일개미의 양육을 받고 자란 프리 라이더는 성충이 되면 일을 할까? 하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 행동양식이 유전적으로-DNA에 의한 유전이건 밈meme(문화적 유전)에 의한 유전이건 불문하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집단의 소멸뿐이다.

▲ 그물등개미 프리 라이더와 녹농균 프리 라이더 ⓒimgarcade.com/pharmamicroresources.com

그러나 집단을 소멸로 이끌지 않는 특이한 프리 라이더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스튜어트 웨스트 박사가 밝혀낸 녹농균 집단 내 프리 라이더다. 녹농균은 스스로 영양물질을 만들어 분비한 다음 그 분비물을 섭취하면서 집단을 성장시킨다. 그런데 이 집단 내에서 활동하는 프리 라이더는 놀고먹기만 할 뿐 영양물질을 분비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집단 내 프리 라이더의 노동 착취 행태다. 놈들은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많이 놀고먹고, 집단의 규모가 작아지면 적게 놀고먹는다. 그래서 집단이 소멸에 이르는 일은 없다.

정계의 프리 라이더

인간 집단 내에도 당연히 프리 라이더가 존재하며, 우리 모두는 ‘손해 보는 일에 지극히 민감한 사람’, ‘눈앞의 이익에 매여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줄다리기할 때 힘 안 쓰는 사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청소할 때 어딘가 처박혀 있는 사람,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 할 때는 나타나지도 않던 사람이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면 슬며시 나타나 마치 자신이 일을 다 한 것처럼 으스대며 ‘이 뭥미?’를 연출하는 사람 등이 그런 프리 라이더들이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 국가경제를 책임질 위치에 있지만 엉뚱한 정책만 남발하다가 마침 조성된 세계경제의 호조 분위기 덕에 지표가 호전되자마자 자신의 치적인 양 설레발치는 사람도 프리 라이더다. 남들 치열하게 싸워가며 이제 겨우 굴러갈 만한 정당을 만들어놓으니 슬며시 끼어들어 주인행세를 하려는 사람도 프리 라이더다. 그들은 특히 집단의 소멸을 지양하는 종류들이다. 끝도 없이 무임승차를 하려고 작정을 했기 때문이다.

▲ 정계의 프리 라이더 = 녹농균 프리 라이더 ⓒmikrobiologia-aordycz.blogspot.kr

그런 프리 라이더들 중에는 집단을 수시로 옮겨 다니는 ‘철새형’ 스타일도 있고, 집단을 한 번도 옮기지 않았지만 전혀 드러나지는 않는 유형도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놀고먹기’에 국민을 끌어들인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또 야당에서 여당으로 갈아타는 이들, 국회에서 청와대로 갔다가 지방자치단체장이 된 것도 모자라 다시 교수로 돌아가는 이들 등등... 독자 제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프리 라이더를 견제하는 방법

프리 라이더는 집단의 존립을 저해할 뿐 아니라 소멸로까지 이르게 한다. 없애는 방법이 있을까? 완전히 없앤다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충분한 견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어느 연구자가 프리 라이더의 속성에 대해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자는 예쁜 꽃 사진이 부착된 돈 통에 돈을 넣은 다음 커피를 마음대로 따라 먹을 수 있는 셀프커피숖을 만든 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요금을 제대로 지불하는지 관찰했다. 물론 관찰자도 CCTV도 없었다. 요금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지만, 아무도 살피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가면 그만이다.

일주일 동안 관찰한 결과, 요금을 제대로 지불한 사람은 10%였다. 그런데 연구자가 돈 통에 부착되어 있던 꽃 그림을 떼어내고 사람의 눈을 확대한 사진을 부착했더니 요금을 지불하는 비율이 70%로 껑충 뛰어올랐다.

▲ 견제의 시선 ⓒflashfictiononline.com

우리의 내면에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한다. 특히 무언가 꺼림칙한 일을 하려거나 얌체 짓, 뻔뻔한 짓을 하려 할 때, 그 두려움은 눈치를 살피게 한다. 법과 제도와 규범의 시선, 프리 라이더를 없애거나 최소한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은 바로 그런 시선이다. 그리고 그 시선의 주인은 집단 협력시스템의 일원이자 주인인 존재, 바로 국민이다.

일상이 온통 선거에 쏠릴 수밖에 없는 총선 시국이다. 이 틈에 정계의 프리 라이더들이 자신만의 암중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국민의 배후를 서성이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런 프리 라이더들의 안중에 국민은 없다.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대한민국이라는 인간 집단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총선, 치열했던 예선전이 거의 끝으로 향하고 있다. 오픈을 프라이머리할지 프라이머리를 오픈할지 모르지만 입에 거품을 물고 설쳐댔던 여당도, 국민이 경선을 하는지 경선이 국민을 데리고 노는지도 모를 말을 쏟아냈던 야당도, 모두 모두 없던 일이 되어버린 지금, 집단의 4년을 꾸려갈 사람을 뽑는 본선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결국 말만 무성했을 뿐, 변한 것 없이 그대로다. 이런 행태가 되풀이된 것이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 국회 기득권의 역사 ⓒkbmaeil.com

프리 라이더를 최대한 견제하는 일은 이념이나 정당이 아니라, 집단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해야 한다. 결국 국민이다. 음흉한 얼굴을 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집단의 어느 한 구석에 처박혀 자신의 이익만 탐하고 있을 프리 라이더들, 그들을 제어할 책임을 가진 자는 국민뿐이다.

삼가 국민들에게 고한다. 이기를 추구하기 위해 국민의 행복과 안녕과 복지를 서슴없이 파는 뻔뻔한 자들에게, 법과 제도와 규범의 섬뜩한 시선을 보내자!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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